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규모화 밭 농업’의 미래, 새만금에서 시작하자
한국형 ‘규모화 밭 농업’의 미래, 새만금에서 시작하자
  • 이병규 국립식량과학원 간척지농업연구관 webmaster@n896.ndsoftnews.com
  • 승인 2022.07.12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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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규 국립식량과학원 간척지농업연구관

식량이나 곡물의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국내 생산량을 높여야 한다. 하지만 도시화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작물 길러낼 땅을 늘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오히려 농경지가 줄어드는 속도를 늦추기에 급급한 것이 현실이다. 지금 있는 경지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지속적인 농업기술 개발을 통한 생산량 확대가 현재로서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다.

우리나라 간척 농지는 11만2천ha로 국내 농경지의 7.2%를 차지한다. 쌀이 부족하던 과거에는 주로 벼를 재배하는 논으로 이용되었지만, 쌀을 자급하게 된 이후 간척 농지에 밭작물 재배를 권장하고 있다. 새만금 간척지는 주로 밭작물 재배 전용으로 개발되고 있는 곳이다.

대부분의 간척 농지는 고운 모래가 많아 침식이 심하다. 지지력이 약하고 지하수위가 높아 비가 오면 물에 자주 잠긴다. 가뭄이 지속되면 땅속에서 염류가 다시 땅 위로 올라오는 재염화 현상도 발생한다. 작물 생육에 필수적인 질소, 인산, 칼슘 등 양분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점토와 유기물이 적어 양분과 수분의 보유력도 극히 낮은 척박한 토양이다. 이러한 이유로 논으로 이용되거나 조사료 재배가 주로 이루어졌다.

하지만, 간척 농지가 불리한 조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대규모 기계화 재배가 가능한 장점이 있다.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콩, 옥수수, 밀 등을 간척 농지에서 대규모로 재배하면 식량자급률을 높일 수 있고, 농민 소득도 높일 기회가 될 수 있다. 최근 간척 농지는 경지구획을 규모화해 구획당 면적이 2~4ha로 조성되었다. 현재 농업인에게 임대로 농사를 짓게 하는 국가관리 간척지의 임대면적은 영농단체 당 30~120ha에 이른다. 이러한 임대 규모는 미국, 캐나다 등 농업선진국과 같이 규모화 영농을 실현할 수 있는 큰 이점을 제공한다. 

간척 농지의 열악한 환경적 제약을 극복하고 곡물의 규모화 재배로 경제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첨단 디지털 기술과 기계화가 조합된 종합기술을 현장에 적용해야 한다. 토양에 센서를 설치해 양‧수분 함량 변화를 측정하는 디지털 측정시스템, 충해의 발생을 예측할 수 있는 미리 알 수 있는 스마트트랩, 드론을 활용한 병충해 방제, 경운부터 파종, 비료 살포까지 가능한 자율주행 트랙터, 효율적인 이동형 관수장치 등 규모화된 간척 농지에서 다양한 기술들의 실증이 필요하다. 노동력과 농자재 투입의 최소화로 일반 농지와 비교했을 때 더 나은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 시험연구가 필요하다.

농촌진흥청은 이미 2020년 전문 농업 경영인들과 협력하여 새만금 간척지 450ha에서 사료작물인 이탈리안라이그라스(IRG)를 기계화 재배를 실증한 바 있다. 이때 일반 농지 대비 수량성과 사료 영양성분은 약간 떨어졌지만, 노동시간과 농자재 투입 등 생산비가 크게 줄어 순수익은 증가하는 결과를 얻었다. 

농촌진흥청은 현재까지 개발된 스마트농업 기술과 생력기계화 기술을 접목하여 콩, 밀, 옥수수 등을 간척지에서 대규모로 재배하고, 그 경제성을 확인해보는 연구를 올해부터 단계적으로 추진한다. 올해에는 염해가 적은 새만금 간척지 농생명 용지 16ha 현장에서 전문 농업경영인과 같이 콩 재배 실증연구를 진행하며 관행 대비 생산비를 30% 이상 절감하는 것이 목표다.

이어서 내년 여름에는 콩, 겨울에는 밀을 대규모로 재배하는 현장 실증에 나설 예정이다. 국내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으나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귀리 같은 작물도 규모화 재배 연구를 추진할 계획이다. 

간척 농지를 활용해서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 제고와 농업인 소득 증대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모든 분에게 관심과 격려가 필요하다. 드넓은 간척지에서 무인 콤바인이 주렁주렁 달린 콩을 수확하는 모습을 기대해보자. 새만금은 그 출발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