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광호 “고령화 농촌엔 당장 혜택 줄 연구결과물 내야”
정광호 “고령화 농촌엔 당장 혜택 줄 연구결과물 내야”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21.11.02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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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광호 전남도의회 농수산위원장 인터뷰
신안만 65세 이상이 60% 넘어…“이 분들 못 기다린다”
소방서, 경찰서 지어달라 ’섬 발전 특별법’ 발의 등 민생정치
농촌서 가장 필요한 해답 즉시 적용하는 ‘현장형 도의원’

호우피해 실태조사특위 구성, 재난지원금 농어업인포함 촉구

도민 생활안정 최우선 의정활동으로 ‘대한민국 위민의정대상’ 수상

 

"가거島 신안군민 안 살았으면 중국인, 일본인들 살아

이 땅 지키고 산 사람들 정부가 홀대...균형 복지 시행해야

10년 뒤 70명 중 50명 사망하는 섬, 주거.환경여건 즉시 개선을"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저는 5개년, 10개년 계획 안 좋아합니다. 지금 당장 농민들 숨통 틔워줄 일이 급한데 언제 기다리고 있어요?”

전라남도의회 정광호 농수산위원장은 지난달 28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평소 지론을 이같이 밝혔다. 고령화가 심각한 농촌에 5년, 10년 걸려 연구 결과물을 내놓는다면 그 편익을 누릴 주민이 얼마 남아 있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서다. 실제 그의 지역구인 신안에서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 중 65세 이상 고령자가 60%를 차지한다.

“청년이 내려와야 농촌이 유지되죠. 빈집 수리해 5년 무상으로 빌려줘 정착할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합니다. 이런 정책 내는 데 몇 년이나 걸릴 필요가 없어요. 전남 농민들이 내년이라도 잘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정 위원장은 섬 주민들이 육지와 똑같이 국민으로서 최소한의 생활을 누리길 바라는 마음에서 ‘섬 발전 특별법’을 대표발의했고 그의 이런 민생을 최우선하는 의정활동은 지난 10월 29일 ‘제4회 대한민국 위민의정대상’ 수상으로써 인정받았다.

정광호 전남도의회 농수산위원장
정광호 전남도의회 농수산위원장

 

-평소 민생을 위하는 입법 활동이 ‘대한민국 위민의정대상’ 수상으로 이어진 것 같다.

‘의정활동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조례 제·개정 분야에서 입법 성과를 인정받아 수상자로 선정됐다. 전남을 대표하는 농수산위원장으로서 농어민을 대표한 활동들이 공신력 있는 기관의 여러 심사위원에게 인정받은 것 같아 기쁘다. 다같이 노력하고 힘써주신 농수산위원 모두의 노고라고 생각한다.

지난해 여름 집중호우에 항구적인 대책 마련을 위한 ‘섬진강.영산강 농어업 호우피해 실태조사 특별위원회 구성, 지난 3월 초 정부4차재난지원금 농어업인 포함 촉구 성명, 괭생이 모자반 피해예방대책 정부 촉구 건의 등 활동을 눈여겨 봐주신 것 같다.

우리 농수산위원회가 섬 주민과 농어업농어촌 발전을 위해 더욱 더 매진해 달라는 뜻으로 알고 주민 생활자치 실현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뒷받침에 더욱 노력하겠다.

-’섬 발전 특별법‘ 발의한 바 있는데, 특이하다.

신안은 섬 중에서도 가장 소외되고 있다. 육지에 소방서 들어온지 30~40년 지났지만 신안에는 아직도 경찰서도, 소방서도 없다. 신안군 내 가거도는 우리나라 최서남단에 있는 섬이다. 신안군민이 안 살고 있었다면 중국인, 일본인들이 살고 있었을 것이고 그럼 해안선 자체가 달라진다.

전 국민이 즐겨먹는 ’영광굴비‘도 구경 못하게 된다. 지금도 중국선 불법조업 문제가 연평도 못지않게 심각한데 이땅을 지키고 산 사람들에게 정부가 홀대하고 있다. 신안 홍도와 중도가 가고 싶은 섬 1, 2위로 각각 선정됐다. 맹장 터지면 사망 아니에요? 위급환자 발생시 병원 후송할 대책도 없는데 선정만 하면 뭐하나. 연안지역에 대중교통 좀 놔 줘야 한다. 20명 사는데 민간 사업자가 배를 놓겠나, 철도를 놓겠나. 주민이 개인적으로 배를 사서 오가고 있다. 그러나 다행히 김영록 지사님의 관심이 높아 해당 분야 예산 배정이 잘 되고 있고 사업이 진척을 보고 있다.

-연구 결과물을 당장 현장에 적용하자는 주의가 인상깊은데.

5개년, 10개년 계획은 수도권에 맞는 계획이고 농어촌에 필요한 건 지금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정책이다. 농촌에 사는 분들이 고령이신데 이분들이 5년, 10년 기다릴 수 있겠는가? 좋은 쌀 품종이 개발됐으면 내년에라도 적용해서 농민들이 바로 소득을 올릴 수 있게 해야지, 만날 연구만 하면 뭐하겠나 소득이 없는데.

