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9주년특집-식량자급률②] 목표치 달성 못 해 고치고 또 고치고
[창간9주년특집-식량자급률②] 목표치 달성 못 해 고치고 또 고치고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21.11.01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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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담부서 정하고 법제화로 이행 강제해야
식량생산 기반 농지인데…연간 2만ha씩 줄어
14년간 농업진흥지역 14만ha 감소…2019년 77만6000ha

10개 실천사업 예산집행 저조…목표 달성 전략 구체화해야

실현가능한 목표치 설정하고 관리 시스템 정비 필요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주요 곡물 수출국의 곡물 수출제한 조치가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5년마다 식량자급률 목표치를 정하지만 구체적인 이행방안이 없어 목표도달에 매번 실패하는 것으로 나타나 식량안보를 위해 보다 적극적인 대책마련이 요구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08년부터 5년 단위로 식량자급률 목표치를 수립하고 있다. 지난 2018년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발전계획(2018~2022년)에서 2016년 기준 50.9%이던 식량자급률을 2022년까지 55.4%로 높이겠다고 발표했었다. 그러나 2020년 식량자급률은 45.8%에 그치고 있고, 그마저 쌀을 제외할 경우엔 10.2%로 훅 낮아진다.

전남의 논에 설치된 영농형 태양광.
전남의 논에 설치된 영농형 태양광.

2020년 식량자급률 45.8%…10년 전보다 8.3% 하락

농식품부는 2022년 식량자급률 목표치 55.4%를 설정했지만 2020년 식량자급률은 45.8%로 2010년부터 지난 10년간 8.3%가 하락했다.

2020년 주요작물의 식량자급률 현황을 2010년과 대비해 살펴보면, 쌀은 104.5%에서 92.8%로 11.7% 급락했고, 밀은 1.7%에서 0.8로 0.9% 하락했으며, 콩은 32.4%에서 2017년 22%까지 하락했다가 지난해 30.4%로 상승했다. 주요작물 중 유일하게 자급률이 상승한 것은 보리쌀로, 25.9%에서 12.3%p 오른 38.2%를 달성했으며, 그밖에 옥수수가 3.8%에서 3.6%, 서류는 109.4%에서 105.6%로 하락했다.

사료용 수요까지 감안한 곡물 자급률은 더욱 심각하다. 2020년 농식품부 농업통계자료에 따르면 2018년 국내 곡물자급률은 21.7%에 불과하다. 작물별로는 ▲보리 31.4% ▲밀 0.7% ▲옥수수 0.7% ▲콩 6.3%이다.

5년마다 목표 정하지만 매번 하향 조정

식량자급률 목표치는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기본법’에 근거해 5년마다 수립하는 농발계획에 명시하도록 돼 있다. 농식품부는 2018년 ‘2018~2022년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발전계획(농발계획)’ 재설정 과정에서 2013년에 설정한 2022년 식량자급률 목표치를 기존보다 낮게 수정했다.

2022년 식량자급률 목표치 55.4%는 기존 목표치 60%에 견줘 4.6%포인트나 낮춰 잡은 것이다. 사료용을 포함한 곡물자급률 목표치 27.3%도 기존 목표인 32%에 비해 4.7%포인트 낮아졌다. 농식품부는 앞서 2011년에 2020년 목표치를 60%로 설정했었다. 하지만 2013~2017년 농발계획에서 이의 달성 시기를 2022년으로 늦췄다. 사실상 목표치를 기간 연장과 수치 조정을 통해 두 번이나 수정한 셈이다.

식량자급률에서 가장 중요한 게 쌀, 밀, 콩이다. 지난해 밀은 우리나라에서 1만7000톤이 생산된 데 비해 수입량은 250만톤으로 국내 생산량의 147배에 달했다. 콩은 8만1000톤 생산, 수입은 28만톤으로 생산량의 3.5배를 넘어섰다. 2020년도 국가 매입비축은 밀이 생산량 대비 5%에 불과한 853톤, 콩은 1.4% 수준인 1178톤만 이뤄졌다.

이 가운데 밀 자급률 목표는 2013년에 15%로 잡았다가 2018년에 9%로 하향 조정되었고, 올해는 또다시 5%로 낮게 잡았다. 농식품부는 2020년 현재 0.8% 수준인 밀 자급률을 2025년 5%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지만 이 역시 달성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농식품부는 2021년에 밀 재배면적 1만ha, 생산량 4만톤, 자급률 1.7% 달성을 시작으로 해마다 5000ha, 생산량 2만톤을 추가로 확보해 2025년에 목표를 이룬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6월이 수확기인 2021년도 밀 재배면적은 6190ha로 파악되었다. 추정생산량은 약 3만톤으로 목표 생산량의 약 75% 정도다. 2020년 밀 소비량 209만8000톤을 기준으로 할 경우 2021년도에 예상되는 밀 자급률은 1.4%다.

코로나 위기 속에 전세계가 자국의 식량안보를 강조하는 상황에서 이처럼 낮은 식량자급률은 앞으로 경제, 사회 전반에 커다란 불안요인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짙다. 팬데믹은 부족한 식량을 해외에서 사 올 수도 없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지난해 코로나가 터지자 베트남 등 주요 곡물 수출국들은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자국 생산 곡물의 수출을 전격 금지했다. 세계 1위 쌀 수출국인 인도를 비롯해 캄보디아, 러시아, 온두라스, 루마니아, 우크라이나와 카자흐스탄 등도 쌀, 밀 등 주요 곡물의 수출 제한조치를 시행했다.

