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희 조합장 “농민 웃을 일 끊임없이 고민할 것”
이준희 조합장 “농민 웃을 일 끊임없이 고민할 것”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22.06.29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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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출신 이월농협 조합장, 강력한 추진력 농민들 함박웃음
적자 허덕이던 하나로마트 6년째 흑자 행진, 곧 100억
APC 센터에선 하루 60~70톤 수박 출고…농가소득 ‘쑥쑥’

직원들에 “자동차 판매왕처럼 일하라” 적극적 태도 강조

자신도 ‘농민을 주인으로 섬기는 머슴’임을 잊지 않아

마트·장례식장·APC센터 등 숙원사업 해결해 온동네가 만족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내가 면장 할 적에 직원들에게 항시 ‘자동차 판매왕’처럼 일을 해보라고 했어요. 딜러나 세일즈맨은 죽기살기로 일을 하니까. 적극적이고….”

공무원을 퇴직하고 농협으로 일터를 옮긴 이준희 이월농협 조합장은 이제는 농협 임직원들에게 ‘자동차 판매왕이 돼라’고 한다.

“30년 전 공무원 신입 교육을 갔는데 강사가 그래요. ‘주민을 주인처럼 섬기라’고. 그 말을 퇴직할 때까지 가슴 속에 새기고 살았어요. 이젠 ‘농민을 주인으로’ 섬기고 있습니다.”

진천군 농정과장으로 공직을 퇴직한 그는 지난 2015년 선거에서 당당히 초선을 한 뒤 재선에도 성공해 7년째 지역 농민들의 든든한 울타리 역할을 해 오고 있다. 선거 공약이었던 ▲하나로마트 매출 극대화 ▲고소득작물 재배지원 확대 등은 이미 실행에 옮겨 농민들의 호응과 칭송이 자자하다.

하나로마트는 지상으로 이전한 이듬해부터 단숨에 흑자로 올라서더니 지난해엔 예상보다 무려 4억원을 초과한 90억 매출을 달성했다. 인구 6000명 남짓한 조그만 지역에서 좀처럼 올리기 어려운 수치라는 것은 종합감사에서도 인정받은 사실이다. 또 주위의 우려 속에 설립한 APC 센터는 고령화 농촌의 일손을 덜어주는 ‘효자’로 거듭나고 있다. 모두 이 조합장의 경영철학인 ‘조합원의 행복이 시작되는 농협 만들기’를 모토로 일군 실적들이다.

지난 22일 찾은 이월농협은 1년새 또 훌쩍훌쩍 성장해 있었다. 이준희 조합장에게서 그간의 변화를 들었다.

이준희 이월농협 조합장
이준희 이월농협 조합장

-농협은 역시 ‘하나로마트’인 것 같다. 역점사업으로써 목표한 대로 잘 가고 있는지?

지상으로 옮긴 뒤엔 한 번도 곤두박질 친 적이 없다. 지난해 목표 매출액이 86억이었는데 전년보다 4억 정도 플러스 된 것이다. 그런데 거기서 4억을 더 얹어 90억을 올렸다. 올해는 95억 정도 예감한다.

조합장이 되자마자 가장 먼저 한 일이 하나로마트 지상이전이다. 근 10년을 지하에 있었던 마트가 지상으로 오자마자 매출이 뛸 것을 이전부터 알고 있었다. 매장이 교통이 좋은 곳에 있어서 지상으로 옮기면 더 쉽게 눈에 띌 것이고 오다가다 사람들이 많이 사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근방의 골프장(천룡CC)에서 운동하고 돌아가시는 길에 마트에 들러 장을 보시는 분들이 많다.

-인기 좋은 메인 제품이라든가, 잘 팔리는 비결이 있나.

골프장에 오신 분들은 주로 고기 위주로 사가신다. 어떤 분은 50만원어치씩 한우고기를 사 가기도 한다. 맛도 좋고 가격도 서울보다 훨씬 저렴해 같은 가격에 많이 사 두고 오래도록 먹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음성 도축장에서 경매 받아 바로 가져오는 거라 아무래도 도시보다 저렴할 수밖에 없다.

최근 농협 장례식장 이용농민이 는 것도 하나로마트 매출 증대에 영향을 준 것 같다. 상(喪)을 치룰 때 식대 등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게 있으니 몇 억 정도는 그쪽에서 들어온다.

2016년 12월 이월농협 하나로마트 신축 준공식이 열리고 있다. 이월 하나로마트는 30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돼 2122m2 (약 641평) 부지에 연면적 1181m2 (약 358평) 규모의 지상1층 현대식 건물로 신축됐다. 지상으로 이전한 이 해부터 연일 흑자를 기록하며 올해 95억 매출을 바라보고 있다.
2016년 12월 이월농협 하나로마트 신축 준공식이 열리고 있다. 이월 하나로마트는 30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돼 2122m2 (약 641평) 부지에 연면적 1181m2 (약 358평) 규모의 지상1층 현대식 건물로 신축됐다. 지상으로 이전한 이 해부터 연일 흑자를 기록하며 올해 95억 매출을 바라보고 있다.

-그러고보니 장례식장도 반응이 좋은 사업 중 하나다. 지을 때 반대가 만만치 않았다고 했는데, 감회가 새롭겠다. 

