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쌀 문제, 조금씩 양보해야 한다
[데스크 칼럼] 쌀 문제, 조금씩 양보해야 한다
  • 유은영 부국장 you@newsfarm.co.kr
  • 승인 2022.06.25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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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안보 큰 틀 안에 농가보호 중심으로

유통 가공 소비 선순환 체계 갖춰야 

(한국농업신문=유은영 부국장) 어떤 산업이든 그 시장에 참여하는 주체별로 각자의 입장이 있기 마련이다. 쌀 산업도 그렇다. 생산자와 유통인, 가공업자, 소비자 등 자신들이 처한 입장을 기준으로 양정제도가 만들어지고 시장상황이 돌아가길 바란다.

먼저 농가는 농업을 지속하기 위해 농가소득 보전 정책이 좀더 촘촘히 짜여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익직불제로 바꿔 직불금을 상향 조정하고 농민수당을 주는 것은 정부가 이같은 주장을 납득했기 때문일 것이다.

유통업자는 벼를 싸게 사거나 쌀값을 비싸게 받을수록 마진이 늘어난다. 가능한한 높은 가격을 받고 싶어하는 생산자를 설득하거나 시세 하락을 기다리는 이유다.

소비자는 당연히 싼값에 좋은 쌀을 구입하길 바란다. 품질에 따른 적정가격이란 게 있긴 하겠지만 같은 물건이라면 한 푼이라도 저렴한 쪽을 선택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물가 안정이 중요한 이슈가 된다.

그러나 각자의 입장이 상반된 경우라면 어느 한쪽을 위해 제도를 만들고 시장상황이 목표한 대로 따라가는 일은 거의 없다. 엇갈리는 이해관계 속에서 다같이 만족하는 제도를 만드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벼를 높은 가격에 많이 판다면 농가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그러나 벼를 사는 산지 유통업체 RPC는 소비지 유통업체에 팔아 마진을 남겨 경영을 이어가야 하므로 농가의 요구를 양껏 맞춰주기 어렵다. 또 가격다운을 바라는 마트 등 소비지 유통업체의 요구를 무시하기 어려운 이유도 있다. 마트는 마트대로 싸고 좋은 물건을 찾는 소비자에게 팔아야 하므로 어떻게든 싸게 사야 한다.

쌀 산업에서 이해관계가 대립될 때 무엇을 기준에 두고 양정제도를 만드느냐의 문제가 제기된다. 당연히 ‘식량안보’라는 대명제를 설정하고 접근해야 한다. 일단 농가보호가 우선일 것이고 다음이 유통과 소비의 선순환일 것이다. 생산 이후 유통과 소비의 단계에선 각자 조금씩 양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마트에서 한없이 가격을 후려친다면 RPC를 비롯한 양곡도매업체는 결국 도태되고 만다. 고품질쌀을 찾는 소비자도 그에 맞는 가격을 지불할 마음을 가져야 한다. 수십억을 들여 첨단 시설에서 고품질쌀을 도정해 내놔도 단 500원도 더 받지 못한다는 게 RPC 업계의 공통된 이야기다. 고품질쌀을 재배하는 농가도 다르지 않다.

특히 RPC의 경우 농가와 소비자 사이에서 적정 이윤을 남기지 못해 적자가 누적됐다. 누적적자 2000억인 농협은 차치하더라도 개인이 경영을 책임지는 민간RPC는 활로를 찾아줘야 한다. 농협은 마트도 있고 은행도 있기에 자구책이 있지만 민간은 오로지 쌀밖에 없다는 점이 그 이유다.

작금의 쌀 산업현황을 보면 유통에선 가장 어려운 게 민간RPC다. 이들에게 정부양곡 도정공장이 조금 양보해야 한다. 구곡을 사용하는 가공용 쌀 수요를 민간RPC에게도 개방해 살 길을 찾아주길 바란다. 묵힌 정부양곡이라 정부양곡 도정공장에서만 도정해 가공업체에 공급되는 쌀을 가공업체들이 마음껏 RPC에서 구매할 수 있게 해 원료확보 부담을 덜어 줘야 한다. 이를 위해 가공용쌀 도정을 모든 도정공장 대상으로 하는 공개입찰로 바꿔야 한다. 이것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한 쌀 산업 흐름을 맞춰 건전한 쌀 산업 생태계를 가꾸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