법 몰라 법 어긴 강서시장 중도매인 생계 접을 판
법 몰라 법 어긴 강서시장 중도매인 생계 접을 판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21.09.23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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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농수산식품공사, 서울시에 ‘영업정지 기간 영업사실 적발’ 보고
거래실적 미달로 한 달 영업정지…“거래처 납품이 잘못인 줄 몰라”

허가 취소시 더이상 장사 못해

행정소송도 짧아야 6개월

사실상 생계 접을 수밖에

"상인들 목줄 죄는 악법,

현장과 동떨어진 법부터 바꿔야"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법을 몰라 법을 어긴 걸로 알려진 강서시장 중도매인이 면허를 취소당할 전망이다.

강서 농산물도매시장 전경.
강서 농산물도매시장 전경.

11일 서울농수산식품공사(사장 김경호) 강서지사에 따르면 공사는 최근 시장개설자인 서울시에 강서시장 중도매인 A씨에 대한 판단을 요구하는 보고서를 제출했다.

A씨는 지난해 8월 거래실적을 못채워 영업정지를 당한 기간에 영업한 사실이 적발돼 중도매인 허가권이 취소될 위기에 놓였었다.

농안법에 따르면 중도매인은 1개월 채워야 할 영업실적이 정해져 있다. 개인의 경우 2500만원, 법인은 6500만원으로 1~2차 위반시엔 주의, 경고에 그치지만 3차부터 영업정지를 당한다. 2012년부터는 실적미달이 5차례 누적됐을 경우 과징금 대체가 불가한 영업정지에 처하도록 시장개설자인 서울시 방침으로 규정했다.

A씨는 거래처에 납품할 농산물을 다른 중도매인에게서 구매해도 법에 저촉이 안 되는 줄 알았다고 토로했다.

그는 “중도매인이 영업정지를 당하면 경매에만 참여 안 하면 되는 줄 알았다”며 “거래처와 관계를 유지하려면 요구하는 물품을 맞춰서 줘야 하는데, 다른 곳에서 사서 주는 것은 괜찮은 줄 알았다”고 말했다.

2018년까지는 거래실적 미달이 5차례 누적된 중도매인이 영업정지 기간에 영업한 사실이 적발돼도 허가권 취소 사유는 아니었다. 2019년 1월부터 허가권 취소 사유로 변경됐지만 낮밤 없이 시장에 갇히다시피 일하는 중도매인은 세상 변화에 무감각한 것이 사실이다.

공사는 법령 변경 사실을 한 차례 고지했지만 이를 기억하는 중도매인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강서시장 유통인들은 입을 모았다.

하지만 사정이 어떻든 영업정지 기간에 영업을 한 경우는 허가권 취소를 하도록 농안법에 규정돼 있다. 이에 따라 서울시도 허가권을 취소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A씨가 이에 불복하는 행정소송을 통해 법적 무지를 호소해 정상참작을 받을 여지는 남아있다.

시장 관계자는 “A씨는 영업실적 미달 회수가 누적돼 한 달 영업정지를 당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 기간에 거래처에 납품을 아예 못하면 사실상 생계를 접어야 한다. 한달 동안 물건을 안 주는 중도매인과 거래할 사람이 누가 있겠나”고 안타까워 했다.

사실 이처럼 현장과 맞지 않는 농안법을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가 끊임없이 제기돼 왔지만 법 개정의 움직임은 조금도 보이지 않고 공허한 구호에 그치고 있다.

이와 관련 업계의 주요 관계자는 “A씨가 법을 어긴 건 맞지만 현행 유통과정의 피해자라고 봐야 옳다”며 “악법도 법이라 지킬 수밖에 없겠지만 언제까지 현장과 동떨어진 법을 그대로 두고 있어야 하나”고 지적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농산물 도매시장에서 도매시장법인 등 기득권인 사회적 강자는 자본력, 정보력, 법률지식 등을 총동원해서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기를 쓰는데 중도매인 같은 사회적 약자는 생계유지에 급급해 문서를 주고받거나 기록을 남겨 놓는 등 혹시 있을 소송에 대비하자는 생각조차 못한다”며 “법대로 하겠다는 건데 중도매인들이 뭉쳐서 항의해야 한다. 갈등이 이는 곳에 조정이 들어가지 않겠나”고 말했다.

일단 A씨가 시로부터 허가권 취소라는 행정명령을 받으면 더 이상 장사를 할 수 없다. 시를 상대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해도 소송 기간이 짧아도 6개월 이상 걸리는 걸 감안하면 사실상 A씨는 생계를 접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거래실적 미달은 장사를 시원찮게 했다는 의미이지만 일부러 장사를 태만히 하는 중도매인은 없기 때문에 거래실적 미달에 따른 중도매인 행정처분에 대한 과잉규제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