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염불 되는 쌀 시장격리
[사설] 공염불 되는 쌀 시장격리
  • 연승우 기자 dust8863@newsfarm.co.kr
  • 승인 2021.12.01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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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업신문 사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11월 25일 기준 산지 쌀값은 20kg 기준 5만2998원이다. 11월 15일 보다 0.8% 하락했고, 10월 5일 햅쌀 가격보다는 7.1%가 떨어졌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도 2.2%낮아진 가격이다. 쌀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늘면서 가격이 계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정부는 요지부동이다. 쌀 가격이 하락했을 때 지급하는 변동직불금을 폐지하는 대신 시장 안정을 위해 자동격리를 도입한다고 했지만, 시장격리는 자동이 아니라 수동이 돼 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대선 후보가 초과생산량 27만톤을 시장격리한다고 발표했다. 물론 개인SNS에서 발표한 것이라 공식적이라 할 수는 없지만, 대선후보라는 점에서 농민단체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하지만, 발표한 내용과는 달리 농림축산식품부는 시장격리에 대해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농민단체에서는 쌀 27만톤의 시장격리 비용을 9000억원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이 비용을 기획재정부와 협의해서 받아야 하는데 기획재정부도 현재 쌀값이 높다며 시장격리에 완강히 반대하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는 지난달 17일 쌀 시장격리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대선 후보의 주장이 공염불이 되어 버렸다. 사전 당정청 협의를 통해 어느 정도 이야기가 됐다는 것이 이재명 캠프의 주장이지만, 농식품부는 협의된 내용이 없다고 했다. 예산 확보도 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선심쓰듯 쌀 시장격리를 주장한 것이다.

쌀 시장격리 조건을 양곡관리법 시행령에 명시한 이유는 조건을 충족하면 시장격리를 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현 정부는 위법적, 아니 초법적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사실 이재명 후보의 시장격리 발표도 시기상으로는 많이 늦었다. 농민들은 이제나저제나 쌀 시장격리 발표만을 기다리고 있다. 지금 쌀값 하락세가 역계절진폭으로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있기 때문이다. 농촌경제연구원 쌀 관측에 따르면 2021년산 생산량 증가로 수확기 이후 공급과잉으로 역계절진폭을 발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재명 후보의 쌀값 지지 대책이 공염불이 되지 않도록 정부당국이 적극 나서야 한다. 쌀값이 지난해보다 싸야 할 이유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