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안호근 한국농업기술진흥원장 “농업정책·현장경험…글로벌 전문기관 만들 터”
[인터뷰] 안호근 한국농업기술진흥원장 “농업정책·현장경험…글로벌 전문기관 만들 터”
  • 김은진 기자 kej@newsfarm.co.kr
  • 승인 2022.04.27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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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기술 실용화 넘어 농산업진흥기관 발돋움
기능성 농식품·탄소감축 기술개발 지원 강화
10월 국제종자박람회 온·오프라인 진행 기대
환경보전·치유농업…대국민 서비스 품질 제고

(한국농업신문=김은진 기자)농촌진흥청과 국내 연구기관 및 단체, 농업인 연구 개발한 농산업 기술을 현장에 보급하기 위해 지난 2009년 출범한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이 지난 3월 1일 한국농업기술진흥원으로 새롭게 출범했다. 이에 ‘농업과 농촌의 미래를 창출하는 농산업 진흥기관’을 비전으로 내세운 농진원의 초대 원장으로 취임한 안호근 전 농림축산식품부 차관보에 대한 거는 기대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안 원장은 취임 일성으로 ‘농업기술의 산업적 진흥을 통한 국가 경쟁력 강화’라는 미션을 선포했다. 농업기술 실용화를 넘어 농산업 진흥기관으로 발돋움하겠다는 것이다. 안 원장은 농림부 축산정책과장, 농어촌비서관실 행정관, 농림축산검역본부 인천공항지역본부장, 농림축산식품부 대변인, 농촌정책국장, 차관보 등을 역임한 후 농협중앙회·농협경제지주 본부장을 지냈다. 농식품부에서 다양한 분야의 업무를 맡아온 안 원장은 풍부한 공직 경험과 역량을 갖춘 전문가로 농진원 신임 원장으로서 적임자라는 평가다. 

“미래지향적 농업기술 선도, 글로벌 경쟁력 선도, 지속 가능한 농업·농촌 혁신, 시장 리드 기획력 확보 등 4대 전략을 통해 주어진 역할과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한 안 원장으로부터 앞으로의 횡보에 대해 들어봤다.

안호근 한국농업기술진흥원장.

- 농업기술실용화재단에서 한국농업기술진흥원으로 새롭게 출범했습니다. 명칭 변경의 의미와 앞으로의 방향성을 제시해 주신다면.

3월 1일을 시작으로 기관 명칭이 바뀌게 됐습니다. 설립 이래 농산업 환경의 변화로 기존 농업기술실용화 사업에 더불어 벤처창업, 디지털 농업, 탄소중립, 치유농업 등 기관기능이 꾸준히 확장돼왔습니다. 이 때문인지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이란 명칭이 더 이상 농업기술 산업의 전반을 포괄하기 어려워졌습니다. 또, 민간단체나 기금운용 기관으로 오인돼 공공기관으로써의 역할을 수행하는 데에도 문제가 있었는데 명칭 변경으로 비로소 농산업 진흥기관으로서의 정체성을 명확히 띠게 됐다고 봅니다. 농산업 진흥을 선도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예정이며, 앞으로의 길을 응원해주시길 바랍니다. 

- 농진원 출범과 함께 초대 원장으로 부임했는데 감회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농산업 진흥을 선도해가는 한국농업기술진흥원과 함께하게 돼 영광스럽게 생각하는 동시에 코로나19 확산 등 어려운 시기에 중책을 맡아 더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과거 농식품부에서 농정기획, 농촌개발, 인력육성, 식량·원예, 축산, 국제통상, 홍보 등 다양한 분야의 업무를 맡아왔습니다. 

또 농식품부 차관보를 마지막으로 공직생활 마감 후 농협중앙회와 농협경제지주에서 본부장으로 재직해 농업 현장과 계속 함께해왔습니다. 이후 감사하게도 농업 분야의 폭넓은 경험을 갖춘 전문가로 인정받아 이 자리에 오게 됐습니다. 전문가로 인정받은 만큼 농진원장으로서 농업정책 및 현장경험을 바탕으로 농진원을 글로벌 수준의 전문성을 갖춘 기관으로 만들어나가려고 합니다.

- 농진원은 농진청이 개발한 기술을 보급하는 기관으로 많이들 인식하고 있습니다. 농업인과 농식품산업계가 개발한 기술을 보급에도 나서고 있는데 대표적인 사례와 제도가 있다면.

기술이전 및 사업화 지원은 우리 기관의 설립 토대를 만든 고유 사업이며, 핵심 사업 중 하나입니다. 현재 특허청은 국가 소유 특허 8900여건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그중 농촌진흥청이 연구·개발한 국유특허는 전체의 절반 수준인 4200여건입니다. 또 2021년 국유특허가 민간으로 이전된 사례는 모두 1593건이며, 기술의 사업화 성공률도 43.1%에 달하고 있습니다. 이는 미국농업연구청(USDA)의 최근 5년간 사업화 성공률인 37.8%보다도 높은 수준입니다.

