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노계호 지사장이 남기고 간 숙제
[데스크칼럼]노계호 지사장이 남기고 간 숙제
  • 유은영 부국장 you@newsfarm.co.kr
  • 승인 2022.03.24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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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언제까지 20세기 거래제도를 부둥켜 안고 갈 것인가?

 

(한국농업신문=유은영 부국장) 서울농수산식품공사 노계호 강서지사

이 지난 9일 퇴임했다.

1985년 가락시장 설립과 공사 직원 1기로써의 시작이 같았으니 유통업계에서 한 시대를 풍미했다고 해도 과언 아니다. 노 지사장은 2004년 강서시장 건립에도 주도적인 역할을 했으며 현재 진행중인 가락시장 현대화사업 설계의 뿌리에도 관여했다.

가락 공영도매시장의 처음부터 구석구석을 아는 것만큼 이루고 싶은 꿈도 많았을 것이다.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농산물 거래제도의 다양화에 대해선 특히 아쉬움이 클 듯하다. 가락시장에 시장도매인제 도입은 구호로만 그쳤으니 말이다.

하지만 강서시장을 보면 절반의 성공은 거뒀지 않나 싶다. 2004년 개장 당시부터 시장도매인제의 시험 무대로 활용하기 위해 경매제와 함께 두 거래제도를 도입해 출발한 강서시장은 17년 동안 시장도매인제의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여줬고 증명했다.

시장도매인동은 경매동보다 3배 많은 매출을 일궜고 창립 이래로 지금까지 167% 라는 놀라운 성장을 기록했다. 한마디로 농산물 유통 경쟁에서 경매제와 다퉈 이긴 것이다. 그런 강서시장의 지사장으로서 퇴임했으니 노 지사장의 퇴임은 유종의 미를 남겼다 할 수 있지 않을까.

이제 그 숙제는 후임들에게 넘겨졌다. 노 지사장의 후배들인 서울농수산식품공사 직원들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특히 막 취임한 문영표 공사 사장은 도매와 소매, 물류 전반을 꿰뚫는 정보와 경험의 소유자로 알려졌다.

그는 취임사에서 시장도매인제 도입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그럼에도 넘어야 할 산이 많아 의지만 갖고 해결할 문제가 아닌 것 또한 사실이다. 거래제도에는 가장 민감한 사안인 먹고사는 문제가 얽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도의 도입이라는 결과보다 유통인간 갈등을 어떻게 조율하고 이해관계를 얼마만큼 좁힐지가 문 사장의 역량에 달려 있다고 보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제도의 도입은 누가 해야 하는 걸까. 법률상 승인권한을 가진 농림축산식품부다. 이해관계자들끼리 협의를 해 와야 한다는 전제조건은 100년 지나도 지킬 수 없다. 가락시장 현대화시설에 시장도매인 자리 몇 개만 내 주자는 것을 경매회사들은 결사 반대한다. 시장도매인제가 들어오면 경매회사들은 직거래를 수단으로 한 가격경쟁에서 도저히 이길 수 없어 밥그릇을 내어주고 나가야 하기 때문이라는 말이 들려온다.

자신의 밥줄이 달려있는 문제인데 100년 아닌 1000년이 지나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농식품부는 당사자끼리 협의하라는 승인 조건을 당장 철회해야 한다. 그리고 새 부대에 새 술을 담듯 어쩔 수 없는 변화의 흐름은 맞아야 한다. 20세기 거래제도를 언제까지 부둥켜안고 갈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