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9주년 특집] 펜데믹시대, 식량자급률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 ①
[창간9주년 특집] 펜데믹시대, 식량자급률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 ①
  • 이은혜 기자 grace-227@newsfarm.co.kr
  • 승인 2021.10.28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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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식량안보 위기 고조…자급 능력 제고해야
외국 곡물 수출제한, 식량 공급 불확실성 노출
생산·소비 연계한 통합적 대응 식량계획 수립 필요

(한국농업신문= 이은혜 기자)바야흐로 ‘위드 코로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2년 가까이 우리의 일상을 무너뜨렸던 팬데믹 바이러스와 이제는 ‘함께 가야한다’는 기조가 형성되면서 일상도 회복될 준비를 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것을 잃어버렸지만 얻은 것, 깨달은 점도 있었다. 
코로나19는 세계 식량 공급망에 혼란을 야기하며 식량안보에 대한 우려를 고조시켰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베트남 등 주요 곡물 수출국은 식량 수출을 금지하거나 제한했다. 더불어 기후변화 역시 식량 생산에 많은 영향을 주면서 식량 위기로 인한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식량자급률이 낮은 우리나라는 식량 위기에 더 쉽게 노출될 수 있다는 의견이 제시되면서, 식량 안보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식량 수급 위협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의 여파는 식량 분야를 강타했다. 주요 식량생산 국가들은 자국 빗장을 걸어 잠그고 나섰다. 지난해 3월 베트남은 쌀 수출을 중단시켰고, 이후 밀 수출을 제한한 러시아를 비롯해 태국, 미얀마, 캄보디아, 파키스탄 등 수많은 나라들이 농식품 수출제한을 확대했다. 밀 수출국인 러시아 역시 밀, 쌀, 보리 등 모든 곡물에 대한 수출을 막았으며, 세르비아, 카자흐스탄, 파키스탄 등 20여개국 이상이 곡물 수출제한에 나섰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몇몇 나라들은 수출제한을 해제하는 등 조치를 취했지만, 여전히 국가들은 자국의 안정적인 식량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는 “코로나19 발생 초기 국가 간 일시적인 물류 차질이 발생하고, 일부 국가에서 식량 수출 제한 초지를 실시하는 등 WTO 체제하에서 농산물 무역 자유화의 한계가 노출됐다”면서 “이에 식량 공급의 불확실성에 노출될 수 있다는 식량 수입국의 위기감이 고조됐다”고 밝혔다.

코로나19로 인해 식량위기 우려가 심화되면서 우리나라 식량 수급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19년 기준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은 45.8%이고, 곡물자급률은 21%를 겨우 유지하고 있다. 쌀이 92.1%를 차지하면서 자급률을 책임지고 있고 콩 26.7%, 옥수수 3.5%, 밀은 0.7%에 불과하다. 주식인 쌀을 자급하고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거꾸로 생각해보면 우리나라 국민은 그만큼 식량 부족 문제에 대한 체감도가 매우 낮음을 알 수 있다.

팬데믹이 장기화되면서 국민의 인식은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원장 김홍상)에서 지난해 4월 도시민 1011명을 대상으로 농업·농촌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코로나19 발생 이전과 비교해 식량안보가 ‘중요해졌다’고 응답한 비중은 전체 응답자 중 74.9%에 달했다. ‘변화없다’는 응답 비중(23.8%)과 ‘덜 중요해졌다’는 응답 비중(1.4%)에 비해 크게 높았다.

해외농업개발사업 주력·주요 곡물 수출국 협력
코로나19 발생 이후 먹거리 위기감 고조되고 먹거리 문제에 대응하는 국가 시스템의 취약성 이 노출됐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경제, 고용 등의 위기가 심화됐고 생계 유지가 어려운 취약계층이 증가했다. 최소한의 삶의 질을 보장시켜 주는 기본적인 먹거리에 대한 접근도 어려운 취약계층이 증가한 것이다. 

먹거리 불확실성 속에서 국민의 기본적 먹거리 보장과 국가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한 식량 안보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생산, 건강·영양, 환경 등 먹거리를 둘러싼 다양한 이슈에 대한 통합적·체계적 대응이 필요함에도 우리나라는 아직 국가 단위 추진 계획이 부재한 상태다.

