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생산자 뭉친 자조금, 우리 농업이 가야 할 길"
[인터뷰] "생산자 뭉친 자조금, 우리 농업이 가야 할 길"
  • 김흥중 기자 funkim92@newsfarm.co.kr
  • 승인 2022.04.29 18: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친환경농업·자조금 발전, ‘교육’에서 출발
농업농촌 현장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자조금 역량 높이려면 예산 확대 필수
주형로 친환경농산물의무자조금관리위원장
주형로 친환경농산물의무자조금관리위원장

(한국농업신문=김흥중 기자)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가 여전히 유행하고 있지만, 정부는 점점 방역 규제의 고삐를 풀고 있다. 이달 말부터는 영화관, 종교시설 등은 물론 고속버스, 철도 등 대중교통에서 음식물 섭취까지 가능해진다. 

학교도 일상으로 돌아간다. 다음 달 1일부터 전국 모든 유치원, 초·중·고가 전면 등교에 들어가며, 체험활동뿐 아니라 수학여행도 갈 수 있게 된다. 학교생활이 제자리를 찾아가면서 코로나19로 중단됐던 학교급식도 정상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친환경농산물이 학교급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40%에 육박할 정도로 매우 높은 점을 고려하면, 코로나19로 고통받은 친환경 농가에는 가뭄에 단비 같은 소식이다.

친환경 농가의 소득향상과 지속가능한 생태농업 실현을 궁극적인 목표로 삼고 있는 친환경농산물의무자조금관리위원회도 개학에 맞춰 분주한 모습이다. 

올해로 7년차를 맞이한 친환경농산물의무자조금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넘어 위드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 2020년 선출돼 3대 자조금관리위원장을 지낸 주형로 위원장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한 친환경농산물의무자조금의 4대 위원장으로서 또 한 번 친환경농업 재도약에 나선다.

지난 22일 빵 굽는 냄새가 가득한 충남 홍성군 홍동면 문당리의 한 가게에서 주형로 위원장을 만났다. 이 가게 빵은 문당의 여자 농부들이 마을에서 생산한 유기농 쌀을 이용해 만든다고 했다. 이곳에서 만난 주 위원장은 같은 지역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의 학생들에게 한창 농업을 강의하고 있었다.

45년간 홍성에서 유기농 쌀을 재배하고 있는 주 위원장은 2016년 친환경농산물의무자조금 출범 이후부터 현재까지를 돌아보며 자조금이 주는 이점을 강조했다. 

“생산자가 스스로 내어서 모이는 자조금은 그 의미가 참 좋다고 봐요. 나 같은 농업인도 자조금으로 농업 정책을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고, 생산자들끼리 재배기술 등 농업 정보를 전파할 수도 있으니까요. 이게 바로 자조금의 힘이죠. 앞으로 우리나라 농업이 가야할 길이기도 하고요.”

주 위원장은 친환경농산물의무자조금 발전을 위한 요소로 ‘교육’을 꼽았다. 의무자조금뿐 아니라 친환경농업이 더 성장하는 길에도 반드시 교육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자조금이 농업 전반에서 생산자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지만, 농촌 현장에서는 잘 모르는 경우도 많아요. 그러니 왜 자조금이 필요하냐며 반문을 제기하죠. 자조금 역할부터 추진하는 사업까지 다양한 정보를 여전히 현장에 많이 알려야 해요.”

현장 교육을 전담하고 있다는 주 위원장도 코로나19가 창궐했던 지난 2년은 많은 애로사항이 있었다고 회고했다. 코로나19로 현장을 다닐 수 없어 적극적인 교육에 나설 수 없어서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점차 완화되고 있는 요즘, 주 위원장은 다시 현장을 순회할 준비를 하고 있다. 

“전국을 돌며 자조금과 친환경농업 등에 대해 알려야 하는데, 코로나로 발이 묶였죠. 일단 사람들이 모일 수 없으니까 교육을 한다는 게 참 어려웠어요. 이제는 상황이 나아지고 있으니, 자조금의 필요성이나 중요성 등을 지역 위주로 홍보하면서 교육에 나설 계획이에요. 자조금에 대해 지역에서 나오는 목소리에도 귀 기울이고요.”

주 위원장은 친환경농업의 가치를 알리고, 친환경 농산물의 소비를 늘릴 행사로 ‘유기농데이’를 언급했다.

유기농데이는 친환경농산물의무자조금에서 유기농과 발음이 비슷한 6월 2일을 유기농업 기념일로 지정하고, 유기농업의 가치를 기리는 행사다. 지난해 행사는 ▲전국 6개 지역 유기농 논 손모내기 행사 개최 ▲집에서 키우는 ‘유기농 벼 재배 화분’ 나눔 ▲유기농업 관련 카카오톡 이모티콘 16종 나눔 ▲친환경 농산물 점심 전국 25개 대학 학생 제공 등으로 꾸려졌다.

“친환경농업을 알리고, 친환경 농산물 소비를 늘리는 홍보 활동은 자조금 사업에서 중요한 부분이에요. 자조금의 핵심적인 기능 중 하나죠. 친환경 농산물에 대한 소비자 인식을 개선하는 교육의 일환이기도 해요.”

의무자조금 발전을 위해 주 위원장은 정부와 학계, 현장이 함께 뭉쳐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정부 등에서는 현장에서 나오는 목소리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책을 만들 때는 정부와 학계의 훌륭한 지식도 중요하지만, 오랜 경험에서 비롯된 현장의 지혜가 필요합니다. 자조금 관련 정책도 농업농촌 현장과 충분히 이야기를 나눠야 해요. 2시간짜리, 3시간짜리 간담회가 아니라 2박 3일 동안 심도 있게 의견을 공유하는 그런 자리가 필요한 것이죠.”

그는 의무자조금 사업의 확대가 필요하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특히 여러 품목에 조성된 자조금이 제 기능을 하고 역할을 다 할 수 있으려면 자조금지원 사업 예산이 확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무자조금 품목도 앞으로 더 확대될 터인데 자조금 단체에 지원될 예산이 크게 늘지 않는다면, 자조금이 충분히 주어진 일을 해내기 어려워요. 자조금을 통한 품목별 수급 조절에 정부가 힘을 싣고 있지만, 실상은 턱없이 부족한 사업 예산으로 언 발에 오줌 누기식의 대처만 가능한 상황입니다. 정부와 자조금이 함께 가기 위해서는 앞으로 지원이 더 확대돼야 합니다.”

주 위원장은 유기농업과 일반농업은 별개가 아니라는 점도 언급했다. 유기농업과 일반농업을 ‘하나의 농업’으로 보고, 궁극적으로는 자연순환농업을 지향해야 한다는 것이다.

“농업을 보는 눈을 바꿨으면 좋겠어요. 친환경·유기농이 그냥 농업과 다른 게 아니고, 농업 속에 하나의 방법으로 유기농업이 들어가는 것이죠. 유기농업과 일반농업이 구분되지 않고, 유기농업은 지속가능한 농업으로 가는 길 중 하나인 셈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