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 안갯속...RPC들 수확기 의무매입량 줄여야
쌀값 안갯속...RPC들 수확기 의무매입량 줄여야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21.11.09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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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쌀값 지속적인 하락세…손실부담 커져
공매 때 사놓은 정부양곡 1만원씩 손해보고 팔아
쌀값 오를 여지 적어 적극 매입 어려운 형편

마트에 집중 '농산물소비쿠폰' 혜택서도 제외

소비자에 직접 쿠폰 주어 소비촉진 혜택 공평해야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쌀값이 하락세를 걷고 있는 가운데 산지쌀유통업체들이 수확기 벼 매입에 적극 나서지 못하고 있다.

서울 한 대형마트에 쌀포대가 진열돼 있는 모습.
서울 한 대형마트에 쌀포대가 진열돼 있는 모습.

9일 RPC(미곡종합처리장) 등 쌀유통업계에 따르면 산지에서 소비지 유통업체로 나가는 쌀값이 현재 4만8000원에서 5만원 사이로 이전 거래가격 5만~5만2000원에서 2~3000원 빠졌다.

쌀값, 벼값은 정부가 추석 전 공매를 실시한 직후인 8월 하순부터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10월 25일자 산지쌀값은 5만4154원(20kg 정곡)으로 열흘 전 5만5107원보다 953원(1.7%)이나 하락했다. 산지벼값도 8월 초까지만 해도 7만1~2000원(40kg 조곡)에 거래됐지만 8월 하순부터 6만 후반대에서 7만원으로 떨어져 내리 하락하고 있다.

21년산은 전년보다 10% 정도 증산됐다는 통계청의 조사결과도 있기 때문에 앞으로 쌀값이 오를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수확기 벼 매입을 하는 RPC, 특히 민간사업자들은 선뜻 벼 매입에 나서지 못하는 실정이다. 어제 사 놓은 벼값이 오늘 가격이 빠지는 식이라 손실부담을 안으면서까지 양껏 매입할 수 없는 것이다.

저장창고를 갖춘 대농들이 쌀값인상에 대한 기대심리로 출하를 미루는 현상도 RPC들이 벼 매입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팔지 않으려는 벼를 사려면 시세보다 높게 쳐줘야 하기 때문에 쌀값, 벼값이 계속 내리는 상황에선 경영부담을 안을 수 있다. 무엇보다 앞으로 쌀값, 벼값이 어찌될지 가늠할 수 없는 현재 상태가 RPC들이 확실한 경영계획을 세울 수 없는 큰 요인으로 풀이된다.

RPC들 재고량도 문제다. 아직도 적지않은 수가 정부가 공매를 통해 방출한 정부양곡을 못다팔고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8월 공매 이후 쌀값이 본격적인 하락세를 타자 6월 공매에서 사놨던 정부양곡을 벼 한 가마(40kg) 당 1만원씩 손해보며 판지 오래다. 지금처럼 쌀값이 오를 기미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는 기존 손실에 앞으로 손실을 볼 위험을 감수하며 무리하게 벼를 사는 모험에 나설 수 없는 형국일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RPC들은 농림축산식품부에 수확기 의무적으로 매입해야 하는 벼의 비율을 1.2배로 낮추고 매입기간도 내년 2월까지로 완화해 달라고 건의하고 있다. RPC들은 정부가 저리로 대출지원하는 벼 매입자금의 1.5배만큼을 수확기 의무적으로 매입해야 한다.

RPC 관계자는 “작년보다 가격이 안 좋다보니 벼가 덜 나오고 있다”며 “벼값, 쌀값이 계속 하락해 RPC가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잘 하는 곳이 본전치기라고 보면 된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의무매입량에 메여 적극적으로 벼를 사면 시장이 오히려 왜곡될 수 있다”며 “내년에 역계절 진폭이 와서 유통업체들이 손실을 크게 보면 농가벼 매입이 더 어려워진다”고 농가와 RPC의 상생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RPC들 경영상황이 어려운 가운데 정부가 추진하는 농산물 소비촉진정책에서도 소외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농산물소비쿠폰사업을 통해 소비자가 좀더 저렴한 가격에 농산물을 살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그런데 이 쿠폰을 하나로마트 등 대형마트측에 주어 이를 활용하지 못하는 마트 입점업체나 다른 중소상공인들이 상대적인 불이익을 당한다는 것이다. 쌀도 올해 9월부터 대상품목에 들어갔지만 마트의 관리를 받지 않는 입점업체인 즉석도정업체 등은 해당 마트가 실시하는 할인행사에서 제외돼 소비자의 외면을 받고 있다.

한 관계자는 “할인쿠폰을 마트에 주면 마트는 할인 농산물을 늘려 소비자를 유인할 수 있고 매출도 늘어 좋지만 거기서 소외되는 중소상인들은 매출이 줄어드는 피해를 본다”며 “소비자에게 할인쿠폰을 주고 직접 선택하게 하면 형평성 불만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