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도매시장 관행 무시하는 법 개정해야
[데스크 칼럼] 도매시장 관행 무시하는 법 개정해야
  • 유은영 부국장 you@newsfarm.co.kr
  • 승인 2022.07.22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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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도매인-중매인간 거래 서울시 행정처분 내려

현장 목소리 반영한 도매시장 개선방안 만들어야 

(한국농업신문=유은영 부국장) 드디어 서울시에서 강서농산물도매시장 내 불법거래에 대한 행정처분을 내렸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업계를 뜨겁게 달궜던 사건이 한숨 쉬어가는 느낌이다. 

강서시장 내 시장도매인업체 60개 중 58개가 중도매인 141개사와 거래했던 사실이 지난 농식품부 감사와 서울시의 두 차례에 걸친 감사에서 드러나 그 처분을 두고 말이 많았다.

우선 시장 개장 후 한번도 하지 않던 감사를 불시에 한 것에 대해 애초부터 처벌을 노리고 계획적으로 시행한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시장도매인을 싫어하는 경매제쪽 사람들이, 또는 시장도매인과 경쟁하는 경매회사(도매시장법인)가 계획적으로 일을 벌여 시장도매인을 곤경에 빠뜨리려고 했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강서시장 개장 18년만에 이런 감사는 처음이기 때문이다.

지극히 상식적인 일이 왜 농산물 도매시장에선 트집거리가 되고 법적 처벌까지 받게 되는 건지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내가 손님이라면 당연히 다양한 물건을 많이 구비한 상인을 찾는다. 더구나 도매시장에서 물건을 떼 팔아야 하는 마트의 사장이라면 괜찮은 곳 한 곳과 꾸준히 거래하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어느날 내게 물건을 주던 상인의 점포에 물건이 적어졌다면 어떻게 할까. 특별한 사이가 아니고선 대부분 다른 상인을 물색해 거래처를 바꿀 것이다. 그럼 기존의 상인은 거래처를 잃게 되고 이것이 반복되면 생계에 타격을 받는다.

바로 이런 단순한 순리를 알기 때문에 시장개설자인 서울시도 이것과 관련해선 단속 한번 하지 않았고, 이를 불법으로 규정한 농안법도 사문화돼 머릿속에서 잊혀지고 있었던 때다.

농식품부는 불시감사에서 시장도매인들의 장부를 뒤져 중도매인과 거래 내역을 찾아내고 서울시에 2차감사를 의뢰했다. 시는 감사결과가 나온 후 5개월가량이 지난 즈음에야 58개 시장도매인과 141개 중도매인 업체에 대해 ‘업무정지’ 처분을 내렸다. 시장마비 우려엔 업체별로 순차 처분에 들어가는 것으로 대처했다.

시장도매인 측은 이런 전무후무한 사태에 강력 대응하려는 눈치다. 업무정지 처분에 불복하는 행정소송을 내고 장기적으로는 지킬 수 없는 상인간 거래금지 조항인 ‘농안법 30조’ 개정작업에 돌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종내는 헌법소원까지 가서 무엇이 그르고 바른지 반드시 가려내겠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시장도매인들은 중도매인이 경매제에 없는 것만 와서 가져가는데 그게 잘못이냐는 입장이다. 사실 경매제에선 경매회사가 가져오는 품목이 적고 물건 수도 적다고 중도매인들이 입을 모아 말한다. 또 원칙적으로 수입농산물이 없다. 특히 중도매인간 거래도 예전엔 아예 금지대상이었다가 이런 현실적인 문제가 계속 불거지자 2018년 전년도 거래금액의 20%까지는 허용한다고 법을 바꾸었다.

그렇다면 시장도매인도 20% 쯤은 열어줘야 하지 않나? 농식품부가 2년 가까이 준비한 도매시장 발전방안에 이런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 

현장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면 '진짜' 공정하고 상식적인 개선방안을 얻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