우리는 이와 같은 사업화 지원체계 우수성을 토대로 농산업체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특히, ‘전주기 지원사업’이라는 긴 호흡으로 기업 성장의 발판을 함께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그중 경북 안동의 ㈜안동제비원전통식품의 ‘고추장 DIY세트’가 기술사업화 대표 우수사례라고 생각합니다. D.I.Y(Do it youreslef) 키트로 간편하게 명인의 전통 식품을 맛볼 수 있는 특징이 소비자 마음을 사로잡았고 2016년도 기술이전으로 농진원과 첫 연을 맺어 제품공정개선, 판로지원, 시제품 개발까지 기술사업화 전주기를 함께했습니다. 또 2018년 농업기술실용화 우수기업인 포상에서 농촌진흥청장상을 받았고, 2021년에는 매출액 51억원을 달성하며 꾸준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 우수 신품종 보급 확대 및 종자산업 전반의 육성 계획이 궁금합니다.

최근 코로나-19와 러-우크라 사태로 곡물, 농자재 수급 문제가 불거지고 있습니다. 두 나라 모두 유럽의 빵 바구니로 불리는 세계적 곡창지대입니다. 두 나라의 밀, 보리, 쌀, 귀리 등 식량작물 수출 제재와 가격상승으로 전세계적으로 식량안보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현재 농진원에서는 안정적인 식량자급률 확보를 위해 특수미, 밭작물, 맥류 등의 종자와 고구마, 약용, 과수 등의 종묘를 생산해 농가에 보급하고 있습니다. 2021년도 종자 보급량은 2307톤을 이뤘고, 올해는 2674톤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또 종자종합처리센터와 민간육종연구단지 운영으로 보급 인프라를 구축하고, 첨단육종기술서비스와 종자생명산업 맞춤형 인력양성을 통해 국내 종자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올해 오는 10월 개최되는 국제종자박람회가 5회째를 맞이하며, 감염병 예방을 위해 온·오프라인 동시 진행되는 점에 기대가 큽니다. 

과거부터 인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먹고살기 위한 식량작물의 확보였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현대에 들어서는 농식품 시장 트렌드를 이끄는 기능성 농작물의 수요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식품의약안전처는 2021년 건강기능식품 시장규모가 5조원을 돌파했다고 추산했고 이는 코로나-19 영향으로 농산물 소비 트렌드가 단순 섭취에서 기능성 성분으로 변화했기 때문입니다. 

실제 살비아놀산이란 항산화 물질이 풍부해 약재로 쓰이는 단삼의 경우 자급률이 20%대에 머물고 있어 농진원에서는 작년 5월 조직배양된 단삼 9만주를 전북지역에 집중적으로 보급해 약용작물 수급 체계를 마련했습니다. 또 올해에는 지역별 보급센터와 연계해 지황과 단삼 등 약용작물을 70만주 이상 보급해 더 많은 재배농가의 소득 향상이 기대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 농업부문 탄소중립 실현에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기후변화가 전 지구적 위기로 떠오르면서 농업·농촌도 술렁이고 있습니다. 여태껏 농업은 친환경적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했지만, 공장식 축사와 음식물쓰레기, 지구 반대편 먼 거리에서 수입하는 식량 등에서 적지 않은 탄소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어떻게 하면 온실가스를 효율적으로 줄일지 농업 분야에서 많은 고민이 있었습니다. 

농진원도 ‘2050 탄소중립선언’에 발맞춰 농업 분야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산업발전으로 파괴된 환경을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또 다른 첨단기술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농진원은 지열 히트펌프 시스템과 다겹보온 커튼시설, 바이오차 등 다양한 저탄소 농업기술 보급을 통해 지난해 온실가스 5만8000톤을 감축했습니다. 그러나 정부의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보고서’는 930만톤의 농축수산 부문 온실가스 감축량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갈 길이 멀고도 험난하지만, 기후변화로 인한 전 인류적 재앙을 막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농진원은 앞으로도 탄소 감축을 위한 다양한 기술개발에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특히 올해는 바이오차 관련 기술실용화에 역점을 두고 있습니다. 목재 등 식물성 원료가 아닌 축산분뇨를 원료인 바이오차를 축산부산물로 새롭게 이용하는 것처럼 저탄소 농업기술을 적재적소에 활용하고, 꾸준히 상용화시키는 것이 우리나라가 탄소중립에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길이라 생각합니다. 

-평소 원장님의 신념, 농업·농촌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와 그에 따른 농진원의 역할에 대한 말씀 바랍니다.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시대에 발맞춰 새로운 기술을 농산업 현장에 안정적으로 정착시켜 미래 선진농업을 조기에 구현해 나가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간 추진해온 기술실용화, 디지털농업, 종자 등 주요 사업을 더욱 내실 있게 추진해 기술기반 농산업 생태계를 확산해 나갈 것입니다. 또 2050 탄소중립 대응, 환경보전, 치유농업 등 공익적 가치를 지닌 분야를 발전시켜 대국민 서비스의 품질을 높이려는 계획입니다. ‘미래는 준비하는 자의 몫’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농업기술 혁신과 공익적 가치 확산으로 ‘지속 가능하고 경쟁력 있는 미래농업’을 앞당기는 선도기관으로 만들어나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