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도매시장 옆에 ‘프레시마켓’이 있어요
[기획]도매시장 옆에 ‘프레시마켓’이 있어요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22.03.03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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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 정육까지 구비한 무인점포…대한민국 최초
유통인과 유기적 연계해 도매시장 새 판로 개척
대형마트 잠식 골목상권 대응·청년창업 좋은 모델

콩나물 한 봉지 사러 나올 거리에 있는 동네마트

배달속도 경쟁·배달비 인상에서도 자유로와 

발주는 ‘발주GO’ 어플로, 중도매인·시장도매인이 준비

하루 두세 번 들러 재고정리 해 주면 돼

마곡점, 신방화점, 일산삼송점...3개점 운영중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코로나19가 촉발시킨 비대면 문화로 인한 무인점포 창업 붐이 식자재마트까지 불어닥칠 조짐이다. 지난 1일 농산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오픈한 도매시장 기반 식자재마트 ‘프레시마켓’ 3개점이 일산과 서울 강서구에서 성황리에 운영되고 있다.

무인점포는 인터넷과 인공지능 등을 이용한 자동화주문 시스템을 갖추고 직원 없이 운영되는 상점이다. 매장 규모가 10평 내외로 비교적 부담이 적으며 인건비 지출 없이 24시간 운영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창업이 확산되고 있는 분위기다.

특히 ‘프레시마켓’은 무인점포형 식자재마트로서는 아직 실험에 가깝지만 농산물 도매시장의 활성화와 청년 창업의 대안으로 일자리 문제를 해결할 아이템으로 꼽히고 있다.

프레시마켓 마곡점 외부 모습.
프레시마켓 신방화점 외부 모습.

강서시장 인근 마곡점이 시초

프레시마켓은 지난해 봄 마곡점이 문을 연 것이 시초다.  이후 사업이 안정화되고 효과를 보자 지난해 12월 신방화와 일산 삼송에도 들어서 총 3개점이 운영되고 있다. 운영 컨셉은 공유하되 각 점포마다 운영자는 다르다.

프레시마켓의 특성은 도매시장 유통인과 연계한 무인마트라는 점이다. 공영 도매시장을 통해 원물 및 소포장 농산물을 공급 받아 채소와 과일 등 상품을 갖춰 구색을 다양화했다. 소분포장은 도매시장 내 유통인이 자사 점포에서 하기 때문에 상품 포장 인력이 불필요하다. 매대에 진열된 전 품목마다 바코드를 부착해 손님이 직접 결제하는 무인 자동화 결제 시스템을 도입했다.

프레시마켓 신방화점 관계자가 스마트폰에 연결된 CCTV로 매장 내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프레시마켓 신방화점 관계자가 스마트폰에 연결된 CCTV로 매장 내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채소, 과일, 정육, 공산품까지 모두 구비

프레시마켓은 도매시장 유통인과 유기적으로 연계해 운영하는 형태로 농산물 유통의 새로운 모델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과일 정도는 편의점 등에서 무인 구매할 수 있지만 채소, 정육까지 품목을 늘린 것은 프레시마켓이 대한민국 최초다. 신선제품을 취급하므로 매일 발주 및 진열하며 공산품 또한 주 2회 정도 발주해 상품 구색도 일반 마트와 다를 게 없다.

신방화역 6번 출구에 있는 프레시마켓 신방화점 관계자는 “무인 식자재마트는 대형 마트의 확장에 따른 지역상권 침체에 맞설 수 있는 사업 형태”라고 소개했다.

도매시장 중도매인·시장도매인이 물건 공급

마곡점과 신방화점은 인근에 있는 강서농산물도매시장에서 물건을 공급받는다. 상품 조달은 앱과 문자 메시지 등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눈)를 이용한다. 채소는 스마트폰 어플 ‘발주GO’를 활용하며 과일은 문자 주문, 정육 및 수산은 이메일 또는 카카오톡을 활용한다. 신방화점은 채소의 경우 강서시장 중도매인에게서 전용 공급받고 있으며 과일은 중도매인과 시장도매인으로부터 그때그때 공급받는다. 또 정육은 시장 내 정육매장에서, 수산 및 건어물은 수협 중도매인에게서, 공산품은 이마트에브리데이 사업자 온라인 구매몰을 이용한다.

