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저탄소 농업이 뜬다①] “해충 증가‧재배지 변화…남의 일 아냐” 농진청 저탄소 농업기술 승부
[기후변화, 저탄소 농업이 뜬다①] “해충 증가‧재배지 변화…남의 일 아냐” 농진청 저탄소 농업기술 승부
  • 김은진 기자 kej@newsfarm.co.kr
  • 승인 2022.05.25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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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 중간물떼기 기간 2주 이상으로 연장
벼 품종 ‘그린라이스’ 2026년까지 개발

 

(한국농업신문=김은진 기자)온실가스로 인해 지구온난화가 심각해짐에 따라 기후변화가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에 온실가스의 주범인 탄소를 줄이기 위해 노력이 전 세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2050 탄소중립 선언’과 함께 산업별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발표했다. 농업 분야도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촌진흥청의 주도로 탄소중립에 동참하고 있다. 탄소중립은 인류가 탄소를 배출한 만큼 대기의 탄소를 모아 제거해 합계를 0으로 만드는 것으로 전 국민적인 실천이 중요하다.

■ 농업 분야 기후변화 영향 커

농업 분야는 해충의 증가, 재배지의 변화 등 기후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분야 중 하나다. 농진청이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에 따른 해충 생태계를 연구한 결과 이산화탄소 농도가 증가할수록 ‘왕담배나방’, ‘톱다리개미허리노린재’ 일부 해충에서 출현이 빨라지고 개체 수가 많이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변화로 인한 병해충 발생이 늘어나면서 전북지역의 경우 기존의 ‘신동진’보다 ‘이삭도열병’과 ‘벼흰잎마름병’에 강한 ‘참동진’이 개발되기도 했다. 또 봄에 이상고온과 강우가 잦아지면서 밀 이삭에 싹이 나는 비율이 5배에서 최대 15배 이상 늘어나 생산량 저하로 이어지기도 한다. 최신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반영한 6대 과일의 재배지를 2090년까지 10년 단위로 예측한 결과에서는 사과의 재배지가 지속해서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 복숭아, 포도는 2050년 정도까지 소폭 상승한 후 감소하고 단감과 감귤은 지속해서 증가했다.

■ 2050년 정밀농업 60%까지 보급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말 ‘2050 농식품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발표했다. 이 전략의 핵심은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38%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2050년까지 정밀농업 기술을 전체 농가의 60%까지 보급하고 친환경 농업 면적을 전체 경지면적의 30%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농식품부는 농민 참여를 끌어내는 방안으로 저탄소 농업에 참여하는 농민에게 저탄소 직불금 등의 금전적 인센티브 제공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역별 온실가스 감축 실적을 배출권 거래시장을 통해 판매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도 모색 중이다.

농진청은 지난해 3월부터 탄소중립대응반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관련 부처, 지방농촌진흥기관, 농업인, 학계 전문가 등 다양한 분야의 의견을 반영해 ‘2050 탄소중립 실현 농업기술 개발과 현장보급 추진전략’을 마련했다.

■ ‘온실가스 데이터 플랫폼’ 구축

이 전략에 따르면 농식품 분야에서 선행돼야 할 과제로 온실가스 배출통계의 정확도 향상이다. 또 우리나라 농업생산 환경을 반영한 국가고유배출계수 개발이 선행돼야 한다. 농진청은 농업 분야 온실가스 통계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그동안 우리나라 농업생산 환경을 반영해 경종 32종, 축산 6종 등 38종의 국가고유 계수를 개발했다. 앞으로는 기존에 개발된 계수를 보완하고 2050년까지 64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농진청은 이를 통해 온실가스 배출 통계와 산정방식을 선진국 수준으로 개선해 온실가스 감축을 이행하고 평가하는데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또 농축산 분야 온실가스 주요 감축 수단인 가축 장내 발효, 논물 얕게 걸러대기 등의 메탄 배출계수를 추가로 개발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산정키로 했다.

특히 친환경농법인 무경운, 풋거름작물 재배, 돌려짓기(윤작)를 실천했을 때 농경지에 저장되는 탄소 축적계수를 개발해 온실가스 흡수원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여기에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에 필요한 통계자료 확충과 데이터를 표준화하고 농식품부와 지자체에서 탄소중립에 활용할 수 있도록 데이터 플랫폼을 2027년까지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 저탄소 농업기술 농민참여 관건

농진청의 추진전략 중 농민의 참여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부분으로 꼽는다면 개발한 저탄소 농업기술의 활용이라 할 수 있다. 농진청은 이를 위해 농업, 축산, 에너지 분야별 온실가스 감축기술 개발을 늘리고 농업 현장 적용과 수용성을 높여 저탄소 농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디지털 기술과 연계한 논물 관리기술 현장 확산 및 화학비료를 줄이기 위해 적정 비료사용 기준을 설정했다.

