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의무자조금제도의 끝은 소비자 신뢰와 소비
[전문가칼럼] 의무자조금제도의 끝은 소비자 신뢰와 소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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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12.10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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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응철 통합자조금지원센터

의무자조금단체만 만들면, 농산물 유통과 가격 문제가 모두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는 분들도 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녹녹하지 않다. 국내외 사례를 돌아보면 결국, 소비자로부터 계속 선택을 받지 못하면, 해당 품목 농업인과 해당 품목산업은 존립의 위기에 직면할 수밖에 없게 된다. 

2000년 뉴질랜드 키위위원회와 단일 유통조직 제스프리가 출범했다. 맛과 품질보다 출하량 확대에 치중했고 결국 2005년까지 계속 가격이 하락하여 존립의 위기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후 키위위원회가 관리·감독하는 제스프리와 참여조직, 농가 간 브랜드마케팅시스템을 구축하고 출하량보다 맛과 품질을 앞세우고 매년 1300억원을 홍보비로 투자했다. 결국, 2005년에 비하여 2020년 키위 출하량(57만톤)은 0.8배, 단가(3700원)는 1.2배, 출하액(2조1000억원)은 3.1배, ha당 소득(9800만원)은 3.3배가 늘어나는 성과를 만들어냈다. 

소비자의 재구매를 다음과 같이 단계별로 구분할 수 있다. (1단계) 소비자가 구매하고 (2단계) 먹어보면서, (3단계) 만족감을 느끼게 되면, (4단계) 신뢰와 인정을 받을 수 있게 되며, (5단계) 다시 접근하여 선택하면, 구매와 취식경험, 만족, 신뢰, 접근으로 계속 이어지게 된다. 

우선은 의무자조금단체가 소비 확대를 위해서 판매촉진, 광고, 교육 및 정보제공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일시에 대규모 물량을 소진시키기 위한 판촉행사를 통해 이전보다 판매량이 25배 이상 늘어난 품목도 있다고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온·오프라인 광고매체를 이용하여 해당 품목의 효능과 효과, 먹는 방법 등을 홍보할 수 있으며, 소비자 교육 프로그램 운영은 물론이고 다큐멘터리 방송 제작 등을 통해 소비자에게 각종 정보를 제공할 수도 있다. 소비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사업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하고 수급상황에 따라 대규모 사업비도 투자해야 한다. 

그러나 결국, 맛과 품질로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주고 인정받아야 한다는 측면에서 근본적으로는 브랜드마케팅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맛과 품질을 관리하는 것도, 소비자들에게 이러한 사실을 알리는 것도 쉽지만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단계) 농업인과 참여조직의 전속출하, (2단계) 품질관리 체계화, (3단계) 브랜드관리 체계화, (4단계) 마케팅 체계화를 통해 브랜드마케팅시스템을 구축해야 브랜드가치와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고 농업인들이 원하는 비용 절감, 수취가 제고, 소득안정망 구축과 같은 성과를 창출할 수 있다.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말이 있듯이 이제라도 의무자조금단체를 중심으로 시작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