상점 주인이 발주를 넣으면 도매시장 중도매인이 전처리 후 소분해 놓기 때문에 제시간에 품절된 물건을 가져다 진열하면 된다.

소분역량 갖춘 도매상은 부업으로 노려볼만

식자재마트 프레시마켓은 도매시장인 강서시장 외부에 무인 슈퍼를 열었다고 보면 이해하기 쉽다. 상품 공급처가 도매시장 유통인이니만큼 중도매인이나 시장도매인이 부업 형태로 직접 운영하기에도 알맞다.

직거래와 온라인 등 농산물 유통경로가 다양해진 가운데 상대적으로 반입물량이 줄어 쇠퇴한 도매시장을 회생시킬 좋은 모델이기도 하다. 도매시장 외부에 도매시장 안 물건을 판매할 확실한 판로를 개척한 셈이기 때문이다.

무인점포가 갖는 장점 중 하나가 인건비 등 지출 절감이지만 그밖에 편리성도 빼놓을 수 없다. 프레시마켓 역시 운영자가 점포에 상주할 필요 없이 하루 두 세 번 방문해 재고 관리만 하면 된다. 신방화점은 아침에 물건 진열하고 오후 6시쯤 품절된 물건 있나 확인하고, 저녁 11~12시에 재고 정리를 하며 내일 판매할 물건을 발주하는 순서로 움직인다.

요즘엔 모든 게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다 될 정도로 편리해졌다. ‘발주GO’ 어플에서 중도매인이 소분한 품목의 단가를 보고 시간 맞춰 발주하고 정육을 가져오는 곳에는 메일, 카톡으로 발주한다. 과일을 가져오는 시장도매인에겐 문자만 남겨놓아도 잘 준비해 놓고 있다. 결제는 보름 단위로 한다.

스마트폰에 CCTV를 연결해 매장 내부를 언제든 들여다볼 수 있고 매출 환황도 실시간 파악이 가능하다. 대형마트 없는 아파트 단지나 동네 골목이 창업의 최적지로 꼽힌다.

신방화점 관계자는 “소분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 유통인이라면 외부에서 이런 사업들이 가능하다”며 “도매시장 안에서뿐 아니라 밖에서도 물건을 팔 수 있고 매출처가 새로 생기는 것인만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도매시장과 골목상권 상생발전 기대

대형마트에 대항한 소상공인들의 창업 아이템으로 부상하고 있는 프레시마켓은 요즘 음식 배달 수요 증가로 폭등하는 배달 수수료에서 자유롭다는 강점도 있다. 주부들이 콩나물 하나 사러 나올 수 있는 가까운 거리의 동네 마트이기 때문이다. 모든 물건이 소분포장돼 있으므로 장을 보는 주부도 편리하다. 프레시마켓의 장점을 정리하자면 ▲대형마트 확장에 맞선 소상공인의 창업 아이템 ▲온라인 배달 플랫폼의 속도경쟁 및 배달비 인상 등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대안적인 영업형태 ▲청년·소상공인이 도매시장과 연계해 창업 또는 영업여건을 개선할 수 있는 사업 아이템 ▲대량구매, 마트까지의 원거리 이동, 이로 인한 탄소배출 증가를 완화할 수 있는 대안으로 확산 ▲비대면 쇼핑에 따른 감염 위험 감소 ▲도매시장 유통인의 신규 판로이자 소분농산물 공급센터로서 도매시장 기능 변화 확인 등이다.

신방화점 관계자는 “프레시마켓은 공영 도매시장과 골목상권의 상생발전 모델이라 할 수 있다”며 “청년 창업과 소상공인 부활 매개체로써 역할도 기대할 수 있다. 전국에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