중국에서 전부 수입하는 해삼, 개불 양식에 성공하면 어마어마한 부가가치를 올리게 된다. 10년 20년 연구해서 실적 없는 것들은 다 정리했으면 좋겠다. 관내 특정 섬을 보면 10년 후 전체인구 70명 중 50명은 사망하는 걸로 나온다. 도에서 선정하는 ’가고 싶은 섬‘은 5개년 계획인데 1년에 4~5곳 선정해서 섬 주민들 주거 여건, 환경을 개선해 줬으면 한다.

여서도에 갔더니 주민들이 소방헬기가 뜰 수 있는 헬기장을 해 달라고 하더라. 도에 와서 소방본부와 얘기해 직접 같이 가 눈으로 보고 헬기장 이.착륙이 가능한 걸 확인한 후 즉시 예산을 잡아 지금 공사중에 있다. 올해 가장 보람 있는 일로 기억된다.

-요즘 어떤 일로 바쁜가.

농촌 현장을 자주 찾는다. 수확의 기쁨보다 인력난, 판로 고민, 농자재 외상값 걱정 등을 얘기하는데 가장 큰 고민은 수확기 벼 매입 문제더라. 쌀값이 계속 하락하는 상황에서 2020년산 구곡 재고량이 평년보다 많고 올해 벼 작황까지 좋아 더 떨어질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농촌 지역 양곡도매업자, 일부 RPC(미곡종합처리장)에서 농업인의 불안감을 자극해 벼 매입가격을 떨어뜨리고 있다. 과거 농업인들이 수없이 경험한 쌀값 폭락의 기억 때문에 손해를 보더라도 팔아야 하는지 망설이는 모양새다.

-코로나19 이후 식량자급률이 국제 화두가 됐는데.

국민 주식인 쌀을 빼고 식량자급률을 논할 수 없다. 쌀 최대 주산지인 전남의 도의회 농수산위원장으로서 ’쌀만큼‘이라는 표현을 쓰고 싶다. 안타까운 점은 지난 5년간 국내 식량 자급을 떠받치다시피 한 쌀 자급률이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농식품부의 5년간(2015~2020년) 쌀 식량자급 현황을 보면 2015년 101%였던 쌀 자급률이 2020년 92.8%로 감소했다. 더구나 올해 9월 기준 비상상황에 대비한 정부 공공비축미는 역대 최저 수준이다. FAO(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는 최소한 연간 소비량의 17~18%(연간 70~80만톤)의 곡물을 상시 비축할 것을 권고하는 있는데 현재 비축 수준이 턱없이 모자란다. 2007년부터 국제 곡물가격이 전 세계적으로 급등하는 애그플레이션이 발생했을 때 필리핀,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이집트, 멕시코 등이 식량부족으로 폭동이 일어났던 일을 우리 정부는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쌀값 하락 폭이 큰 건 사실이다.

정부는 지난해 수확기 이후 쌀값이 계속 오름세를 유지하자 정부양곡을 올해 8월까지 총 다섯 차례, 31만톤을 공매곡으로 방출했다. 이런 인위적인 시장개입은 쌀값 상승세의 발목을 잡고 지난 8월부터 하향세로 돌아서게 하는 결정적 원인을 제공했다.

그리고 그 결과 9월 25일 기준 산지 쌀값은 20kg 기준 5만3816원으로 전월 대비 0.6%까지 하락했다. 작년 수확기 가격 5만4121원보다 낮아진 것이다. 특히 8월 공매곡은 산지유통업체에 고스란히 재고로 남아 2021년 수확기 쌀값을 교란시키는 악재로 작용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쌀값은 한 번 낮게 형성되면 회복이 어렵기 때문에 과잉물량으로 가격 하락이 우려될 때 선제적인 시장격리로 쌀값을 지지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금은 벼 매입가격을 결정하는 주효한 시점이므로 정부 차원의 보다 과감하고 선제적인 의지표명이 필요하다는 것을 간과해선 안 된다. 전남도와 도의회 농수산위원들 모두 향후 쌀값 추이와 작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쌀값이 안정될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에 대책을 지속 건의해 나갈 예정이다.

-전남 농업농촌의 상황은 어떤가.

전남 농어촌의 가장 큰 문제는 고령화,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소멸이다. 전남지역 고령인구 비율은 전국 17개 시․도에서 가장 높으며 노령화지수 또한 가장 높다. 우리나라 절반가량의 인구는 수도권에 거주해 인구쏠림 현상이 심각하며 대학 진학과 취업시기에 청년 인구가 자연스럽게 수도권으로 유출돼 인구절벽을 가져오는 매우 큰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다.

