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12기 임원에게 듣는다] 이재갑 정책부회장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12기 임원에게 듣는다] 이재갑 정책부회장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22.02.12 14: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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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값안정 제1조건 ‘타작물재배’ 부활해야”
80kg 21~24만원…마음놓고 농사짓는 최적가격
지력증진‧쌀 감축 ‘볏짚환원사업’ 전국 확대되길

때 늦은 시장격리...빚 갚으려 12월에 벼 판 농가 손해

농민 힘들 때 농협이 무이자자금 활용해 빚 상환 늦춰줘야 

타작물재배 부활시켜 모든 작목 수매하면 쌀 수급 맞을 것

볏짚을 축산농가에 팔지 말고 논에 뿌리면 쌀 재배면적도 줄어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농사짓는 현장의 애로사항을 중앙회와 정부에 가감없이 전달하는 것, 그것이 제가 맡은 역할 아닐까요? 나아가 생산자가 바라는 정책 입안에 앞장서는 것이지요.”

신임 이재갑 (사)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정책부회장은 지난 4일 중앙회 임원에 오른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이재갑 부회장은 전남 장성군에서 농사를 지어온지 40년이 다 돼가는 베테랑 쌀농업인이다. 위탁농지를 합해 약 20만평을 아들 둘과 일구고 있다. 청년 시절부터 쌀전업농으로 활동했으며 제11대 (사)한국쌀전업농전남도연합회장직을 맡은 바 있다.

“국민 주식을 책임지는 농업인이자 6만 쌀전업농의 입장을 대변하는 자로써 현장에서 느껴왔던 문제점 해결에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이재갑 (사)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정책부회장
이재갑 (사)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정책부회장

-중책을 맡은 소감.

쌀 생산농민의 입장을 대변하는 자리인만큼 책임감 때문에 어깨가 무겁다. 여러분의 의견과 애로사항을 중앙회에 전달하며, 정부정책에 반영되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현장의 어려움이 개선되도록 실상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좋은 해결책을 제시해 설득하겠다.

-앞으로 활동계획.

무엇보다 쌀값안정시키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국민 주식을 책임지는 당사자로서 얻어낼 건 얻어내고 희생할 건 희생해야 한다고 본다. 정부는 소비자도 생각해야하기 때문에 두루두루 적정한 선에서 유지되기만 하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다.

또 한 가지 볏짚환원사업이 전국적으로 시행되도록 노력하겠다. 전남은 2020년도에 1개 시군이 시범사업에 참여했는데 지난해엔 6개 시군이 참여했다. 볏짚을 환원하면 지력이 좋아져 밥맛도 좋아지고 축산농가들이 자기 땅에 사료작물을 심으니 쌀 수급조절도 이뤄져 일석이조다.

-적정 쌀값은 얼마인가.

현재 물가를 고려하면 80kg 한 가마에 30만원도 싸다는 의견이 많다. 하지만 쌀 농민 중 30만원 바라는 사람은 의외로 없을 것이다. 21~24만원 선에서 유지되면 성공한 정책이다. 대선이 다가오는데, 대통령 임기 동안만이라도 유지됐으면 좋겠다.

20kg 한 포대면 세 가족 한 달 식량이다. 지난해만 해도 빵값, 밀가루값 계속 올랐다. 농사경력 40년 중 2016년 한 가마 13만원 할 때가 가장 힘들었다. 다행히 오래 가지 않았지만. 당시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셨던 김영록 전남도지사가 대대적인 시장격리에 나서 쌀값을 회복시켰다. 김병원 전 농협중앙회장의 비료값, 농약값 동결정책도 굉장히 도움이 됐다. 김 전 회장 퇴임 후 농자재값이 일제히 올라가니 아쉽고 섭섭했다.

-쌀값안정 묘책이 있다면.

생산조정제(논 타작물재배 지원사업)를 부활시켜야 한다. 남는 물량 40만톤만 조절하면 된다. 전남은 자체적으로 ha당 250만원씩 보조를 해 줬다. 이걸 예전처럼 전국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2년만 더 했으면 농민들이 타작목 재배기술도 익히고 전문가가 되어 안정적으로 정착했을 것이다. 전북만 해도 콩 소득이 좋으니까 논콩을 많이 하지 않나. 전체 농지면적 비율이 전남이 28%, 전북이 23%, 둘을 합치면 50%다. 생산조정제를 통한 쌀 수급조절에 전라도가 크게 기여할 것이다.

-이번 시장격리는 적절한가.

일단은 늦었다. 농협에 빚 갚으려고 또는 돈이 없어서 12월에 헐값에 벼 판 농민들은 얼마나 억울하겠나. 그 분들이 농촌에서 힘겹게 버티고 계신 분들이다. 농협의 무이자자금제도를 이럴 때 활용해서 상환기간을 늦춰주거나 빌려줬으면 손해를 안 봤을 것이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시행해서 다행이다. 농민 것을 우선 사들인다고 문자가 왔다. 100톤씩 농협에 맡겨서 응찰한다고. 농협이 생산자단체로써 이럴 때 봉사해야 한다고 본다.

-정부에 바라는 것.

정책의 일관성이 아쉽다. 좋은 이야기는 많이 나오는데 만날 바뀌니 농가들이 대책을 세울 수 없다. 타작물 중 콩만 수매를 해서 ‘최저가격’이 생긴 셈이다. 콩 외에 메밀 등 타작물에 포함된 작물은 모두 수매를 해 기준가격을 제시해주면 농가들이 스스로 타작물 재배에 나설 것이다.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