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인터뷰-희망을 여는 청년 농업인] 강선아 우리원농장 대표 “유기농업, 우리 농업이 최종적으로 가야할 길”
[신년 인터뷰-희망을 여는 청년 농업인] 강선아 우리원농장 대표 “유기농업, 우리 농업이 최종적으로 가야할 길”
  • 이은혜 기자 grace-227@newsfarm.co.kr
  • 승인 2022.01.14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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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선입견 개선돼야
안정적인 판로 구축 절실…소비트렌드 맞춰 대응 필요

(한국농업신문= 이은혜 기자)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화두인 가운데, 지난 7일 전남 보성에서 만난 강선아 우리원농장 대표는 유기농업이 그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생각을 밝혔다. 땅을 자연 그 상태로 회복시키고, 보존하고, 그 땅에서 자란 건강한 농산물을 먹는 것. 가장 중요하고도 기본적인 것이 지켜지지 않으면 미래에는 지구에서 살아가는 것조차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만큼 유기농업이 중요성이 많이 알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벼와 피를 구분하지 못했던 그녀는, 어느새 건실한 농장을 이끄는 대표로, 흩어져 있던 청년농업인을 하나로 모은 청년으로, 열정적인 농업인으로 우뚝 섰다.  

-어떻게 농업에 뛰어들게 됐는지.
2007년 24살에 대학을 졸업했고 교육학으로 독일 유학을 준비하고 있었다. 당시 어머니께서 권유하셔서 한국벤처농업대학에서 한 달에 한 번 듣는 수업이 있었다. 여름쯤, 아버지께서 강사님으로 오게 돼셨다. 아버지의 강의를 듣는 건 처음이었다. 예전에 부모님이 농사일을 하시니까 무작정 도와드리기는 했지만, 사실 나는 논의 벼와 피도 구분하지 못하는, 농사에 대한 지식은 전혀 없는 상태였다. 

그런데 아버지의 강의를 들으면서 부모님이 하시는 일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그리고 이 일이 정말 중요하고 미래에 꼭 필요한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이후로 이곳으로 내려와 3년 정도는 모든 바깥일을 했다. 논에서도 일하고, 밭일도 하고, 쌀을 도정해서 판매하는 것도 직접 해보고 그렇게 정신없이 시간을 보냈다. 어차피 농사일을 할 거였으면 미리 배워놓을 걸 싶었지만, 그래도 그 시간 동안 다양하게 해보면서 내가 뭘 잘 할 수 있는지 알 수 있었던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현재 하는 일을 소개해달라.
친환경농촌융복합산업이라고 설명할 수 있겠다. 1차적으로 농사, 2차로 농사지은 것들을 가공(제품화), 3차로 교육체험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IT 기술 활용하는 것도 고민하고 있고, 온라인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현재 11.4ha 면적에 유기농 벼를 재배하고 있다.
    
-우리원농장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
지금까지는 어머니와 내가 주로 운영해왔고, 올해부터는 동생들도 함께하겠다고 해서 본인들의 목표나 꿈을 찾을 수 있게 도와주려고 한다.
현재 오색 쌀, 10년 이상 15년 이상 숙성시킨 발효액, 발효식품들을 판매하고 있고, 우리원에서만 맛볼 수 있는 장아찌를 체험하러 오신 분들이 많이 좋아해 주셔서 이 부분도 제품화를 계획하고 있다.

교육관에서는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데, 코로나19 이후로 지난해는 비대면 체험키트를 개발해 진행했다. 온라인 영상을 만들고 키트를 보내주면 어린이집에서나 학교에서 쉽게 체험할 수 있다. 전남에서 2020년은 시범적으로, 지난해는 본격적으로 진행해봤는데 성과가 좋았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보고 느끼고 얻을 수 있는 부분이 크기 때문에 얼른 현장 체험을 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처음에는 유기농업(친환경)을 하는 농업인을 대상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다가 점차 소비자, 그리고 미래 세대인 학생들로 대상을 넓혔다. 우리가 생산한 농산물을 이해하고 소비할 수 있는 소비자가 필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또한, 농업에 관심 없는 학생들을 위해 농업·농촌에 대한 흥미부터 불어넣어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대로 가다간 정말 우리 농산물을 소비할 소비자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계속해서 대상 영역을 넓히고 있다.
    
-유기농업을 설명한다면.
농업이 최종적으로 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한다. 화학비료나 제초제,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농사를 짓는 것이다. 땅을 자연 그 상태로 회복시켜 놓는 것은 단시간에 되는 일이 아니다. 오랫동안 땅을 오염시켜 왔는데 친환경을 바로 시작한다고 해서 진정한 친환경이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당장 시작하더라도 완벽하게 자연 회복되는 건 너무나도 많은 시간이 걸린다. 사실 지금도 너무 늦었다.

부모님께서는 유기농업을 하시겠다고 결혼 서약을 하셨다. 실천하며 살겠다는 굳은 마음으로 같이 시작하셨기 때문에 40년 전부터 지금까지 힘든 시절을 겪으며 이어올 수 있었다고 하셨다. 내가 하는 일은 그렇게 만들어진 땅을 이어가는 일이다. 지속 가능할 수 있도록 보존해야 한다. 

