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가락시장 20년 싸움 ‘종결자’ 누구인가?
[데스크칼럼] 가락시장 20년 싸움 ‘종결자’ 누구인가?
  • 유은영 부국장 you@newsfarm.co.kr
  • 승인 2021.11.01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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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업신문=유은영 부국장) 서울농수산식품공사 신임 사장을 뽑는 작업이 한창이다. 업계에 따르면 공사 임원추천위원회는 10월 26일 현재 14명의 지원자 가운데 6명을 추려놓은 상태다.

공사 사장에 도전한 지원자들 중 적지 않은 수가 낯익은 이름들이다. 공사 직원 출신이거나 사장을 공모할 때마다 지원서를 내 이름이 은연중에 퍼진 이들이다.

공모를 시작하자마자 내정설이 돌아 업계를 흔들었다. 주인공이 농림축산식품부 관료 출신으로 알려지자 가락시장 유통인들은 곧바로 항전(抗戰)의 자세를 취했다. ‘현장에서 잔뼈가 굵어 도매시장 이곳저곳을 샅샅이 아는 진짜 전문가를 보내달라’고 현수막을 걸어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간곡히 요구했다.

‘진짜 전문가’를 원하는 이들은 가락 및 강서시장의 중도매인, 시장도매인, 가락몰 상인들이다. 여기에 경매회사(도매시장법인)는 없다.

그렇다면 가짜는 누구고 진짜는 누구인가. 역대 공사 사장으로 왔던 이들은 한결같이 ‘소통의 아이콘’이 되고자 했지만 갈등과 반목의 아이콘인 가락시장을 변화시키지 못했다. 그 중심에 ‘거래제도’가 있다. 경매제로 농산물이 거래되는 현 가락시장에 시장도매인제를 도입하고자 진즉부터 추진했지만 20년째 논의만 맴돌고 있다. 김경호 현 사장 또한 ‘거래제도의 다양화’는 실현시키지 못한 채 자리를 떠나게 됐다. 다만 김 사장 대(代)에 이르러 가락시장 현대화사업이 모양새를 잡았다고 할 수 있다. 건설사업 착수를 위한 상인들의 이주를 부드럽게 완료했다는 게 치적으로 평가된다. 아무런 연고 없이 대가도 없이 어느날 스며든 노점상들과도 원만하게 협의한다는 건 장사판에서 수십년 목소리를 키워온, 임대료 내는 상인들과의 협의보다 몇 배는 더 어려웠을 거라 짐작된다.

그만큼 새 사장의 어깨는 무겁고 유통인들의 기대는 크다. 그럴듯한 명분을 가지고 밥그릇을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 간의 갈등을 어떻게 조율해 거래제도를 다양화하고, 제도는 생겼으나 시장에 안착되지 않은 전자송품장, 대금정산, 중도매인 소속제 폐지 등을 어떻게 완성할지 당사자는 고민스럽겠지만 유통인들은 희망을 걸어보기 때문이다.

더욱이 현대화를 한창 추진중인 가락시장에는 건설사업에도 식견과 경험이 있는 인물이 와야 할 것이다. 유통 흐름에 맞춰 도매시장에 직거래와 블록체인을 담을 줄 아는 인물 말이다.

시장도매인제는 법으로 허용했지만 농식품부장관의 허락을 받으라고 시행규칙에 묶여져 있기 때문에 여태 도입되지 못했다. 새 사장에게 정부와 업계를 설득하고 국민적 여론을 모아 걸림돌들을 모두 치워버리는 ‘한판승’을 기대한다.

그렇지 않으면 민간기업이 운영하는 경매회사는 앞으로도 이윤 추구에만 몰두할 것이고 유통 변화를 따라잡지 못한 도매시장은 빨리 도태해 식당과 마트를 운영하는 우리의 이웃들이 경쟁에 밀려 폐업수순을 밟게 될 것이다.

가락시장 유통인들의 바람처럼 도매시장 바닥부터 인생을 함께한 진짜 전문가, 그가 도매시장에 일으키는 새 물결이 기사로, 역사로 기록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