벼 논물관리에서는 벼 중간물떼기 기간을 1~2주에서 2주 이상으로 연장하는 것을 제시하고 농진청은 이 기술을 2030년까지 61%로 확대하기 위해 현장 기술 지원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또 논물 얕게 걸러대기의 효과를 분석하고 2030년까지 면적의 10%까지 확대·보급하기 위한 계수 개발에 나서고 있다. 농진청은 논물관리 기술에 따른 메탄 감축량은 2021년 10만톤에서 오는 2025년에는 24만톤, 2030년 이후에는 54만톤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농진청은 논의 물 높이를 효과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자동물꼬시스템 개발과 이를 현장에 적용 중에 있다. 아울러 질소비료 사용량을 줄이기 위한 적정 비료사용기준 설정 작물을 현재 226작물에서 2025년까지 246작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또 화학비료를 적게 주고도 생산성을 유지하고 수입 유박 등을 대체할 수 있는 벼 품종 ‘그린라이스’를 2026년까지 개발해 보급키로 했다.

■ 한우사육 31개월서 3개월 단축

농진청은 축산부문 기술 개발과 현장 확산을 위해서는 가축분뇨를 활용해 바이오차 생산하고 고체연료 펠릿화를 통한 사업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또 한우·젖소 등 반추가축의 소화과정에서 발생하는 메탄 발생저감 사료를 개발해 2025년까지 현장 적용키로 했다. 특히 온실가스 배출량과 사료비를 줄일 수 있도록 한우 사육기간을 31개월에서 28개월로 3개월 단축하는 기술을 보급키로 했다. 비육기간 3개월 단축시 마리당 10.4% 온실가스 저감과 사료비도 9.2% 절감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보통신기술(ICT) 활용 정밀사양과 축사 환경조절 등 스마트 축산과 저탄소 가축관리시스템 구축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 농경지 온실가스 흡수기능 강화

농진청은 농경지에서의 온실가스 흡수기능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바이오차 활용과 피복작물 재배 등으로 농경지의 토양탄소 저장 능력을 늘려나가기로 했다. 또 과수 바이오매스 등 신규 탄소흡수원을 발굴, 적용해 농경지 탄소흡수 기능을 강화할 계획이다.

방안으로 산소 없이 열분해해 숯 형태로 만든 바이오차의 토양개량제로서 효과 검증과 표준사용기준 마련으로 농경지 활용을 확대키로 했다. 또 유기물, 무경운 등 영농기술별 토양탄소 저장능력과 경제·환경적 가치를 평가하고 농경지 탄소저장을 위한 실천 매뉴얼을 개발해 지자체나 현장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도록 지원키로 했다. 특히. 참여 농가에는 보상 방안을 제시하고 시설재배 이산화탄소 활용기술 개발과 과수나무의 탄소흡수량을 평가해 새로운 탄소흡수원으로 활용한다는 복안이다.

■ 저탄소 농축산물 인증 도입해야

농진청은 이 같은 저탄소 농업기술의 농업 현장 확산 방안으로 개발된 감축 기술을 현장 실증과 연계하고 감축 기술의 시범사업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또 연구 성과가 현장에 빠르게 보급될 수 있도록 농업기술진흥원, 지방농촌진흥기관과의 협력체계를 강화하고 농식품부와 함께 우수 민간기술 사업화를 추진해나고 있다.

특히 지자체, 농업인 단체와 함께 탄소 감축을 위한 ‘3고(올리고, 내리고, 유지하고)’ 실천 운동을 전개하고 농업인 대상으로 기술정보 제공, 인식 제고를 위한 각 도원, 시군센터의 연구·지도직을 대상으로 전문 인력을 양성키로 했다.

농진청은 이와 같은 저탄소 농업기술과 관련해 올해 268억원 규모의 예산을 확보했으며, 매년 투자를 늘리고 전문 연구 인력도 지속해서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저탄소 농업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농민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보다 구체적인 지원 방안 마련이 아쉽다는 지적이다. 저탄소 농축산물 인증제도의 도입과 저탄소 농업기술을 현장 적용하기 위한 시설과 교육의 확대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