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米적米적] 0% 할당관세, 먹거리산업 붕괴 계기되나
[기자수첩 米적米적] 0% 할당관세, 먹거리산업 붕괴 계기되나
  • 김은진 기자 kej@newsfarm.co.kr
  • 승인 2022.07.12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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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진 기자

정부는 소비자물가 안정을 위해 돼지고기에 이어 수입 쇠고기와 닭고기 등 수입 축산물에 대한 할당관세 0%를 적용키로 했다. 수입 쇠고기는 주요 수입국인 미국과 호주에 각각

10.6%, 16%의 관세를 매기고 있지만 이를 연말까지 10만톤에 한해서 0%로 낮춘다는 것이다. 이미 할당관세 0%를 적용하고 있는 돼지고기는 대상물량을 1만톤에서 3만톤으로 늘리고, 증량 물량 2만톤 전량을 삼겹살에 배정키로 했다.

또 닭고기와 분유, 대파, 커피원두를 비롯해 간장과 고추장의 재료인 주정원료 등 농축산물 7종 대해서도 할당관세 0%를 적용키로 했다. 양파·마늘·참깨·대두(가공용)에 대해서는 기존 저율관세할당(TRQ) 물량을 크게 늘린다는 계획이다.

농축산물의 관세를 없애면 소비자에게 지금보다는 수입 농축산물을 싼값에 살 수 있다. 그에 따른 밥상 물가안정에 얼마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수입 농축산물의 소비가 늘면 국내 농가는 그만큼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미 사료 가격 폭등으로 생산비가 크게 늘면서 소득이 줄어든 축산농가는 이번 할당관세로 국내 축산물 소비까지 줄어들면 폐업의 상황까지 내몰릴 수 있다.

실제 한우농가는 사료 가격 폭등으로 생산비가 1000만원을 넘어서고 있지만 지육 도매가격은 지난해보다 11% 하락했다. 돼지농가도 계절적 요인으로 지육 가격이 오르긴 했지만 생산비가 1㎏당 5000원에 육박하면서 실질 소득은 오히려 마이너스에 가깝다는 것이 현장 분위기다.

양파 매입이 시작되는 단계에서 TRQ 도입이라는 직격탄을 맞은 양파농가는 참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양파농가는 올해 초 양파가격이 크게 떨어지자 지난 4월까지 조생양파를 자체 폐기하는 등 양파가격 안정에 남다른 노력을 해왔기 때문이다.

더욱이 국내 농가들은 생산비가 상승해도 가격 결정권이 없어 가격을 올려 받기도 어렵다. 오히려 정부에서 물가안정을 이유로 무관세, 또는 수입 물량을 늘림으로써 국내산 농축산물의 가격하락까지 유도하고 있다. 서민의 밥상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한 정부의 의도는 충분히 이해되기도 하지만 농가의 피해는 나 몰라라 하는 식의 정책은 종착에는 먹거리 산업, 농축산업 자체를 붕괴시킬 수도 있다. 이는 지금의 물가상승보다 더 큰 고통을 국민 모두에게 가져다줄 수 있다. 농가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