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CPTPP 가입에 대한 우려
[사설] CPTPP 가입에 대한 우려
  • 연승우 기자 dust8863@newsfarm.co.kr
  • 승인 2021.12.16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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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업신문 사설)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추진한다는 정부의 발표는 더 이상 새삼스럽지도 않다. 이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비준이 끝나고 내년부터 발효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CPTPP는 우려의 목소리가 더 크다. 농업계에서는 지금까지의 농산물개방보다도 그 여파가 가장 클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CPTPP로 인해 가장 큰 우려는 쌀이다. 올해 우리나라는 WTO에 쌀 관세화 절차를 모두 마쳤다고 통보했다. 지금까지는 예외품목이었던 쌀이 고율관세품목이 됐다. 지금까지 진행한 FTA에서 쌀은 개방대상에서 예외였다. 하지만 고관세로 전환한 지금 쌀도 관세 감축을 요구하면 이를 막을 방법이 있다. 일본도 TPP 가입하면서 8400톤의 쌀 무관세 쿼터를 허용한 선례가 있다.

다음으로는 검역장벽의 해체다. 관세는 자유무역의 장벽으로 여겨지면서 WTO 이후, FTA 등 무역협정에서 관세를 낮추거나 철폐했다. 이를 통해 농산물 수입을 확대했지만, 수입국가에서는 검역을 또다른 장벽으로 이용했다. 농축산물의 특정 병충해를 이유로 수입을 막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CPTPP 가입을 위해 SPS(동식물위생·검역) 수입 허용 여부 평가 단위를 더욱 세분화하고 있어, 그동안 병해충, 가축질병 등을 이유로 수입을 규제해 온 생과실 및 신선 축산물의 국내 시장 진출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농업계 안팎에서 한미FTA 또는 한중FTA를 넘어 이전에 체결한 어떠한 FTA보다 농업부문의 피해가 클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마지막으로 종자다. 일본은 최근 우리나라가 자신의 종자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며 품종보호장치를 법적으로 개선하고 있다. 제주도에서 일본 품종인 아스미를 재배하다가 일본의 항의로 수백톤의 아스미품종 수백톤을 폐기한 바 있다. 최근 인기가 높은 샤인머스캣 포도 품종도 일본 개발 품종이다. 향후 일본과 종자로 인한 충돌이 계속 문제가 될 수 있다. 일본이 CPTPP 가입을 전제로 종자에 대한 권리를 강화하는 방식을 우리에게 강요한다면 농민들은 로열티 등의 부담을 이중으로 안게 된다.

가입을 서두를 이유도 없고 가입한다고 실익이 많지도 않은 상황에서 농업에 막대한 피해를 주면서까지 가입한다는 건 식량주권을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