앞서 2007~2008년 국제곡물 파동 당시에도 러시아 세르비아 아르헨티나 우크라이나 인도 중국 등이 주요 작물인 밀, 콩에 대한 수출 통제를 강화한 바 있다.

달성 방안 제대로 추진 안 한 게 이유

이처럼 식량자급률 목표치 달성이 부진한 이유는 다각도로 분석된다. 우선 자급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안들을 제대로 추진하지 않은 게 가장 큰 이유다.

국정감사에서도 농식품부가 식량자급률 제고를 위해 추진하고 있는 10개 사업 중 7개 사업 예산이 축소되거나 목표달성률, 예산집행이 저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업현황은 논타작물재배지원, 비축지원(밀), 비축지원(콩), 종자수매공급, 논이모작직불, 배수개선, 친환경농자재 지원, 식량작물공동경영체육성, 농기계임대사업 등이다.

먼저 2018년 시작된 밭작물 자급률 제고를 위한 ‘논타작물재배지원사업’ 예산은 2018년 1368억원에서 2020년 550억원으로 59%인 818억원이 감액되었으며 집행률은 2018년 49.6%, 2019년 55.6%, 목표달성율은 2018년 52.9%, 2019년 52%에 그쳤다.

2019년에 시작된 ‘밀에 대한 비축지원 사업’ 예산은 2019년 100억원에서 2020년 30억원으로 70%인 70억원이 감액되었다. ‘콩에 대한 비축지원 사업’은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간 연평균 예산집행률이 50%에 불과했다.

‘종자수매공급사업’도 2015년 695억원에서 2020년 602억원으로 13%인 93억원이 감액되었으며 목표달성률은 2015년 100.2%에서 해마다 감소추세로 2019년에는 95.8%를 기록했다.

이밖에 다수 사업 예산이 축소돼왔는데 2015년 기준 논이모작 직불, 배수개선, 친환경농자재 지원 사업 예산은 각각 754억원, 3160억원, 2286억원 이었으나 2020년에는 462억, 2888억, 1916억원이 배정되었다.

식량자급률 관련 국비 예산은 감소 추세에 있다. 농식품부의 식량자급 10개 사업 예산은 2018년 8498억원에서 2022년 정부안은 7527억원으로 11%인 971억원이 줄었다

‘우량 농지’ 농업진흥지역 면적 계속 줄어

자급률 제고의 기반이 되는 농지 확보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농식품부는 식량자급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공공시설 설치 등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농지 전용을 억제하겠다고 밝혔지만 우량농지는 매년 감소하고 있다.

2008년 대체농지 지정제도가 폐지되고, 신규 간척지구의 착공도 없어 우량농지는 연간 2만㏊가량 감소하고 있다. 더구나 2015년 말 발표한 농업진흥지역 정비계획에 따라 8만5000㏊의 진흥지역을 해제했고, 2016년에는 해제지역을 1만5000㏊ 추가했다. 2017년부터는 수시로 해제를 추진한다고 했다.

실제로 최근 14년간 우리나라 농업진흥지역 지정 추이를 살펴보면 규모와 전체 농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년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업진흥지역 면적은 2006년 91만7000ha에서 2019년 77만6000ha로 14만1000ha(-15.4%)가 감소했는데, 같은 기간 중 전체 농지면적이 12.2% 감소한 것으로 미뤄볼 때 농업진흥지역 감소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논밭에 태양광 설치는 증가

식량자급률 목표 달성은 요원한데 논밭에 태양광 설치는 가팔라져 모순된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농식품부는 농촌 저탄소 전환을 위해 올해 초 ‘제2차 농업농촌분야 기후변화 대응 기본계획’을 통해 영농형 태양광 도입을 위한 세부기준을 마련했다. 지난해 2.7GW였던 농촌 신재생에너지 보급 규모를 올해 4GW, 2030년 10GW까지 높이는 것이 목표다.

2010년부터 2019년까지 태양광 농지 전용면적은 연평균 57.8% 증가하는 등 농가의 태양광 보급이 빠르게 늘고 있다. 논밭에 설치된 신규 태양광 발전소는 지난 2016년 1418개에서 2020년 6542개로 5년 새 5배 가까이 늘었다. 2016년부터 논밭에 신규 설치된 태양광 발전소는 5년 누적 1만8716개에 달하며 설비용량 기준으로는 지난 5년간 무려 2945㎿가 늘었다. 태양광 설비가 늘어난 만큼 작물 재배면적이 줄어들어 식량자급도 하락이 불가피한 구조다.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우리나라 전체 경지면적은 171만5000ha에서 158만1000ha로 급감했다. 농작물 생산량도 1544만3000톤에서 1526만2000톤으로 줄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난해 영국 이코노미스트의 세계식량안보지수 평가에서 72.1점을 받아 113개국 중 29위를 차지했다. 30위권 내 국가들이 대부분 OECD 가입국인 가운데 우리나라는 2017년 26위에서 매년 하락하고 있다.

예산정책처는 “식량안보를 위해 매년 줄고 있는 농지면적에 대한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본은 2030년까지 45%의 식량자급률을 목표로 농지 황폐화 방지정책 등을 고려한 농지면적 전망치를 414만ha로 책정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식량자급률 목표를 달성할 적정 농지면적을 규정하지 않아 체계적인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여당 간사인 서삼석 의원은 최근 열린 농식품부 국정감사에서 “10년간 13조 5200억원을 투입하고도 성과가 없다”며 “정부에 전담부서를 마련하고 목표를 구체화해 실현가능한 분야에 집중투자하는 등 관리시스템의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