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왜 쌀만 갖고 물가 타령하나
[데스크칼럼] 왜 쌀만 갖고 물가 타령하나
  • 유은영 부국장 you@newsfarm.co.kr
  • 승인 2021.11.24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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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8%, 빵 9% 오를 때는 뭐하다가...

(한국농업신문=유은영 부국장) 국회와 농민단체, 농협 등 전방위적인 쌀 시장격리 촉구에도 정부는 미동도 않고 있다.

올해 쌀 생산량은 388만톤으로 전년 350만톤 대비 10.7% 증가했다. 신곡 예상수요량 357만 톤을 감안하면 초과 생산량이 약 7%로 시장격리 요건을 충분히 갖춘 상태다. 정부는 지난해 공익직불제를 시행하면서 쌀의 남는 물량이 수요량의 3% 이상을 넘을 때 시장격리를 할 수 있도록 양곡관리법에 정해 놓았다.

벌써 쌀 산지가격은 6% 가까이 하락했다. 10월 5일 기준 80kg 한 가마에 22만7200원이던 쌀 산지가격은 한 달 만인 11월 5일 21만4600원으로 하락했다.

현재 쌀값 하락을 막을 방법은 내년 예상수요(357만톤)를 넘는 물량 31만톤을 정부가 매입해 시장에서 격리하는 것밖에 없다. 이같은 국회의 지적에도 농민단체들의 집회에도 농림축산식품부며 기획재정부는 별 생각이 없는 모양새다.

나아가 쌀값이 더 내려야 한다고 여기는 듯하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7일 농협유통 하나로마트 서울 양재점을 찾아 쌀값이 생산량 증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높게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생산량 증가 효과가 가격에 충분히 반영되도록 수급관리를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쌀값을 더 낮추겠다는 얘기다.

이런 정부의 태도는 벼․쌀값 하락에 불을 활활 붙이고 있다. 앞으로 쌀값이 더 내릴 것을 확신한 유통인들이 농가와 도매상들을 상대로 벼.쌀값 후려치기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농가의 어려움이 크지만 농가에서 벼를 사는 미곡종합처리장(RPC)들은 밤잠을 설칠 정도다. 쌀 납품거래처인 소비지 유통업체들이 농가에서 벼를 사온 값보다 더 낮은 값을 요구하기 때문에 ‘진퇴양난’에 빠진 것.

농가의 벼를 사 주라고 정부에서 매입자금 지원까지 받는 입장에서 시세만 들이밀며 벼를 살 수 없는 RPC들이지만 쌀을 팔아 경영을 책임져야 하는 경영체로써 손실을 볼 수만은 없는 양면성을 가졌다. 따라서 대형마트 등 납품처에서 요구하는대로 쌀값을 낮춰 팔 수밖에 없고 이는 고스란히 벼값 하락으로 이어져 농민에게 피해가 간다.

현재 쌀값 21만원가량은 80kg 한 가마를 도시에 사는 4인 가족이 넉달을 먹는 현실에 비춰볼 때 결코 높다고 할 수 없다. 게다가 지금의 쌀값 하락은 정부가 ‘무한대 정부양곡 방출’로 자초한 일이기도 하다. 정부는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정부양곡 37만톤을 도정업체 공매를 통해 시장에 방출했다. 수확기 즈음 실시한 공매가 농가와 산지 쌀 유통업체들의 손실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햅곡이 나올 무렵 구곡을 방출하는 것은 상도의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받을만하다.

그런데 왜 쌀만 가지고 물가 타령을 하는지 모를 일이다. 농민들이 만날 하는 얘기가 있다. ‘라면, 밀가루 오를 땐 자빠져 있다가 쌀값 조금 오를 땐 호들갑을 떠냐’고 말이다. 라면은 8월부터 약 8% 올랐고 햄, 참치캔 등 육가공제품은 9~10% 올랐다. 빵 가격도 5~9% 올랐다. 오른 이유는 전세계적인 원자재 가격 상승 때문이라고 한다. 농촌 인건비는 올해 30% 올랐다. 비료 등 농자재값은 14.8% 올랐다.

정부가 쌀 시장격리에 하루 빨리 나서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