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팜리포트] CPTPP 대해부②-축산업 피해분석
[뉴스팜리포트] CPTPP 대해부②-축산업 피해분석
  • 이은혜 기자 grace-227@newsfarm.co.kr
  • 승인 2022.01.20 18: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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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축산업 선보호대책 없는 CPTPP 가입 결사반대”
구획화, 국가 단위→농장 단위 바뀌면 축산업 피해 눈덩이
검역장벽 완화…자국산업 피해 보전·대응 불가 비판

 CPTPP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으로, 기존에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미국이 빠지면서 일본 등 아시아·태평양 11개국이 새롭게 추진한 경제동맹체다. 2018년 12월 30일 발효됐다.

CPTPP는 다양한 분야의 제품에 대한 역내 관세를 전면 철폐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전자상거래에서 역내 데이터 거래를 촉진하고 데이터 서버의 현지 설치,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관세 부과 금지 등 디지털 보호주의를 경계하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참여국은 총 11개로, 올해 의장국인 싱가포르를 비롯해 일본, 멕시코, 뉴질랜드, 호주, 캐나다, 베트남, 페루, 칠레, 말레이시아, 브루나이다. CPTPP 가입 시 기존 회원국과의 상품시장 자유화율은 99.1%이며, 농산물 역시 평균 96.1%로 전면 개방 수준에 이른다

(한국농업신문= 이은혜기자) 정부가 CPTPP 가입 추진을 가속화시키고 있지만, 농축산업계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12일 한국농축산연합회(회장 이은만), 국민과 함께하는 농민의길(상임대표 박흥식) 등 범농업계는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서 ‘농업·축산·수산·임업 포기하는 CPTPP 가입 결사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여기에는 한국수산업경영인연합회, 한국임업인총연합회 등 수산·임업계까지 함께해 힘을 모았다.

앞서 같은 날 오전 서울 aT센터에서 CPTPP 가입 추진을 위한 농업계 의견수렴의 자리로 농림축산식품부가 주최하는 품목별 실무협의회가 열릴 예정이었지만, 농업인 단체들이 회의실 입구를 가로막고 반대 피켓 시위를 벌이면서 설명회는 무산됐다.

이은만 회장은 회의를 저지하며 “농축산연합회를 비롯한 범농업계가 농산물 개방률 100%에 육박하는 CPTPP 가입 추진을 저지하고자 이 자리에 모였다”면서 “곡물자급률이 21%밖에 되지 않는 나라에서 기존의 FTA보다 더 큰 규모의 농산물 개방을 가져올 CPTPP 가입을 추진하는 현 정부를 강력히 규탄하고, 더는 물러설 곳이 없는 우리는 대한민국 농업을 지키는 파수꾼이 되기 위해 정부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성토했다.

이홍재 대한양계협회장은 “정부가 그동안 수입 개방에 따라 발표한 농업계 피해 보상 차원의 대책이 효과가 있고, 우리 농업에 충분한 경쟁력을 심어줬다면 우리가 이러고 있겠나”라며, “이번 CPTPP 체결은 우리나라 농업의 마지막 개방이 될 것으로 보인다. 더 이상의 농업 개방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CPTPP 가입, 식량주권 포기 사태”

축산단체들도 즉각 반발하며 자국의 농축산업 선보호대책 없는 CPTPP 가입을 강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김삼주 전국한우협회장은 “농축산업은 국민 먹거리를 책임지는 생명산업의 최후의 보루”라며 “CPTPP의 개방율은 96%로 완전개방과 다름없다. 자국산업의 피해와 보전방법 등의 심도 있는 논의와 대안 없는 가운데 추진되는 CPTPP를 강력히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김삼주 회장은 가장 먼저 CPTPP 가입은 식량주권을 포기하는 사태라고 주장했다. 식량안보 중요성이 나날이 높아지는 가운데 해외 의존도를 높이는 행동은 농축업을 등한시하고 그 중요성을 망각한 태도라는 것이다. 또한, 먹거리 안전성을 이유로 들며 원전 오염수로 자란 일본 농축산물을 자국민에게 먹으라는 정부의 안일한 식량안보관을 규탄했다.

김삼주 회장은 이같은 조치는 농정철학에도 역행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국민에게 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 제공을 위한 지역형 선순환을 구축한다는 문재인 정부 농정 정책(푸드플랜)과도 배치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김삼주 회장은 또 “구획화 방식(지역화)에 기반한 협정으로 질병발생을 이유로 해당국 수입 차단 방법이 사라질 뿐만 아니라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 발동요건 또한 더욱 완화돼 국내 농축산업 피해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검역장벽 완화와 자국산업 피해 보전 ·대응이 불가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승호 축산관련단체협의회장(한국낙농육우협회장)도 이미 FTA로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에서 CPTPP 가입이 실행되면 농축산업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승호 회장은 “CPTPP는 다자간 협상이기 때문에 가축 질병이나 검역에 대한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며 “축산은 그런 경우에 대해 국가간의 문제가 아니라 이제는 농장 단위로 협의를 하고 있다는 자체부터가 모순이다. 정부의 방역을 철폐하려는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특히 ‘구획화’에 대해 우려하고 있었다. 이승호 회장은 “ASF 등 수많은 가축 질병을 지금까지는 국가 차원에서 막았는데 이제 농장 단위로 가게 되면 안 걸린 농장은 들어와도 된다는 소리가 아니냐. 실제로 걸렸는지 안 걸렸는지도 증명이 쉽지 않다. 그야말로 무작위 개방”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정부에서는 기대효과만을 예상할 뿐 피해 상황에 대해서는 어떤 자료에도 명시돼있지 않을뿐더러 전혀 대응도 하지 않고 있고 대책도 마련하지 않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대외협상·국내 대책 마련 등 신중한 접근 필요

