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눈치 그만 보고 행동에 나서라
[데스크칼럼] 눈치 그만 보고 행동에 나서라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22.05.26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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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 시장도매인-중도매인 거래, 애초에 법이 문제
법 개정 노력 안 한 사람들이 원흉..부당하면 부당하다고 말을 해야

 

(한국농업신문=유은영 부국장) 농수산물 도매시장을 보면 도대체 이해되지 않는 일이 있다. 농산물 거래제도를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의 태도 이야기다.

1985년 개장한 국내 대표적인 농산물 공영도매시장인 가락시장은 산지를 돌아다니는 위탁상의 가격 후려치기와 대금 떼먹기로부터 농민을 보호하기 위해 경매로 농산물 가격을 정해 투명성을 확보했다.

이후 20년 뒤엔 가격 정보가 널리 보급돼 농민이 속지 않을 거란 판단 하에 유통단계를 줄여 소비자가에게 저렴하게 공급하고 농가수취가도 높여주는 시장도매인제를 거래제도로 도입해도 된다고 농안법에 정했다. 예전 위탁상과 같은 유통방식이지만 시장개설자의 감독과 통제 하에 농산물 대금을 떼먹히는 일이 없어진 점이 차이점이다. 

다만 시행규칙에서 농림축산식품부 승인을 받으라고 단서를 달아 20여년 동안 가락시장에 도입되지 못하고 있다. 국내 유일하게 경매제와 시장도매인제가 동시 운영되는 곳이 강서시장이다.

그 강서시장이 지난 연말께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내내 시끄럽다. 시장도매인이 중도매인에게 630억원어치 물건을 2년 동안 팔았다고 농식품부 및 서울시 감사에서 적발되고부터다.

도매시장 내 유통인간 거래를 농안법으로 금지했지만 강서시장 중도매인이 경매회사로부터 살 수 있는 품목과 수량이 적어 시장도매인에게서 물건을 살 수밖에 없고 그 반대의 경우도 종종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게 유통인들 얘기다. 또 이런 일은 비단 강서시장 안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닐 거란 짐작도 충분히 할 수 있다.

사실 상식선에서 생각하면 이들의 주장은 이해 못 할 게 없다. 이 사건을 대하는 양측의 상이한 대처방식을 납득할 수 없다.

경매제의 중도매인들은 경매회사에서만 물건을 사도록 법에 규정했다. 따라서 중도매인들이 다른 곳에서 물건을 사면 경매회사는 ‘짜증’ 날 것이다. 또 직거래로 가격경쟁력을 강화한 시장도매인제가 도입되면 자신들의 '밥그릇'이 줄어들 게 뻔하기 때문에 이 역시 도입을 원하지 않는다.

이번 사건은 눈엣가시 같은 시장도매인을 괴롭히기에 아주 좋은 '껀수'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시장개설자인 서울시에 불법을 저지른 유통인들을 빨리 처벌하라는 독촉전화가 빗발친다고 한다.

58개 시장도매인업체와 143개 중도매인업체를 처벌하면 시장이 마비되고 그 피해는 농민에게 간다. 서울시는 영업에 지장주지 않고 처벌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날마다 쇄도하는 항의 전화에 그게 쉽지 않을 거란 관측이다.

강서시장 입주 시장도매인업체 대부분이 연루된 이 사건에서 시장도매인들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물건 사러 온 손님에게 안 팔 수 없고 중도매인인지 신분증을 확인하자고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누구인지 밝히지 않아도 되는 현금거래가 30~50% 라고 하니 모르고 판 입장에선 억울할만 하다.

그런데, 왜 행동하지 않는가? 시장도매인 쪽에서 현 농안법상 문제점을 정치권과 국회, 행정당국에 설명하며 적극 입장 표명에 나선다는 소리는 들려오지 않는다.

올해 2월 5개 쌀 농민단체는 쌀 시장격리 방식이 잘못됐다며 농식품부 담장에다 800kg 톤백벼 450포대를 쌓아놓았었다. 시장도매인은 현실에 맞지 않는 법 규정을 조목조목 짚은 성명서 한 장 발표하지 않는다.

시장운영자인 서울시와 서울농수산식품공사도 눈치보기에 몰두하는 모습이다. 가운데 끼어 동네북을 맞고 싶지 않은 심정이야 이해하지만 시장관리자의 역할 먼저 이행해야 할 것이다.

사실 이번 사건을 초래한 원흉은 기득권을 지키려는 사람들과 그 옆에서 주어지는 이득이 좋아 법 개정 노력을 하지 않은 사람들이다.

무수한 장해에 가로막혀 도매시장 발전을 견인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공사와 서울시가 눈치를 봐야 할 이유가 궁금해진다. 공사와 서울시는 눈치보기를 그만두고 당사자인 시장도매인들은 행동에 나서야 한다.

똑같은 이유로 논란이 됐던 중도매인간 거래 (전년도 전체 거래액의) 20% 허용은 그냥 이뤄진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