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경자유전과 농지선매협의제도
[전문가칼럼] 경자유전과 농지선매협의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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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10.06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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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환 한국농어촌공사 농어촌연구원 부원장
윤석환 농어촌공사 농어촌연구원 부원장.
윤석환 농어촌공사 농어촌연구원 부원장.

시세 차익을 얻을 목적으로 한 개발예정지 내 농지에 대한 비농업인의 투기적 매입·소유의 문제가 부각되면서 우리사회는 농지 소유문제를 둘러싸고 커다란 홍역을 치렀다. 경자유전(耕者有田) 원칙의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와 더불어 상속, 증여, 이농 등을 통한 비농업인 소유농지의 의무적 매각을 농지법에 반영하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강했다. 농지정책 측면에서는 1996년 「농지법」 시행 이후 일관되게 농지소유 규제 완화 기조로 운영되어 오던 농지제도가 2021년을 기점으로 소유규제를 강화하고, 농지취득 심사과정을 엄격화 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게 되는 계기를 제공하였다.

보완된 농지관리정책은 농지위원회 설치, 농지취득자격증명(직업, 영농경력, 영농거리 등) 심사 강화, 농지처분명령 강화, 농지원부 명칭 변경(농지대장) 및 관리 정보 강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바람직한 방향으로 선회한 것으로 평가 할 수 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농지 소재지 지역에 거주하며 향후 지역농업을 이끌고 갈 ‘지역농업의 핵심 경영체’가 매도(유동화)되는 농지를 우선적으로 매입 할 수 있도록 하는 적극적 농지관리 장치인 ‘농지선매협의제도’ 도입 방안에 대한 논의가 미흡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농지선매협의제도’란 개인 간의 농지 거래에 앞서서, 공공기관이 우선적으로 매입할 수 있도록 우선적 매입 협의권한을 부여하는 제도이다. 즉, 농지를 매도하려고 하는 자(者)는 개인(個人)간 매매계약 체결에 앞서 ‘지자체-공사’에 농지매도 의사를 통보하고, 공사(농지은행)에서는 그 매도하려는 농지가 정책적으로 지원 육성하려는 후계 전업농의 규모화·집단화, 경영 효율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판단될 경우 적정가격에 그 농지를 우선적으로 매입하여, 후계 전업농 등에 매도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이 제도를 통해 농지를 매각할 경우 일본의 경우 ‘양도소득세’ 감면 혜택 제공).

이를 통해 농지의 집단화, 규모 확대, 농업경영의 효율화, 생산비 절감 등 당해 농지의 생산적 효율적 이용을 적극적으로 도모할 수 있다. 이러한 역할은 공익과 공공복리를 위해 중립적인 공적기관 수행하는데, 일본의 경우 ‘농지중간관리기구’, 프랑스는 ‘SAFER’, 독일은 ‘공동이익 토지개발공사’가 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나라별로 조직의 성격과 운영방식은 조금씩 달라도, 국민의 먹거리를 책임지고, 농업의 미래를 짊어질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농업경영 주체에게 농지가 우선적으로 취득 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적극적인 정책수단을 활용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향후, 농업경영주 고령화에 따라 이농, 상속, 증여 등으로 도시에 거주하며 농지를 소유하게 되는 비농업인이 크게 증가 할 것으로 전망되고, 엄밀한 의미의 ‘경자유전’의 원칙을 견지하기가 더욱 더 어려워지는 상황이 도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농지는 국민에게 ‘식량을 공급’하고, ‘국토환경을 보전하는 한정된 귀중한 자원’으로 ‘소중히 보전’되고, ‘공공복리에 적합하게 관리’되어야 하고, 농지의 ‘권리행사에는 필요한 제한과 의무’가 따른다고 규정한 농지법 제3조 ‘농지의 기본이념’을 실질적으로 구현하는 제도적 장치가 농지선매협의제도(農地先買協議)이며, 헌법 121조에 규정된 경자유전(耕者有田)의 원칙을 실현하는 중요한 정책수단이기도 하다. 적어도 ‘농업진흥지역 안’의 농지에 대해서는 의욕적이고 경영능력이 있는 지역 전업농 등이 자경(自耕) 의지와 경영 능력이 미약한 (비)농업인 보다 우선적으로 매입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중개·조정하는 제도가 도입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