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팜리포트] 군 급식 구매제도 개선 무엇이 문제인가 ① 국방부 ‘군 급식 개선 종합대책’…농업계 거센 반발
[뉴스팜리포트] 군 급식 구매제도 개선 무엇이 문제인가 ① 국방부 ‘군 급식 개선 종합대책’…농업계 거센 반발
  • 이은혜 기자 grace-227@newsfarm.co.kr
  • 승인 2021.11.10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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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우유↓ 가공유↑·쌀 함유 의무 폐지 등
경쟁조달체계 저가경쟁으로 이어져 결국 장병·농가 피해

(한국농업신문= 이은혜 기자)군 급식 문제는 비단 오늘내일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부실한 군부대 급식 사진, 코로나19 격리 장병 급식 사진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연일 올라오며 다시금 군 급식 문제가 논란의 중심이 됐다. 결국 정부는 지난달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김부겸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제134회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통해 ‘군 급식 개선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선(先)식단 편성 후(後)식재료 경쟁조달 시스템’ 도입
민·관·군 합동위원회의 권고사항을 토대로 주요 내용을 보면 ▲장병 중심의 급식 조달체계 구축 ▲조리인력 확충 및 조리환경 개선 ▲급식운영체계 개선 등이다.

우선 급식 조달체계가 ‘장병’ 중심으로 개선된다. 장병들이 원하는 식단을 먼저 편성하고 식재료를 조달하는 ‘선(先) 식단 편성 후(後) 식재료 경쟁조달 시스템’을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기존 농·축·수협과 수의계약은 일정 기간 유예하고, 다양한 공급자가 군급식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계약물량을 단계적으로 축소한다. 2022년 70%, 2023년 50%, 2024년 30% 수준으로 점차 줄이다가 2025년부터는 전면적으로 식단을 짜는 부대에서 최적의 공급자를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정부가 발표한 내용이다.

또한, 쌀 소비 확대 정책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기류도 포착됐다. 의무적으로 급식하고 있는 쌀이 함유된 케이크나 햄버거빵, 쌀국수나 건빵 등 가공식품에 들어가던 쌀 함유의무가 폐지되면서 장병들이 선호하는 시중제품을 선택하게 하는 내용이 들어간 것이다.
축산물 계약도 ‘마리당’에서 ‘부위별·용도별 납품방식’으로 바꾸고 장병들이 선호하는 부위를 조리에 적합한 형태로 조달해 조리병들의 조리 준비 부담을 줄인다.

더불어 장병들의 선호도가 낮은 흰 우유 공급량을 단계적으로 줄이고 초코우유나 바나나우유, 두유 등 가공 유제품을 장병들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

급식비도 높아질 전망이다. 국방부는 기본급식 단가를 올해 8790원에서 내년 1만1000원으로 대폭 인상하는 등 급식 질 향상을 위한 예산 지원 강화 방침을 밝혔다.

수입산 식재료 중심 저가경쟁계약 군 급식 멈춰야
그러나 이같은 정부의 발표대책에도 불구하고 안팎으로는 질타가 쏟아졌다.

국회 농해수위 소속 윤재갑 의원(더불어민주당 해남·완도·진도)은 지난달 6일 농식품부와 농협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인용해 “국방부의 조달체계 변경으로 인해 군 급식 품목의 74.6%를 수입산이 차지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실제로 윤재갑 의원에 따르면 ‘군 급식시스템 개선 시범사업’의 부식 조달 업체로 최저가를 제시한 대기업 계열사가 낙찰됐는데, 이들이 납품하게 될 477개 품목 가운데, 356개(74.6%)는 수입산인 것으로 나타났다. 윤 의원은 “전자입찰 공고 자료를 보면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마늘, 호박, 배추김치 등을 중국, 미국, 캐나다, 호주, 브라질 등지에서 수입한 재료로 군 급식에 사용됨이 밝혀졌다”고 지적했다. 

이양수 의원(국민의힘 속초·인제·고성·양양)은 “지역 원칙을 이야기하지만, ‘선메뉴 편성, 후경쟁조달체계’로 급식방식이 전환될 경우 지역의 생산자들이 안정적으로 급식재료를 조달하기 어렵고, 결과적으로 생산자들이 배제될 수밖에 없다”며 “농업인과 상생하는 군 급식을 위해 농식품부가 적극적으로 방어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시민사회와 농업계의 반발도 거세졌다.

군인권센터와 농어업·먹거리 관련 단체들은 지난달 12일 국방부의 군 급식 식재료 조달체계 도입을 규탄하며 ‘군급식 개선을 위한 전국 공동대책위원회’를 결성했다.

