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고구마가 있어서 좋다
우리에겐 고구마가 있어서 좋다
  • 정미남 국립식량과학원 바이오에너지작물연구소 농업연구관 webmaster@n896.ndsoftnews.com
  • 승인 2022.03.15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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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남 국립식량과학원 바이오에너지작물연구소 농업연구관
정미남 국립식량과학원
바이오에너지작물연구소 농업연구관

고구마는 중앙아메리카와 남미 베네수엘라가 원산지인 작물이다. 주로 아메리카대륙에서 재배되다가 아프리카, 필리핀과 베트남, 중국과 일본을 거쳐 조선통신사였던 조엄 선생에 의해 1763년 국내에 들어왔다. 

이후 시대의 변화에 따라 고구마도 그 역할을 바꾸며 우리 곁에 머물고 있다.

우리나라에 도입된 이후부터 1970년대까지는 부족한 식량을 대신해왔으며, 쌀 자급을 이루어 낸 이후에는 소주의 주원료로 이용되었다. 1980년대에는 가격이 저렴한 수입 전분이 등장하며 고구마 재배면적과 생산량이 빠르게 줄어들기도 했다. 하지만 2000년대부터 건강에 관한 관심이 늘어나며 현재까지 건강식품의 대표주자로 꾸준히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 고구마 재배현황을 보면, 2020년 기준 2만2천3백 ha에서 33만1천 톤이 생산되었다. 농업생산액은 7,948억 원으로 식량작물 중에서는 두 번째로, 단위면적당 소득은 1,824천원/10a로 밭작물 중에서 가장 높다. 농민들에게 더없는 ‘효자’ 노릇을 하는 작물인 셈이다. 

고구마는 영양가도 높다. 알칼리성 식품으로 단백질, 식이섬유, 미네랄, 비타민이 풍부하여 미국공익과학센터가 발표한 ‘건강식품 10선’ 중에서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주황색 고구마에는 베타카로틴이 풍부하고, 자색고구마는 안토시아닌이 들어있으며, 칼륨이 많아서 혈압을 낮추어주고 식이섬유 함량이 높아 변비 해소에 효과가 있다. 

고구마는 특징과 종류에 따라 다양한 이름을 가지고 있다. 전분 함량이 높아 밤처럼 분질형을 보이는 고구마는 ‘밤고구마’, 수분함량이 높으며 베타카로틴(고구마 속 색이 옅은 주황색) 함량이 높아 조리 후 선명한 노란색(호박과 비슷한 색)을 보이는 고구마는 ‘호박고구마’, 저장 중 단맛이 증가하여 꿀같이 맛이 좋은 고구마는 ‘꿀고구마’, 안토시아닌 함량이 높아 진한 자색을 띠고 있는 ‘자색고구마’ 등으로 불리고 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고구마를 조리하는 방식과 도구가 바뀌면서 그에 맞는 특성을 가진 고구마 품종이 소비자의 선택을 받고 있다.

쪄먹는 방식이 주를 이루었던 1990년대까지는 전분 함량이 높은 밤고구마에 대한 선호가 높았다. 2000년대 들어서며 전자렌지 사용이 일반화되자 수분함량이 높은 고구마가 많이 팔리기 시작했다. 특히 베타카로틴 함량이 높은 주황색 호박고구마가 큰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다양한 조리가 가능한 에어프라이라는 새로운 주방가전 덕택에 밤고구마, 호박고구마뿐만 아니라 단맛이 높은 꿀고구마 등 여러 종류의 고구마가 고르게 판매되는 추세이다. 

이에 따라 농촌진흥청은 예전보다 다양해진 소비자의 기호에 대응하기 위한 수요자 맞춤형 품종을 개발, 보급하고 있다. 밤고구마 ‘진율미’, 호박고구마 ‘호감미’, ‘풍원미’,‘ 호풍미’, 꿀고구마 ‘소담미’, 채소용 고구마 ‘통째루’, 자색고구마 ’단자미‘, ’신자미’, 주황색고구마 ‘주황미’등 다양한 국산 품종들의 재배면적이 늘어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고구마를 이용한 다양한 가공제품들도 잇달아 선을 보이고 있다. 국내산 고구마로 만든 빵과 말랭이가 인기를 끌고 있으며, 군고구마의 인기는 편의점에서 많이 팔리는 겨울철 대표 간식 호빵을 위협하며 제2의 전성기를 누리는 중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배달 음식을 자주 먹는 탓에 체중이‘확찐자’가 될까 두렵다는 우스갯소리도 들리는 가운데, 고구마를 먹으며 건강하게 체중을 관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고구마는 이제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귀한 작물이 됐다. 쪄먹기도 하고 삶아서도 먹고, 국수나 수제비, 떡, 밥을 지어 먹어도 좋은 영양 만점 팔방미인이다.

200년이 넘도록 우리 곁에 있어 준 고구마가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