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광혁 “40년만의 영광 꾸준히 지켜나가렵니다”
[인터뷰] 김광혁 “40년만의 영광 꾸준히 지켜나가렵니다”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22.07.22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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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10대 브랜드 쌀’ 대상‥김광혁 농협양곡(주) 무안지사장
무안 RPC 설립 이후 첫 대상 수상 ‘경사’
‘황토랑쌀’ 내년에도 최고 쌀 목표로 정진

"벼값을 웬만큼은 드릴 수 있게 적자만 안 나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최근 쌀 공급과잉과 소비부진에 따라 고품질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쌀의 품질은 재배기술도 중요하지만 저장·가공기술이 좌지우지 한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김의웅 한국식품연구원 박사에 따르면 재배기술이 20%, 수확 후 저장·가공 기술이 80%에 달한다. RPC(미곡종합처리장)가 시설현대화와 선진 가공기술 습득에 목을 매는 이유다.

전라남도는 최근 ‘전남 10대 브랜드 쌀’ 시상식을 갖고 외관품위와 밥맛 등 평가에서 두각을 나타낸 10개 쌀 브랜드를 선정했다. 영예의 대상을 받은 ‘무안 황토랑쌀’의 산실(産室)인 농협양곡(주) 김광혁 무안 지사장(무안농협미곡종합처리장)에게서 좋은 쌀 만드는 비결을 들었다.

-대상을 차지한 소감은.

‘전남 10대 브랜드 쌀’ 시상식 개최 13년만에 무안군이 처음 대상을 받았다. RPC 설립연도로 따지면 30년만에 처음이다. 대단한 영광으로 생각한다. 쌀 품위뿐 아니라 RPC 시설이며 세세한 것까지 모든 걸 평가해서 점수를 낸다. 1등과 2등 차이가 1점이 안 될 정도로 받기 힘든 상이다. 대상을 받으면 다른 소비처에서 많이 인정해 준다. 또 계속 유지하기 위해선 그만큼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감도 든다.

-특별한 비결이 있을 것 같다.

그냥 부지런할 뿐이다. 좋은 쌀을 내려면 좀더 공부를 많이 해야 하고, 좀더 부지런해야 하더라. 제가 전문성을 갖고 있어서가 아니다. 정해진 룰대로 잘 해준다면 누구나 다 할 수 있다. 정말이다.

-보관이 정말 중요하다던데.

벼를 도정하기 전까지 최상의 온도와 습도를 유지해 주는 게 가장 중요하면서도 어렵다. 잘 지은 농산물이 RPC로 들어왔을 때부터 우리 일이 시작된다. 농가에서 가져온 산물벼를 건조기로 말리는데 온도를 약 42도 정도로 은은하게 15~16% 사이 수분을 유지하도록 말려야 한다. 그런 다음 저온저장시설에서 15도로 맞춰 보관하면 쌀 품질이 훨씬 좋아진다. 벼를 꾸준히 그 상태로 유지해줬을 때 최고품위의 쌀이 나온다. 이 과정에 시간이 많이 걸려 부지런해질 수밖에 없다. 고품질쌀의 도정수율은 68% 전후인데, 그 말은 싸래기가 거의 없다는 뜻이다. 72~3%로 빼면 싸래기 비율이 10%쯤 된다.

-싸래기를 다 빼내면 무게가 줄어 손해이지 않나?

수율이 1% 줄 때 평균 600원 정도 원가가 높아진다. 72%로 뺀 쌀 20kg 한 포대가 4만원이라고 한다면 고품질쌀은 원가가 2400원 높아지는 거다. 기왕이면 소비자에게 좋은 쌀을 공급해야 하고 현장도, 정책도 고품질쌀 쪽으로 가는 게 맞다.

-쌀 소비감소 대안이 있나.

밀가루 소비가 30% 늘었다는데 그만큼 쌀 소비가 줄었다는 얘기다. 수출한다고 해도 교포들이 먹을 거라 소량에 불과하다. 대책은 정부가 만들겠지만 농업현실이 어려우니 답답하다. 인건비, 유류비 등 생산비가 급등했는데, 1만평 기준으로 벼 한 포대(40kg)에 6만5000~7만원을 줘야 1년에 2500만원, 최저시급밖에 안 된다. 그래서 더욱 고품질쌀 쪽으로 가야 한다. 고칼슘쌀이라든가 당뇨에 특화된 쌀 등 기능쌀을 개발해서 각 도마다 장려해야 한다. 이와 함께 논 타작물재배 지원사업을 부활시켜서 벼 재배를 10% 이상 감소시키면 효과가 있을 것이다.

-바람이 있다면.

RPC들이 적자가 많이 난다. 올해도 심각한 상황이라 대상을 받고서도 마냥 기뻐할 수 없는 형편이다. 밥 한 공기에 340원인데, 커피 몇 잔 값이면 2인 가족이 20kg 한 포대로 한 달 넘게 먹을 수 있다. 농민들이 고생하며 힘들게 농사짓는데 벼값을 웬만큼은 드릴 수 있도록 적자만 안 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 환경은 어렵지만 내년에도 최고쌀로 뽑히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