이런 악순환을 막기 위해서는 지역 청년 우선 채용을 위한 유관기관의 협력, 수도권 유망 대학․기업의 지방이전은 물론 고졸 청년의 취업 활성화를 위한 지역 맞춤형 훈련과 취업 서비스를 제공해 비수도권에 머무르는 청년 인구를 늘려야 한다. 특히 전남은 전국 최대 친환경 농수산물 생산의 강점을 적극 활용해 생산-제조-유통 기술을 선도적으로 이끄는 생태계를 마련해야 한다.

-농촌의 가장 큰 문제는 인구감소인 것 같다.

전남은 강진 고흥 곡성 구례 진도 해남 등 인구소멸지역이 16곳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다. 감사원 보고서에 따르면 지방소멸 위험지역은 2017년 228개 시군구 가운데 83개였지만 겨우 30년 후인 2047년에는 모든 신군구로 확대된다. 이 가운데 고위험지역은 157개(68.6%)다. 100년 지나면 서울 강남구와 부산 강서구 등 8개 지역을 제외한 전국 모든 곳이 고위험 단계로 접어든다. 지방소멸 문제는 결국에는 나라의 존폐 문제와 직결될 수 있다는 얘기다.

다행히 현 정부는 연간 1조원씩 10년간 인구감소지역에 재원을 투입할 예정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전남도에서도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다양한 대책들을 내놓고 있다. 지금은 국가는 국가대로 지방에서는 각 지역 실정에 맞는 효율적이고 치밀한 대책 수립에 힘을 쏟아야 할 때다.

-농업소득이 20년간 1000만원인데 농산물 유통구조 개혁으로 농가소득을 높일 방안이 있다면?

우선 농산물이 제값을 받을 수 있도록 유통체계를 혁신해야 한다. 전남도는 코로나19로 온라인 직거래 유통 가능성을 확인했다. 전남도에는 온라인 쇼핑몰 ’남도장터‘가 있다. 올해 9월말 기준 1576개 업체가 입점해 여수 돌산갓김치, 나주배, 장성 사과, 영광 굴비, 완도 전복 등 우리 지역을 대표하는 농수축산물 2만2000여 상품이 판매되고 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소비의 일상화돠 산지의 싱싱한 농수산물을 즉시 받을 수 있는 장점 때문에 남도장터가 더욱 각광받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이 326억원, 2018년도엔 5억4000억원, 2019년엔 63억8000만원이었다. 3년만에 60배로 매출액을 성장시킨 이유는 남도장터에 대한 신뢰도와 비대면 소비 확산이 맞물린 결과다. 앞으로 남도장터와 같은 직거래유통 시스템이 활성화된다면 지역 농수축산물 소비촉진과 생산자의 소득증대, 지역경제 활성화 등 효자노릇을 톡톡히 할 것이다.

-전남도 농정 방향에 대해.

최근 농정 흐름은 사람과 환경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다. 농업의 공익적 기능과 농촌의 지속가능성을 중심으로 더 많은 과제와 고민들이 생겨나고 있다. 농정틀 전환의 핵심정책인 공익직불제 시행으로 농업농촌의 공익창출 기반이 마련됐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더해 포용사회, 선도형 경제, 저탄소경제로의 전환 등 한국판 뉴딜이 추진중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농업인의날 기념사에서 “국가식량계획과 농촌공간계획을 수립해 농촌이 한국판 뉴딜의 핵심공간이 되게 하겠다”고 언급했다. 농업농촌이 국가 의제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했다는 의미다.

농업은 디지털 경제화를 위한 데이터 기반의 스마튼팜 확대, 혁신성장을 이끌 청년농 육성, 농가 경영안정을 위한 농업재해보험 효율화, 생활 사회간접자본(SOC) 확충 등이 지속적으로 추진돼 야 한다. 전남도에서도 농어민 공익수당을 전국 광역 최초로 도입해 지난해부터 연간 60만원을 지원해 오고 있다. 우리 지역의 공공기관 유치를 위해 아열대작물 실증센터가 장성군에, 농식품 기후변화대응센터가 올해 해남군에 유치가 확정됐다. 고흥군은 스마트팜 혁신밸리 준공을 코앞에 두고 있다. 전남의 농정은 지금처럼 내실 있고 차질 없는 추진으로 미래농업을 이끄는 데 앞장설 것이다.

-강조하고 싶은 말.

언젠가 우리 지역에 귀농한 청년농업인이 한 인터뷰가 가끔 떠오른다. “도시고 농촌이고 힘든 건 다 똑같아요. 그러나 농촌은 폐쇄된 공간이라 외롭게 많은 길을 걸었어요. 그게 제일 힘들었어요. 대부분 농촌은 문화가 없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농업정책의 초점은 농업, 농촌, 농업인 이 세가지에 맞춰져야 한다. 그러나 농촌에는 아이를 낳기 위한 산부인과도 아이를 보낼 학교도, 아이가 아플 때 데리고 갈 병원도 없다. 학생수, 환자수, 관람객수 등 도시와 같은 잣대로 농촌에 접근해선 안된다. 농촌재생으로 기본적인 의식주를 도시와 유사하게 맞춰줘야 한다. 최소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고서는 농촌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