해외에 비해서 우리나라 친환경 인증 제도는 굉장히 까다롭다. 오히려 예전보다 지금이 친환경 암흑기인 것 같기도 하다. 소비자들도, 심지어 같은 농민도 친환경은 불가능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판로가 만들어지고 있지만 확실하지 않고, 안정적이지 못하다. 학교급식으로 주로 나가고 있지만 그마저도 코로나19로 인해 2년 동안 중단되다 보니 어려움이 많고, 꾸러미사업 또한 한시적인 방법이라 확실하지 않다. 보다 안정적인 판로 구축이 절실하다.
    
-식량안보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정작 쌀은 소비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져가고 있다.
코로나19는 결과론적으로 쌀 소비를 증가시켰다. 우리 농장 같은 경우도 2019년에 비해 2020년 판매량이 많이 늘어났다. 그런데 미처 대응을 못 했다. 시설도 빨리 더 보완했어야 했고, 서비스도 보완했어야 하는데 농가에서 대응하지 못했다. 농업농촌에서도 이에 대한 준비가 부족했던 것 같다. 

앞으로는 간편식에 대한 수요가 더 증가할 것으로 생각해 준비하고 있다. 이제 쌀로만 소비하는 시대는 지났다. 쌀로 먹지 않는다면 쌀로 만든 다른 것들로 관심을 끌어야 하지 않을까. 위기를 기회로 삼지 못하면 계속 어려움에만 빠지게 된다. 시대는 변하고 있고,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우리 농장에서도 올해 유기농 누룽지를 출시 예정 중이다. 쌀 수출에 관심이 많은데 무게 때문에 한계가 있어 제품화를 통해 수출 쪽을 늘리려고 생각 중이다. 

쌀 디저트 체험도 반응이 좋다. 변화하는 트렌드에 대해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해줬으면 좋겠다. 농촌진흥청에서 개발한 ‘가루미’ 같은 경우에도 기존의 쌀 단점이 많이 보완됐고, 조금만 더 연구한다면 충분히 밀가루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코로나19로 식량자급률, 식량안보에 대한 국민적 인식이 확실히 높아졌다. 이번 기회를 통해 농업이 많이 부각되고 자리를 잡았으면 좋겠다. 농업인들 또한 이번이야말로 농업의 중요성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고, 적극 활용해야 한다.
    
-청년농업인연합회는 어떻게 만들게 됐나.
2017년 창립했고, 초대 회장을 지냈다. 2기 회장까지 역임하며 지난해를 끝으로 임기를 마무리를 지었다. 5년 정도 한 것 같다. 창립 당시 청년농업인을 위한 커뮤니티가 없었다. 나는 전국적으로 청년들이 어떤 환경에서 무엇을 하는지가 너무 궁금했다. 그래서 만들었다. 우리끼리 활동도 활발하게 했고, 전국을 다녔다. 너무 즐겁고 재밌게 열정적으로 했던 시기였다. 함께한 모두들 그런 것들이 필요해서 왔고 정보 공유, 커뮤니티에 대해 갈급함이 있었다. 청년농업인이 단체화되고 사회에서 역할을 할 수 있는 모티브가 됐기 때문에 청년농업인 시작의 역사를 쓰지 않았나 생각한다. 

청년들의 특성상 변화에 민감하고 또 쉽게 변화를 받아들이기도 한다. 지금도 상황에 맞게 단체는 계속 변화하고 있다. 평일에는 줌 모임으로 활동하고 있다. 우리가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도전할 수 있는 이유는 청년이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청년들의 단체는 자체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자조적으로 활동하는 부분들이 가장 중요할 것 같다.
    
-청년농업인으로서 힘든 점이나 고충은 없는지.
비단 청년으로서는 아니고, 농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개선되고 편견이 사라졌으면 한다. 농업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있다 보니 여기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데도 왠지 농업·농촌 하면 막연하게 시골, 도움을 받아야 하는 분야로 인식되는 것 같다. 사람들의 농업·농촌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을 없애고 싶다. 같은 청년들과 얘기를 해봐도 농업·농촌이 도시에서 사는 환경과는 다르다 보니 ‘농업인’이라는 직업을 굉장히 특별하게 생각하는 게 나는 오히려 싫다. 
    
-올해 세운 목표가 있다면.
지난해까지는 대외활동을 많이 했는데, 올해는 우리원농장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키려고 한다. 도정 시설도 최신 설비로 바꾸고, 진행하고 있는 프로그램들도 더욱 풍부하고 다채롭게 꾸밀 생각이다. 교육이나 체험프로그램은 늘 단체로만 받았었는데, 이제는 가족·친구·연인 등 소규모 단위로 올 수 있게끔 공간을 조성하고 있다. 

또한, 올해는 유기농 하시는 분들과도 함께 나아가야 하는 시작의 해라고 생각한다. 여태껏 소극적으로 작목반 등을 구성하긴 했지만, 올해는 적극적으로 친환경농업을 더욱 활성화하는 데 노력할 계획이다. 일적으로는 신제품도 많이 출시하고 브랜딩도 정리해서 다양한 것들을 많이 시도해보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이번에 농촌형(양성)평등자격증을 취득했고, 치유농업 자격증도 계속 준비하고 있다. 여성농업인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지만, 문화가 바뀌거나 정책이 보완되는 속도는 더디다. 그래서 현장에서 그런 문화를 바꿔나가는 게 먼저라고 생각한다. 현실적으로, 현장에서, 서로 공감하고 가지고 있는 문제에 인식하며 해결책 찾는 방식으로의 교육을 꿈꾸고 있다. 농촌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내 강의가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