전문가들도 한국 농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며 대외협상적 측면과 국내 대책 마련 측면에서 모두 신중한 접근이 요청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임정빈 서울대학교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CPTPP 가입은 우리나라 농축산물 시장개방의 큰 파고이자 종착역의 의미를 주는 사건으로, 보다 신중한 국가별 협상 양허전략 마련으로 피해를 최소화함과 동시에 피해보전대체과 농업소득안정대책 마련, 농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속적 노력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정빈 교수는 ▲중국·대만 등 주요 수출 경합국의 가입의사 표명 ▲미국 가입 전 가입이 유리하다는 측면 등이 정부가 CPTPP 가입을 서두르려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또한, 임 교수는 현재 피해 규모를 계량적으로 산정하기는 어려우나 농업 부문 피해는 분명히 발생할 것이고, 특히 ▲시장개방 영향 피해 ▲(역내)원산지 규정 피해 ▲수입국에 부담이 되는 SPS 규범 등에 의한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지난 12일 한국농축산연합회(회장 이은만), 국민과 함께하는 농민의길(상임대표 박흥식) 등 범농업계는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서 ‘농업·축산·수산·임업 포기하는 CPTPP 가입 결사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오른쪽에서 첫 번째 김삼주 한우협회장, 세 번째 이승호 축단협 회장(낙농육우협회장).
지난 12일 한국농축산연합회(회장 이은만), 국민과 함께하는 농민의길(상임대표 박흥식) 등 범농업계는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서 ‘농업·축산·수산·임업 포기하는 CPTPP 가입 결사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오른쪽에서 첫 번째 김삼주 한우협회장, 세 번째 이승호 축단협 회장(낙농육우협회장).

덧붙여 임정빈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는 국내 농가를 보호하는 게 목적이기 때문에 신선 농산물 원산지 규정을 강하게 시행하고 있다”며 “그러나 CPTPP는 역내 회원국끼리 무역을 통해 만든 협정이고, 특혜 관세를 주자는 것이 목적이니 피해 면에서는 수입국에게 불리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한, 축산단체에서 심각한 우려를 표하는 ‘구획화’에 대해 임정빈 교수는 “보통 어느 나라에서 병해충이나 가축질병이 발생하면 그 나라 전체에서 수입을 반대한다. 미국의 캘리포니아 등 예외가 인정되는 일부 지역도 있다”며 “그러나 이번 CPTPP에 포함돼 있는 ‘구획화’는 특별히 설정된 관리 지역, 공장 단위에서 관리가 잘 되면 수입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임 교수는 “수출국의 병해충과 질병 발생과 관리와 관련해 기존 국가 단위 혹은 지역화 조치에 비해 수입국에는 부담”이라며 “특히 가축질병의 지역적 통제 측면에서 좁은 의미의 구획화가 수용될 경우 축산업에 피해 발생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된다”며 의견을 제시했다.

사육밀도 제한 규제·인센티브 병행 축산 환경부하 감소시켜야

한편, 지난해 6월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세종사무소 대회의실에서 ‘메가 FTA 대응 및 미래 경쟁력 제고를 위한 농업정책 방향’을 주제로 ‘제1차 FTA 국내보완대책 포럼’이 열렸다.

포럼은 동시다발적 FTA 이행에 따른 국내보완대책과 농업정책을 평가하고 국내외 농업을 둘러싼 환경과 여건을 진단해 향후 메가 FTA에 대응한 미래 농업정책 방향을 모색하고자 진행됐다.

이날은 이명헌 인천대학교 교수, 이태호 서울대학교 교수, 오내원 한국농촌복지연구원 박사가 발제를 맡았고, 김수석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경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FTA이행지원센터장이 토론을 진행했다.

발제 내용에 따르면, 2010년대 전반과 주요 FTA가 발효된 2015년 후반으로 구분해 주요 농산물 수입상황을 연평균 기준으로 비교해 보면 물량면에서 두드러진 증가가 있었던 품목은 옥수수, 쇠고기, 돼지고기, 양파, 체리, 딸기 등으로 나타났다. 금액 기준으로는 쇠고기, 돼지고기, 양파, 그리고 주요 과일류가 크게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육류와 낙농품의 최종수요 수입은 2010년 약 2.0조 원에서 2015년 3.1조원, 2018년 3.8조원으로 그 점유율은 13.7%에서 21.7%, 24.8%로 증가했다.

발제자들은 “앞으로 메가 FTA 체결, WTO의 복귀 등으로 다자간 자유무역 협정에 의해 시장개방이 심화된다면, 무역장벽이나 농산물 가격경쟁력 향상과 같은 시장재 정책만으로 농업·농촌을 발전시키는 것이 한계에 이를 것이라고 생각된다”며 “진정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시장재와 비시장재의 경쟁력이 동시에 향상돼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또한, 축산의 환경부하 감소를 위해서 사육밀도 제한 규제와 인센티브를 병행할 필요가 있다며 인센티브 부여를 위해서 동물복지 프로그램의 도입, 강화를 검토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들은 “국내 동물복지축산농장 인증제는 2012년 도입됐으나 아직 보급이 미미한 실정”이라며 “EU, 스위스 등에서 두수제한, 축사개선, 사육방식 개선 등에 대해서 두당 일정액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국가가 많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