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쌀 재고 5만톤 ‘역공매’ 할까
농협 쌀 재고 5만톤 ‘역공매’ 할까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22.07.12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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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매입 10만톤 외 재고물량 처리방안 골몰
‘손실보전’ 쪽으로…산지농협들 “한숨 돌렸다”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정부가 2021년산 쌀 10만톤을 추가 시장격리할 예정인 가운데 농협(회장 이성희)이 나머지 과잉공급 물량 5만톤의 처리방안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농협은 애초 15만톤의 시장격리를 요구했었다.

한 RPC(미곡종합처리장) 공장에서 쌀포대를 지게차로 나르고 있다.
한 RPC(미곡종합처리장) 공장에서 쌀포대를 지게차로 나르고 있다.

12일 농협과 RPC(미곡종합처리장) 등 산지 쌀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역농협들은 농협중앙회가 실물을 매입해가길 바라고 있다. 하지만 향후 매입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팔아 보게 되는 손실은 차치하더라도 중앙회에 당장 벼를 보관할 창고가 없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실천하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또 하나 거론되는 것은 ‘현금보전’ 방식이다. 재고물량으로 추산된 5만톤에 대해 포대당 얼마씩 일정금액을 정해 지원해 주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손실을 보고 싸게 팔아버린 농협들이 형평성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지역농협들에 따르면 여러 가지 안 중 ‘역공매’ 방식이 가장 현실성 있다는 의견들이 다수다. 중앙회가 각 농협들이 지난해 수확기 농가로부터 매입한 가격에 맞춰 벼를 사 주고 보다 저렴한 가격에 해당 농협들이 다시 사 갈 수 있게 재판매하는 것이다. 이때 벼는 서류로만 움직이므로 부대 비용이 안 들뿐더러 농협들도 현재 떨어진 쌀값 시세대로 팔 수 있는 물량을 확보하게 되므로 윈윈하는 셈이다.

천안시농협쌀조합공동사업법인(천안통합RPC) 송태철 대표는 “현금 지원은 쉽지 않으니 중앙회에서 매입하는 것으로 잡았다가 역으로 다시 살 수 있게 해 주면 좋지 않겠느냐”며 “중앙회에서 어느 정도 손실 만회해 주면 올해 수확기 수매 걱정을 덜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농협들은 수확기 벼 매입사상 최대 물량이자 2021년 생산량의 절반인 194만톤을 매입했다. 정부는 올해 2월과 5월 총 27만톤의 쌀 시장격리를 단행했지만 쌀값은 계속 내리막길을 탔다.

◆역계절 진폭 15.5% 사상 최고

실질가격 기준 지난해 10월 5일 5만5000원(정곡 20kg)이었던 쌀값은 12월 15일부터 5만원 아래로 내려가 올해 6월 25일에는 4만2000원 이하의 약세를 지속하고 있다. 6월 25일자 산지쌀값은 2021년산 수확기(10~12월) 평균가격 5만3535원보다 8906원 낮아 15.5%의 역계절진폭을 보이고 있다. 이는 연속 풍년이 들어 쌀값이 급락했던 2016년 같은 날의 역계절진폭 6.0%보다 월등히 높다.

이에 따라 정부는 농협에 남아있는 재고물량 15만톤 중 10만톤을 매입하기로 하는 3차 추가 시장격리를 결정했다. 이달 중순까지 세부 매입계획을 마련하고 추석(9월 10일)에 대비해 조생종 벼 출하가 예상되는 8월 말까지 격리곡 매입을 완료할 계획이다.

격리는 결정됐지만 이번에도 최저가입찰제에다 농가물량(1만톤)이 포함돼 논란이 일었다. 농협 재고가 넘치는데 지난 두 차례 격리에서 적용했던 농가우선원칙을 예외없이 적용한 건 현실성이 다소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8월말 격리가 완료되고 정미소 등 민간 양곡도매상들이 농협으로부터 벼를 사 가면 수확기(10~12월) 벼 매입은 순조로울 것으로 예측된다. 쌀값하락은 공급과잉 외에 판매부진이 큰 원인이다.

또 다른 농협RPC 관계자는 “6만6~7000원에 산 벼가 5만3000원에 얘기되고 있다. 5만원에 사 가는 정미소도 있다더라”며 “10만톤 격리해도 과잉물량을 다 못 치울 걸로 생각하고 투매(덤핑처리)하는 것”이라며 산지 상황을 전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 RPC도 전년보다 40% 이상을 매입해 3000톤이 남는다. 잠을 못 자고 자다가도 깰 정도로 골치를 앓고 있다”며 “10만톤 정부가 걷어가주고 5만톤은 중앙회가 역공매식으로 손실보전해 주면 편히 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5만톤을 중앙회가 매입할 때 총 1000억원 이상의 예산이 소요되며 손실보전 자금도 몇 백억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