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 우수 생산단지를 가다] “논에 벼 대신 콩”…기계화로 생산성 높아 소득 쏠쏠
[콩 우수 생산단지를 가다] “논에 벼 대신 콩”…기계화로 생산성 높아 소득 쏠쏠
  • 김흥중 기자 funkim92@newsfarm.co.kr
  • 승인 2022.05.04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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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매출 기준 200평당 146만원, 벼보다 두 배 높아
농가 관심↑…올해 재배면적 70㏊, 전년보다 갑절 껑충
논콩 재배 우수단지 - 전남 장성 황룡위탁영농법인

(한국농업신문=김흥중 기자) 논에 벼 대신 심는 ‘논콩’이 주목받고 있다. 높은 생산성과 벼농사에 견줄 수 있는 소득을 낼 수 있어서다. 벼농사보다 소득이 한참 떨어지고, 작업 과정 기계화가 미흡해 재배하기가 여간 어렵다는 말은 옛말이 됐다. 표준재배법도 자리 잡아가고 있어 벼보다 농사짓기 수월하다는 말도 나온다. 

이는 지난해 12월 농림축산식품부에서 개최한 ‘제1회 국산 콩 우수 생산단지 선발대회’에 이름을 올린 곳들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국산 콩 우수 생산단지로 뽑힌 9곳은 생산량이 전국 평균보다 2배 넘게 많고, 농작업 대부분이 기계로 이뤄져 생산비도 절감했다. 논콩 재배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던 이들까지 관심을 쏠리게 하는 대목이다.

전남 장성의 ‘황룡위탁영농법인’은 미래 농업을 책임질 청년농업인 대표와 이사들을 필두로 2018년부터 5년째 논콩을 재배하며 콩 생산에 전념하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성공 궤도에 안착한 이들은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쌀 산업 위기를 타개할 방법으로 ‘논콩’에 집중했다. 황룡위탁영농법인을 운영하는 청년농업인 이남현(30) 대표와 이남주(31) 이사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황룡위탁영농법인의 이남현 대표(사진 오른쪽)와 이남주 이사가 올해 논에 심을 콩 종자 ‘선풍’ 품종을 설명하고 있다.

벼보다 2배나 소득 높은 ‘논콩’

전남 장성 황룡면에 있는 황룡위탁영농법인은 이남현 대표와 이남주 이사를 비롯한 여러 이사와 회원 농가들이 함께 모여 벼·보리·콩 등을 생산하고 있다. 이 둘은 형제로, 한국농수산대학을 졸업한 농업 엘리트들이다. 

2018년부터 시작해 5년째 논콩을 재배하고 있다는 형제는 이제 벼보다 콩이 재배하기 더 좋다는 말을 거듭 반복했다. 특히 소득 면에서 콩이 벼보다 낫다고 강조했다.

이 이사는 “지난해 같은 경우 200평 기준 논에서는 평균적으로 벼 40㎏ 12포대 나왔고, 콩은 평당 1.4㎏씩 280㎏이 생산됐다”며 “직불금 등 보조금을 제외하고 순수 매출만 단순히 따져보면, 벼는 76만8000원의 소득이 나왔고, 콩은 146만원이었다. 논콩이 벼보다 거의 두 배 가까이 소득이 높았다”고 말했다. 

여기에 농업 보조금을 포함하면 논콩 재배의 소득은 더 뛴다. 전남에서는 ㏊당 250만원씩 논 타작물 지원사업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어서다. 

소득 면에서 이 같은 논콩 재배의 장점은 재배 기술 확립과 농작업 기계화에서부터 비롯됐다. 이 대표는 지난 2020년 농식품부에서 진행한 콩 전문가 육성 과정에서 1년간 교육받으면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 교육을 기점으로 생산량도 해마다 늘릴 수 있었다고. 

이 대표는 “콩 농사를 시작하고 2019년 첫 수확 때는 평당 600g이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냈다. 논콩, 밭콩 따지지 않고 현장에서 인기 있는 품종을 가져다 심었는데 재배가 쉽지 않았다”며 “현장 위주 교육을 듣고 발품 팔아가며 전국에 콩 농사로 유명한 선배 농업인들에게 재배법을 묻다 보니 이듬해에는 평당 1㎏으로 수량이 올랐다. 지난해는 1.4㎏까지 늘었다. 단수로 치면 10a당 418㎏ 정도 된다”고 설명했다. 

전국 평균 단수가 170㎏인 점을 고려하면, 이 대표가 지난해 낸 결과물은 상당한 성과로 볼 수 있다. 특히 황룡위탁영농법인은 국산 콩 우수 생산단지 선발대회에서 장려상을 받았지만, 최종 선정된 9곳의 우수 단지 가운데 생산 단수는 세 번째로 많았다.

