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 사장 온다고 하자...유통인들 서울시 항의 방문
롯○○○ 사장 온다고 하자...유통인들 서울시 항의 방문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21.11.24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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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락시장 관리할 서울농수산식품公 신임사장 자질 논란
민간유통업체 출신 선정 유력…도매시장 문제 영원히 못 푸나

사모펀드 장악한 경매회사 수탁독과점.깜깜이 경매로 시끄러워
‘생산자 출하선택권․제값 받기’ 마인드 없는 신임사장 소문에 침울

산지와 직거래하는 대형마트, 수시.상시세일...도매시장 퇴보 일로 

도매시장 의존 동네마트, 식당 등 자영업자.골목상권도 같이 망해 

"다른 것은 다 경쟁 시키면서 왜 가락시장만 소수의 이익 대변하는지"

시장도매인제 도입해 경쟁 촉진시킬 '유통 현장 출신' 와야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국내 최대 농산물 도매시장인 가락시장을 관리하는 서울농수산식품공사 신임사장으로 민간유통업체 운영경력을 가진 지원자가 올 것이 확실시되면서 유통인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가락시장 전경
가락시장 전경

한국마트협회, 한국시장도매인연합회 등 유통 5단체는 23일 서울시와 서울시의회에 공사 신임사장 재고를 요구하는 건의서를 순차로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공모를 마감한 서울농수산식품공사 신임사장 후보로는 민간유통업체 출신 3명이 최종 명단에 올라 있는 상황이다. 3명은 각각 롯데마트, 농협유통, 홈플러스 대표로 이 중 롯데마트 문영표 대표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락시장은 전국 최대 농산물도매시장으로 이곳에서 경매를 통해 정해진 가격이 해당 품목의 전국적인 기준가격이 된다. 이번 공사 신임사장 공모에 유통인들의 관심이 집중된 이유다. 특히 외부 대형유통업체의 직거래와 수시 세일행사 등으로 도매시장이 내리막길을 걷는 현재 상황에서 신임사장은 도매시장 활성화라는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공익보다 회사의 이익 추구가 먼저인 민간유통업체 출신이 새 사장이 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유통인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가락시장 청과직판장 A씨는 “도매시장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자영업자는 온라인 직거래에 밀려 가격경쟁력을 갖지 못한다”며 “자영업자에게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도록 시장도매인제 도입 등 거래제도 다양화를 실현시킬 사람이 사장으로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장도매인제는 시장도매인이라는 중간 도매상이 산지에서 직접 물건을 가져와 소비지 유통업체에 판매하는 농산물 거래제도의 하나다. 현행 가락시장에서 운영되는 유일한 거래제도인 경매제에서 경매회사(도매시장법인)의 경매를 통해 중도매인이 물건을 낙찰받아 소비지 유통업체에 파는 것에 비해 유통단계가 줄어 생산자에겐 제값을 주고 소비자에겐 좀더 저렴하게 농산물을 공급할 수 있는 거래제도로 알려져 있다.

공사는 시장도매인제를 경매제와 병행 운영하려 시도해 왔지만 경매회사들의 반발로 시행에 옮기진 못하고 있다. 경매회사는 농민이 가져온 농산물을 경매에 부치는 것만으로 물건값의 4%(가락시장)를 수수료로 떼 간다. 산지를 직접 찾아가거나 하는 품을 들이지 않고도 막대한 수수료 수익을 얻기 때문에 농업과 아무 관련없는 대기업과 사모펀드까지 대주주로 들어와 있는 실정이다.

소비지를 상대하는 중간도매상 뿐 아니라 생산자인 농민도 시장도매인제 도입을 원하고 있다.

전국양파생산자협회는 가락시장에 ‘전남형 시장도매인제’ 도입을 위해 서울시와 mou를 체결했지만 농림축산식품부 승인을 얻어야 한다는 농안법 시행규칙에 막혀 감사원에 감사 청구한 바 있다.

협회 관계자는 “생산자들의 출하선택권 보장이라든가 수취가 보장 등 공영도매시장의 공익성을 잘 아는 사람이 와야 하는데, (민간유통업체에서 사장이 오면) 기존 상태에서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할 것 같아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가락시장은 기준가격이 결정되는 상징성을 갖고 있는데 그 기준가격이 정부의 농산물 정책에 반영되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다”며 “수탁독과점, 깜깜이경매 등 경매제의 단점이 많은데 거래제도 하나를 더 넣어 경쟁시대로 가야지, 다른 것은 다 경쟁을 시키면서 왜 가락시장만 소수의 이익을 대변하는지 모를 일”이라고 고개를 내저었다.

한국농촌지도자연합회 관계자는 “서울시에서 바라보는 도매시장이 결국은 소비지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함을 반영하는 것”이라며 “민간유통업체 운영자라면 소비지 중심의 사고를 할 것이 명확하고 농산물 저장이라든가 도.소매 분리가 안 되는 문제 등 농민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가락시장은 35년 전 창설 당시 그대로의 모습에서 한 치도 변함 없이 운영되며 도매시장 안팎에서 농촌과 자영업자를 망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 관계자는 “도매시장을 망하게 한 대형마트 출신인사를 수장으로 데려와 재벌공화국으로 만들 셈인가?”하고 공사 신임사장 선정과정에서 불편한 마음을 내비쳤다.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