대책위는 지난달 18일 성명서를 통해 식재료 경쟁조달 체계는 저가경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각종 납품비리와 출처를 알 수 없는 부실 식자재 공급, 다단계 납품체계로 인한 하청 공급처 피해, 농축어가 피해를 불러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책위는 “농협은 군 급식에 공급되는 농산물의 70% 이상을 접경지역 생산자로부터 계약 공급해야 함에도 일부 군납조합은 아직도 국방부와 농어민 사이에서 불법납품업자를 끼고 편의에 따라 공급을 주관하며 장병들에게는 천편일률적인 낡은 식단을, 농어민에게는 희생을 강요해 왔다”며 “이렇게 된 데에는 관리 감독 권한이 있는 국방부의 안일한 대처도 한몫을 했다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책위는 또 “군납조합의 독점을 풀고 기업 등에게 문을 열고 경쟁을 붙이면 모든 문제가 자연히 해결될 것으로 생각하는 안일하고 무책임한 발상”이라며 “국방부는 경쟁으로 급식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으나 이는 이윤에 눈이 먼 기업의 참여를 부르고, 필연적으로 저가 경쟁입찰을 불러 부실 급식이 개선되는 것이 아닌 확대로 나타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국방부가 수입산 식재료 중심의 저가경쟁계약 군 급식을 당장 멈추고 군 장병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하는 공공조달체계 도입을 주요골자로 한 개선안을 다시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태훈 대책위 공동대표(군인권센터 소장)는 “장병들의 건강급식 실현을 위해 각종 공론화 활동을 전개하고, 내년 대선·지방선거에서 정치권 공약에 포함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산 농축산물 배제…피해 오롯이 장병·농가에게
축산업계도 정부가 축산농가의 생존권은 말살하면서, 축산물수입업자·대기업을 위한 이권보호정책을 강행하겠다고 있다며 농가의 어려움을 성토하고 나섰다.

축산관련단체협의회(회장 이승호)는 지난달 19일 성명서를 통해 국방부는 엉뚱하게도 저가 경쟁입찰 시스템 도입을 통해 국내산 농축산물을 배제하려는 것을 핵심대책으로 포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국방부가 장병 선택권을 확대해 가공우유·두유 등 제품의 비중을 늘리고 흰우유 납품 비중을 줄이는 대책에 대해 낙농가들의 실망은 걷잡을 수 없다고 밝혔다.

축단협은 “그간 국방부는 당초 흰우유 급식 총량유지 약속과는 달리 장병 영양공급을 위한 필수식품인 흰우유 공급횟수를 매년 축소해왔다. 칼슘함량이 우유에 비해 크게 부족하고, 대부분 수입산 대두를 사용하는 식품대기업 독과점체제의 콩즙을 ‘우유’ 대신 장병들에게 공급하겠다는 의도”라며 “군 장병의 건강과 체력은 내팽개친 채 수입망령에 빠진 국방부는 어느 나라의 국방부인지 모르겠다”고 반발했다.

이승호 회장은 “농축산물 경쟁조달체계가 도입되면 결국엔 어떤 방식으로든 외국산 제품이 군급식에 공급될 가능성이 크고, 그 피해는 군 장병과 농민들이 고스란히 받게 될 것”이라며 “이번 대책은 식량안보에도 큰 위협이 되는 사안인 만큼 강경 대응을 불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위원장 정현찬)는 지난 9월 27일 서울 여의도 농업정책보험금융원에서 ‘군급식 개선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위원장 정현찬)는 지난 9월 27일 서울 여의도 농업정책보험금융원에서 ‘군급식 개선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지역상생형 공공조달체계 구축 필요
한편,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위원장 정현찬)는 지난 9월 27일 서울 여의도 농업정책보험금융원에서 ‘군급식 개선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정책토론회에서는 김경욱 국방부 물자관리과장의 ‘군급식 개선방안 및 추진계획’과 송원규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부소장의 ‘군급식 개선과제 및 공적조달체계 도입 방안’의 발표와 함께 김경주 식생활교육 국민네트워크 공동대표를 좌장으로 전문가 토론이 이뤄졌다.
김경욱 국방부 물자관리과장은 군 급식 문제점으로 ▲장병 급식관리에 대한 지휘관·간부들의 관심 부족 ▲학교급식 대비 낮은 기본급식비로 급식의 질 향상 한계 ▲조리병 중심의 조리인력 구조와 낙후된 조리환경 ▲공급자 위주의 조달체계로 장병 선호급식 반영 등 4가지를 꼽았다. 

전문가 토론에서 김오열 전국먹거리연대 공공조달 소위원장은 “군 급식 개선 기본방향은 가격중심 시장경쟁입찰에 따른 식재료 공급 방식이 아니라 먹거리통합지원센터를 통한 공공조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농식품부와 지자체의 공공급식지원조례에 따른 먹거리통합지원센터의 군 급식 참여방안을 마련하고 지자체와 인근 군부대 사이에 협약을 맺어 센터를 통한 공급가능 품목 선정과 생산자 참여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현찬 위원장은 “군장병들에게 인근 지역에서 생산된 식재료로 만든 건강하고 안전한 식사가 제공될 수 있도록 계약재배를 기반으로 한 지역상생형 공공조달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함께 노력할 것을 당부했다.
이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