농민들은 반대할 이유가 없고, 기존에 장례식장을 운영하고 있는 사람들이 반대 했다. 군청에 하도 민원을 넣어 겨우겨우 설립허가를 받아 올해 운영한지 3년째다. 농협 장례식장이 전국에 30곳 있는데 충북에는 음성, 옥천, 금왕, 우리 농협 해서 4곳뿐이다. 이월농협 중심으로 진천관내 6개 농협이 모두 참여했다.

설립 첫해부터 흑자를 냈고 계속 유지되고 있다. 중요한 건, 장례식 비용을 낮춰 드렸다는 거다. 평균 장례비용이 870만원 가량인데 기존 업자들도 농협을 따라 가격을 낮춰 조합원들께서 아주 만족해하신다. 관내에서 1년에 들이는 장례식 비용이 40억 정도 절감된 것으로 추산된다.

하나로마트며 장례식장 운영실적이 좋아 지난해 6월 1일 농협중앙회에서 ‘함께하는 조합장상’을 받았다. 전국에서 단 3명이 받았다.

-성과가 좋아 조합 살림도 늘었겠다.

조합 경영도 요샌 계속 흑자다. 동네 조합원들께서 ‘공무원 하던 양반이 이렇게 잘할 줄 몰랐다면서 걸어다닐 수 있을 때까지 하라’고 말씀하신다(웃음). 사실 공무원 하면서 이렇게저렇게 생긴 인맥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그때 알고 지내던 분들이 마트에서 많이 사 주시고, 일부러 우리 농협은행에 예금을 해 주신 게 전체 예금 중 10% 정도인데, 그 인맥으로 유치한 것이다.

-농자재 등 농업 지원이 늘었다고.

지난해 3억원 가량이었는데 올핸 7억원으로 대폭 확대했다. 농업인농작업보험·벼 농작물재해보험, 농약대금 같은 직접적인 지원 외에 농자재 구매, 마트 이용권 등을 합하면 그 정도 소요된다.

영농자재 지원품목 중 수용성 규산염인 시스타는 조합원들 평가가 좋아 계속 지원해드리고 있다. 이상기후에도 수확량에 변동이 없고 사용도 간편해 아주 좋아하신다.

이준희 조합장이 지난 22일 농협 본점에 위치한 APC 센터에서 수박 선별작업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2018년 설립한 APC 센터에는 현재 58농가가 참여하고 있으며, 농협이 수확부터 판매까지 다 알아서 해 주는 전처리 시스템으로 농가들의 만족도가 대단히 높다. 수박 성수기인 현재 하루 5톤 차량 11대 분량의 수박 약 60~70톤이 전국 시장으로 출하되고 있다.
이준희 조합장이 지난 22일 농협 본점에 위치한 APC 센터에서 수박 선별작업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2018년 설립한 APC 센터에는 현재 58농가가 참여하고 있으며, 농협이 수확부터 판매까지 다 알아서 해 주는 전처리 시스템으로 농가들의 만족도가 대단히 높다. 수박 성수기인 현재 하루 5톤 차량 11대 분량의 수박 약 60~70톤이 전국 시장으로 출하되고 있다.

-진천 수박이 유명하지 않나. 올해 수박 값이 좋은데 APC 센터 가동은 이상 없나.

하루 5톤 차량 11대가 출고되니 수박이 60~70톤 나가는 셈이다. 조합원들 소득향상은 물론 일이 줄어 만족도가 상당하다. 밭에다 심어만 놓으면 농협이 가서 따 오고 팔아주니 아주 좋아들 하신다. 2018년 설립해 58 농가가 참여하고 있다. 깨끗한 환경에서 기계로 선별하니 인력도 덜 들고 좋은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그 전엔 벼농사 위주였지만 요즘엔 소득 되는 쪽으로 자꾸 옮겨간다. 땅이 좋아 수박이 잘 되는데, 이런 고소득작물 재배를 역점사업으로 계속 지원할 것이다.

-농협 쌀 재고가 많아 다들 난리던데.

우리 농협은 CJ에서 사가기로 해 재고 문제는 해결됐다. 쌀값 문제는 생산을 줄이든지 소비를 늘리든지 해야 하는데 참 둘다 쉽지 않은 일이다. 국민주식이라 생산 감축보다 소비를 늘리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농민들에게 하고픈 말이 있다면.

안타까운 것이, 농사일이 힘든 건 둘째치고 돈이 안 되잖나. 농산물이 조금만 비싸지면 안 사고 수입산 사먹고, 생산이 조금만 늘어도 가격이 폭락하니 농사지어 생계 잇기가 만만찮다. 식자재를 대량으로 쓰는 식당 등 외식업소에 당근이니 호박이니 저장성 있는 열매채소는 수입산이 많이 들어온다. 농민들에게는 힘 내시라는 말밖에는 안 나온다.

어려운 상황이니 농업을 지속하도록 지원을 더 늘렸으면 한다. 물론 농민들도 새로운 영농기술 습득이나 생산비용 절감 쪽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농협 조합장으로서, 또 일생을 농민과 함께 했던 사람으로서 항상 농민을 주인으로 섬기며 농민과 농촌이 잘 사는 길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할 것이다.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