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계란 '2125만개' 유통기한 지나 폐기처분
수입계란 '2125만개' 유통기한 지나 폐기처분
  • 김흥중 기자 funkim92@newsfarm.co.kr
  • 승인 2022.02.09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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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에 이어 폐기까지 혈세 낭비 논란
“이미 예상된 결과”…현장 반응 냉랭
이천 비축기지에 저장된 미국산 신선란. 

(한국농업신문=김흥중 기자) 정부가 지난해 물가안정을 목적으로 수입한 계란 중 일부를 폐기 처분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 혈세를 투입해 들여온 만큼 예산 낭비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산란계 농가들 사이에선 무리한 수입에 따른 당연한 결과라는 반응이다.

지난달 19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는 수입한 계란 중 재고를 처리할 용역업체를 모집하는 ‘비축계란 재고 페기물 위탁처리 용역’ 공고가 올라왔다. 

공고에 함께 게재된 과업지시서에 따르면, 폐기 대상은 경기도 이천의 비축기지에 보관된 미국산 신선란으로, 물량은 1275톤(2125만개)이다. 폐기처리에 드는 비용은 4억8450만원에 달한다. 

해당 계란은 지난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으로 약 1700만마리 수준의 산란계가 대량 살처분되자, 치솟은 계란 가격을 잡기 위한 명목으로 9월경 미국에서 들여온 것이다. 지난해 1~9월까지 총 3억8000만개가량이 수입됐고, 이 가운데 약 5%에 달하는 물량이 재고로 남아 폐기 수순을 밟고 있다.

폐기 이유는 유통기한이 지나서다. aT 수급관리처 관계자는 “계란의 유통기한은 산란 후 45일이다. 수입 계란의 경우 항공 운송과 검역, 통관 등을 거치게 되면 국내에서 판매가 가능한 기한은 30일이 채 되지 않는다”면서 “이번 폐기처리는 유통기한을 초과해서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천 비축기지에 재고로 남은 수입계란.

양계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이미 예상한 결과라는 반응을 쏟아냈다. AI에 따른 살처분으로 국내 계란 공급 기반이 열약해진 상황을 수입으로만 해결하려 한 정부의 정책 실패라는 의견도 나왔다. 

앞서 양계업계에서는 지난해 정부가 계란 수급 정책으로 수입 카드를 꺼내면서 소비자 물가 안정에만 급급하다고 비판한 바 있다. 정작 정부의 무차별적인 살처분으로 농가의 어려움이 커졌으나 재입식 지원 등 적절한 보상은 뒷전이었다는 이유에서다. 

이홍재 (사)대한양계협회장은 “현장에서는 정부의 무분별한 살처분을 줄곧 경고했고, 살처분 농가에 대한 입식 지원을 통해 생산 기반 확충에 힘써달라고 요구했으나, 정부는 가격이 오르면 오히려 수입을 더 늘렸다”면서 “이번 미국산 신선란 폐기는 무리한 수입이 낳은 당연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수요 예측이 빗나가 수억의 세금을 들여 사온 계란이 재고가 된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정부의 무분별한 수입으로 국민 혈세가 낭비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당시 홍문표 국민의힘 의원(충남 예산·홍성)은 정부가 계란 수입으로 1023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낭비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 축산경영과 관계자는 “수요 예측이 빗나갔다기보다는 지난해 계란 공급량이 부족했을 당시 부족한 양만큼 수입을 진행했으나, 점차 국내산 계란 수급 상황이 회복되면서 물량이 늘어, 수입계란이 재고가 되는 변수가 불가피하게 발생했다”면서 “지금으로서는 추가 수입 계획은 없고, 수급 상황과 가격 동향을 수시로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