농경연이 지난달 발표한 ‘수입곡물 가치사슬 분석과 과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이제까지 정부는 해외농업개발과 국제곡물 조달시스템구축을 위해 노력해왔으며 이를 바탕으로 국제곡물조기경보시스템 운영과 위기 대응 매뉴얼이라는 위기 대응체계를 구축했으나 그 성과는 여전히 미흡한 측면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국제곡물 위기 대응체계는 해외농업개발, 국제곡물조달시스템 구축, 국내 생산·공급 기반 확대를 통해 위기 대응 수단을 확보하고 이를 국제곡물조기경보시스템 및 위기 대응 매뉴얼과 결합해 위기 수준별 단계별 대응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농경연 관계자는 “국제곡물 위기 대응체계는 곡물 수출국의 가치사슬에 진입하고자 하는 해외농업개발과 국제곡물조달시스템 구축 성과가 미진하면서 위기 시 사실상의 대응 수단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국내 증산을 위한 곡물 자급률 개선사업도 농지 등의 농업자원의 부족으로 인해 곡물 생산의 국제 경쟁력 열위를 극복하지 못하면서 의미 있는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지난해 11월 11일 ‘농업인의 날’에 문재인 대통령은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새로운 시대의 농정을 추진하기 위해 ‘국가 식량 계획’을 수립하고 식량안보를 확보할 의지를 표명했다.

농경연에서는 이를 위해 생산과 소비를 연계한 통합적 대응 식량계획 수립할 필요가 있다며 식량 자급 능력 제고로 국가 위기 대응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농경연은 먼저 해외농업개발사업에 주목했다. 식량안보 차원에서 해외농업개발사업을 통해 유사시 수입의존도가 높은 주요 곡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농경연 관계자는 “해외곡물 생산을 위해 우리 농기업이 많이 진출한 연해주, 몽골, 우크라이나, 베트남 등 신남·북방 지역에 유통 인프라와 저장시설 지원 등과 해외농업개발사업의 연계를 통해 효과적인 곡물 반입 여건을 조성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안정적인 공급기반을 갖추기 위해 주요 곡물 수출국과 협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는 지난해 코로나19 영향으로 자국의 식량안보를 위해 러시아, 우크라이나, 베트남 등 주요 곡물 수출국이 밀, 쌀, 옥수수 등 식량을 수출 금지한 데 따른 대비책이다. 곡물 확보를 위한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곡물 무역에서 곡물메이저로부터 조달 비중이 매우 높은 우리나라 실정을 고려했을 때 곡물 수출국과 협약 체결로 비상시 필요한 물량을 구입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자는 것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 우크라이나 곡물터미널 전경.
포스코인터내셔널 우크라이나 곡물터미널 전경.

안정적 식량 공급 위해 콤비나트 설치 필요
안정적인 식량 공급에 필요한 전략 비축기지를 조성하기 위해 전문가들이 본격적으로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되기도 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 김춘진)가 지난 1일 서울 aT센터에서 개최한 제1회 식량안보 CEO 자문위원회에서는 새만금 식량기지 확보와 이용 방안이 논의됐다. 

자문위원회에는 박현진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임정빈 서울대 그린바이오과학기술연구원장, 김종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팀장, 양승현 가천대 교수, 안병일 고려대 교수, 박종민 새만금개발청 사업총괄과장 등 식량안보 전문가와 새만금사업 관계자 등이 위촉됐다.

전문가들은 식량·식품 콤비나트의 구체적인 설치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의견도 주고 받았다. 콤비나트는 식량위기에 대응해 안정적인 식량 공공비축을 위한 물류·저장시설과 식품가공공장 등을 집적하는 시설이다.

김춘진 aT 사장은 “지금처럼 식량 확보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는 시기에 식량안보와 수급 안정을 위한 식량·식품 종합가공 콤비나트 사업은 필수적”이라며, “안전한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공사의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지난해 10월 사료용 밀 7만여톤을 국내에 반입한데 이어 회사가 보유한 우크라이나 곡물터미널을 통해 식용 옥수수를 국내에 공급하며 수익성 확보와 동시에 국가식량안보에도 기여해 나가고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지난 7월 1일 군산과 인천항을 통해 식용 옥수수 5만톤을 국내 최대 식용 곡물수입업체인 대상, 삼양사, CJ에 공급했다고 밝혔다. 이중 2만3000톤이 회사가 보유한 우크라이나 곡물터미널을 통해 공급한 물량이다. 수입된 옥수수는 가공 후 전분당 제품으로 판매될 예정이다.

포스코 인터내셔널 관계자는 “이번 식량 수입은 애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이 해외 투자를 통해 확보한 해외 곡물수출터미널을 통해 양질의 식용 옥수수를 국내에 공급하는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