농작업이 기계화돼 있어 재배도 용이하다는 평이다. 이 대표는 “파종기, 드론, 트랙터 등 생육 초기부터 중기, 후기를 지나 수확기까지 모든 작업이 기계화돼 있어 벼농사 못지않게 비교적 재배가 수월하다”면서 “벼농사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는 못자리 과정이 논콩 재배에서는 없어서 생산비가 벼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덜 들어간다”고 말했다.

추가로 이 대표는 여러 콩 품종 가운데 ‘선풍’을 심으면 수확 작업이 용이하다고 언급했다. 선풍은 익으면 다른 품종에 비해 꼬투리가 쉽게 열리지 않아 수확하기 편리하다는 이유에서다. 

콩 품종 ‘선풍’, 이남현 대표와 이남주 이사는 최근 전남 지역에서 논콩 종자로 선풍의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논콩 재배 ‘배수’가 관건

논에서 콩 재배가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논 토양이 밭 토양보다 수분함량이 많아 콩에서 습해 피해가 쉽게 발생할 수 있어서다. 배수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논에서 콩을 재배하면 자칫 농사를 망칠 수 있다. 

이 대표 역시 논콩 재배의 성공은 배수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논콩은 배수가 잘되는 논에서 재배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면서 “물빠짐이 좋지 않으면 콩은 뿌리썩음병에 걸려 쉽게 죽는다. 습해 피해가 심한 작물이므로 배수가 논콩 농사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배수 개선 사업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 대표는 “논을 밭으로 바꾸는 과정이 번거롭고, 비용도 많이 드니 농가에서 선뜻 나서지 못한다”면서 “첫째로 배수 시설을 마련하기 위한 사업 지원이 꼭 필요한 이유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현장의 요구에 부응하고 논콩 전문 생산단지 기반조성을 지원하고자 올해부터 논콩 단지에 배수개선 사업을 새롭게 추진한다. 배수개선 사업은 상습 침수피해가 발생하거나 습해가 심한 농경지에 배수장·배수문을 설치하고 용·배수로 정비하는 사업이다. 전남 장성·영암, 충북 괴산, 충남 논산·예산, 전북 김제·부안 등 7개 시군에 1097㏊ 규모로 사업을 시행하며, 배수 시설 정비로 생산성을 높인다는 목적이다. 

논콩 재배에는 비료 처방도 중요하다는 진단이다. 특히 질소 비료를 신중하게 시비해야 한다는 게 이 대표와 이 이사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 이사는 “콩은 생육 초기 질소고정균 때문에 질소질 비료가 크게 필요하지 않은데, 보통 농협 등에서 판매하는 질소 성분이 많은 콩 복합비료를 그냥 써버리면 생육이 저조해질 수 있다”면서 “생육 초기 밑거름에는 질소질이 낮은 비료를 처방하고, 생육 후기 개화기에 가서 질소를 보충해주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황룡위탁영농법인은 이를 위해 자체 제작한 비료를 사용한다. 이 대표는 “질소 성분을 낮추고 인산·가리 성분을 높인 비료를 주문해서 쓰고 있다. 또 고토와 붕소를 더 넣고, 인산질이 많이 들어간 용과린을 사용한다”고 밝혔다.

이남현 황룡위탁영농법인 대표가 배수로 작업을 끝낸 농지를 살피고 있다. 이 대표는 이곳에도 콩을 파종할 예정이다. 

논콩 인식 변화…농가 호응 커져

정부에서는 쌀의 구조적 공급 과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올해 벼 재배면적을 줄여나가는 ‘쌀 적정생산 운동’을 펼치고 있다. 재배면적을 지난해 73만2000㏊에서 3만2000㏊ 줄여 70만㏊로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이해 벼 대신 논콩을 재배하도록 각종 혜택을 지원하며 유도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이런 정부의 움직임과 맞물려 논콩 생산에 관한 관심이 점점 커지고 있다. 벼농사와 견줬을 때 생산비도 절감할 수 있고, 무엇보다 소득에서 큰 성과가 속속 드러나고 있어서다. 

이 대표는 “처음 논콩을 재배한다고 했을 때 주위 반응은 냉랭했다. 먹고살 만한 데, 굳이 콩 농사를 힘들게 짓냐는 것이었다”며 “지금은 확실히 논콩 재배에서 충분한 소득이 나오고 있으니 법인으로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지역에서 열리는 콩 재배 관련 교육에도 농가 호응이 좋다. 논콩에 대한 인식이 확실히 많이 바뀐 듯하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에 논콩 재배가 지역 내에서 점차 확대되고 있어, 올해는 지난해 32㏊보다 두 배 이상 늘린 70㏊까지 재배면적을 확대할 계획이다. 

한편, 올해 정부의 콩 수매가격은 1㎏당 4700원으로, 총 6만톤을 매입한다. 특히 논콩은 재배면적을 늘리기 위해 농가가 희망하는 물량 전량을 사들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