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청과 매각…공영도매시장에 투기자본 또 진입
서부청과 매각…공영도매시장에 투기자본 또 진입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22.04.26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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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 없이 출하자 위탁수수료로 수익창출 ‘좋은 투자처’
농민 보호 목적 시장설립 취지 맞게 농안법 개정 시급

농업발전 기여 않는데 독점적 지위 유지

도매법인 공익기능 강제할 수 있도록

서울시·서울농수산식품공사 권한 확대해야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서울 강서시장의 청과물 경매회사(도매시장법인)인 서부청과가 사모펀드에 매각됐다.

서부청과 경매장 전경.
서부청과 경매장 전경.

서울농수산식품공사 강서지사는 지난 25일 서부청과로부터 변경된 주주 명부와 양도 계약서를 포함한 법인 등기부등본 등 서류를 제출받았다고 밝혔다.

서부청과의 새 주인인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아이젠프라이빗에쿼티(아이젠PE)는 기존 전문경영인과 임직원들의 고용을 유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모펀드 운용사가 청과 도매법인을 인수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지난 2015년 칸서스파트너스가 서울 가락시장의 동화청과를 인수했고 2019년에 웨일인베스트먼트와 포시즌캐피탈파트너스가 구리시장의 구리청과를 인수해 최대주주가 됐다. 

이번 강서시장 M&A는 농업과 관련 없는 투기자본이 농민과 소비자에게 이득을 줘야 하는 공영도매시장에 또 침투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 높은 양도차익을 얻는 게 목적인 회사의 특성상 농업발전에 기여하기보다 기업가치를 불리려고 수익 증대에만 몰두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농산물 도매시장의 청과물 경매회사는 출하자가 위탁한 농산물을 경매에 올려 중간 도매상에게 판매한다. 낙찰된 가격의 일정 비율을 위탁 판매 수수료로 가져가는데 국내 대표 공영도매시장인 가락시장의 경우 그 비율이 4%다. 위탁 판매 수수료는 상장 수수료라고도 한다. 사실상 농민이 팔아달라고 가져온 농산물을 경매에 부치는 것만으로 수입이 생기는 안정적인 회사인 것이다.

경쟁할 필요 없이 수익창출이 되다 보니 공영도매시장에 어울리지 않게 재벌기업, 투기자본의 좋은 투자처로만 지목되는 점은 개선사항으로 꾸준히 지적돼 왔다. 실제 가락시장 청과부류 도매법인 6곳은 농민 등 출하자에 대한 출하장려금 및 출하선도금 실적에서 유통인 통틀어 가장 낮은 실적을 기록해 왔다. 공익성보다 민간회사로써 이윤추구에만 몰두한 결과로 풀이된다.

강서시장 서부청과는 품질 좋은 농산물을 다량 확보해 중간 도매상들의 경매 참여가 활발했으며 해마다 2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꾸준히 달성했다. 지난해에는 매출 113억원, 영업이익 24억원, 순이익 20억원을 기록했다. 강서시장엔 서부청과를 비롯해 강서청과, 농협공판장 등 3개 도매법인이 있다.

이런 서부청과가 사모펀드에 갑자기 매각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하지만 시장관리자인 공사도 공영도매시장에 투기자본이 들어오는 것을 막을 수 없다. 동화청과 매각 당시 서울시와 공사가 사전승인을 문제 삼았지만 상법에서 당연한 권리인 민간회사의 주주변경을 막을 권한이 없어 행정소송에서 패소했다. 이후 개설자의 승인을 받아야 했던 도매법인 지정조건이 신고만 하면 되는 걸로 바뀌었다. 서부청과도 서류상 하자 여부만 따져보고 지정해 줄 수밖에 없다.

농안법(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은 시세에 어두운 농민을 보호하기 위해 1985년 가락시장 개장과 함께 제정했다. 도매법인이 경매를 통해 농산물 가격을 정하고 낙찰 즉시 출하대금을 입금해 투명성과 안정성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35년여가 지나는 동안 정보의 보급이 보편화됐다. 또 도매법인이 농가수취가 증대에 기여하지 않는다는 것은 여러 자료에서 증명되고 있다. 이에 따라 도매법인의 독점적 지위를 허물어야 한다는 지적이지만 농안법 개정은 요원한 모습이다.

시장 관계자는 “농민을 위해 지어놓은 공영도매시장에서 도매법인이 투기자본에 의해 사고 팔리도록 농안법이 허용하는 꼴”이라며 “도매법인도 공익성을 강제할 수 있게 시장 개설자의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