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도 없었던 감사 불시에 한 이유는 시장도매인 훼방 꼼수”
“한번도 없었던 감사 불시에 한 이유는 시장도매인 훼방 꼼수”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22.05.26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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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 시장도매인-중도매인 거래] 불법 조장하는 농안법 외면하고 시장도매인만 털어

가락시장 ‘상장예외’ 매출 맞먹는 8천억 올렸는데

“비현실적 규제 많아 못해먹겠다” 시장도매인들 분통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이런 감사는 이 시장 개장하고 17년만에 처음이야. 지금까지 묵인해 왔던 걸 느닷없이 왜 터는 거야?

농림축산식품부가 가락시장에 시장도매인 도입을 저지하려고 강서시장 시장도매인에 대한 기획감사를 실시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23일 강서시장에서 만난 시장도매인업체 A 대표는 “코로나 시국에 원래 1년에 한 번 하는 aT, 서울시 감사도 없애야 할 판에 갑자기 농식품부 감사까지 3번이나 받았어. 그것도 공문 보낸지 1주일만에 장부 걷어가더라”라며 이렇게 불시에 탈탈 턴 건 시장도매인을 잡으려는 꼼수라고 비판했다.

농산물 도매유통 업계에서 수 십 년을 일한 A씨는 강서시장이 개장된 2004년부터 원래 일터였던 영등포 청과시장에서 터전을 옮겨 지금까지 종사하고 있다.
농산물 도매유통 업계에서 수 십 년을 일한 A씨는 강서시장이 개장된 2004년부터 원래 일터였던 영등포 청과시장에서 터전을 옮겨 지금까지 종사하고 있다.

농산물 도매시장 내에서 농산물이 유통되는 거래제도는 경매제와 시장도매인제 두 가지다. 강서시장은 경매동과 시장도매인동 두 가지를 모두 갖추고 있는 곳이다. 농식품부는 지난해 11월 말께 강서 시장도매인업체 60개 중 20개를 무작위로 추려 회계감사를 실시한 결과 불법사항이 적발됐다며 시장개설자인 서울시에 2차 감사를 의뢰했고, 그 결과 2019~2020년 2년 동안 58개 시장도매인업체가 143개 중도매인업체에게 약 638억원 규모의 물건 판매한 사실을 적발했다.

현행 농안법(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 안정에 관한 법률)에선 유통단계가 늘어날수록 소비자가격이 상승한다는 이유로 도매시장 내 유통인간 거래를 금지하고 있다.

불법을 저지른 당사자들이 분개하는 건 이번 감사가 여러모로 석연찮기 때문이다. 손님이 찾는 물건을 다른 상인에게서 사서라도 구비해 줘야 그 손님이 계속 찾아오지 않겠냐는 것이다. 경매회사에서만 물건을 사야 하는 중도매인도 경매회사가 갖고오는 물건이 다양하지 않고 수량도 모자라기 때문에 시장도매인에게서 살 수밖에 없다고 항변한 바 있다.<신문 446호, 인터넷 5월 18일자 기사 참조>

23일 아침 강서 시장도매인동 전경
23일 아침 강서 시장도매인동 전경

이런 상식이 반영되지 않은 농안법을 지키면 시장 운영이 불가능해지는 것 또한 너무나 명확한 일이다. 그래서 개설자 등 행정당국도 단속 한 번 하지 않았고, 사실상 해당 조항은 사문화(死文化)돼 문구로만 존재해 왔다는 게 시장도매인 및 중도매인들의 주장이다.

농식품부가 안 하던 감사를 불시에 한 것 외에 감사 방식에서도 문제가 제기된다. A씨는 “동네 반상회를 해도 15일 전에는 공지를 하는데, 하물며 감사를 공지 1주일만에 하는 경우가 어딨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자료도 틀린 게 있을 텐데 대처할 시간도 주지 않고 무조건 서류만 내라고 하지 우리 설명은 들어보려고 하지 않더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강서시장 내 유통인들을 통틀어 시장도매인과 중도매인간 거래를 농식품부가 장부를 걷어 직접 조사한 것은 2004년 시장 개장 이후 처음이다. 이런 일이 하필 가락시장 내 시장도매인제 도입을 두고 유통인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시점에 벌어져 시장도매인제도를 폄훼하려는 경매제쪽 사람들의 전략이지 않겠느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본지 취재결과 농식품부는 늘상 하는 감사에서 불법거래가 적발됐다고 했지만 강서시장 및 업계의 이야기는 다르다. 이에 따르면 시장도매인 도입을 반대하는 한 농민단체가 전남에 지역구를 둔 모 국회의원에게 민원을 제기했고 해당 의원이 농식품부에 자료제출을 요구한 게 불시감사에 들어간 발단이었다. 다만 해당 의원은 사실을 확인하는 시장도매인 측에 펄쩍 뛰며 부인했다고 한다.

농산물 도매시장은 출하자인 농민과 소비자를 위해 만들어졌다. 또 다른 시장도매인 B씨는 “우리는 물건 잘 팔아서 농민들한테 송금 따박따박 해 주고 소비자한텐 저렴하게 팔면 할 일 다 한거야. 영등포에서 자유롭게 장사하던 사람들 끌고 와서 오만가지 규제를 해대는데 너무 힘들고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강서 시장도매인 60개사는 약 8348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이는 가락시장 중도매인들이 경매를 통해 못 받는 물건을 산지에서 직접 가져오는 ‘상장예외품목’을 판매해 얻은 매출과 비슷한 금액이다.

또 다른 시장도매인 C씨는 “중도매인이 지방 가서 물건 가져오느니 가까운 우리한테 사면 물류비도 적게 들고 소비자가도 그만큼 낮아질 거 아니겠어? 쓰잘 데 없는 규제는 안 고치고 애먼 사람들만 잡는지 모르겠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