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산물 할당, 무관세 확대…물가안정에 농민소득감소①]가격 오르니 수입하는 정부…마늘·양파 농가 ‘뿔났다’
[농축산물 할당, 무관세 확대…물가안정에 농민소득감소①]가격 오르니 수입하는 정부…마늘·양파 농가 ‘뿔났다’
  • 김흥중 기자 funkim92@newsfarm.co.kr
  • 승인 2022.08.03 09:58
  • 댓글 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가뭄 등 흉작으로 생산량 줄자 가격 급등
정부 물가안정 위해 TRQ 물량 도입 추진
마늘·양파 생산자 “수입계획 즉각 철회” 촉구
실질적·중장기적 수급안정 대책 요구 잇따라
치솟는 가격 잡으려고 ‘수입’ 나선 정부

(한국농업신문= 김흥중 기자) 최근 마늘·양파 가격이 크게 오르자 정부가 수입 카드를 꺼내 들었다. 마늘·양파 품목에 대해 일정 물량에 낮은 관세를 적용해 수입 해오는 저율관세할당(TRQ) 도입을 추진키로 하면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 지난 1일 내놓은 양념채소에 대한 농업관측 8월호에 따르면, 지난달 깐마늘 도매가격은 ㎏당 8779원으로 전년보다 12%, 평년 대비 47.3%나 올랐다. 양파도 역시 가락시장 평균 도매가격이 ㎏당 1356원으로 전년 대비 93.6%, 평년 대비 82.5%나 크게 상승했다.

마늘·양파 가격이 큰 폭으로 뛴 데에는 작황 부진이 한몫했다. 지난겨울부터 봄까지 이어진 극심한 가뭄 탓에 작황이 좋지 못해 생산량이 크게 줄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마늘·양파 생산량은 각각 27만2759톤, 119만5563톤으로 전년보다 3만5773톤(11.6%), 38만1189톤(24.2%)씩 감소했다.

가뭄 등 기상악화로 인해 생산량이 줄어들자 자연스럽게 시장 공급량이 예년에 비해 감소했고, 결국 가격이 크게 오르게 됐다. 정부가 가격안정을 위한 공급량 확보 차원으로 할당관세 적용을 검토해 추진한 이유다.

지난달 8일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제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는 마늘·양파 등 가격불안품목에 대해 해외도입과 할당관세 적용 등으로 가격을 안정화시키겠다는 방침이 나왔고, TRQ 도입 계획이 속속 발표됐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양파의 경우 지난달 11일 2만645톤을 들여오는 것으로 결정했고, 마늘은 22일 깐마늘 1700톤, 신선통마늘 7916톤 총 9616톤을 저율관세로 수입하기로 했다. 이렇게 수입된 마늘·양파는 8월 중순 이후 본격적으로 국내시장에 유통될 전망이다.

성출하기에 수입계획 발표, 농가 격분

정부의 마늘·양파 수입 조치에 현장의 마늘·양파 농민들은 화가 단단히 났다. 정부의 ‘묻지마 수입’ 행태를 비판하며, 당장 TRQ 도입 계획을 철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늘·양파 생산자들은 가격이 오를 때마다 수입에 의존한다면 국내 마늘·양파 산업 기반이 붕괴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달 7일 기획재정부 앞에서 양파 TRQ 수입 반대 기자회견을 연 한국양파연합회, 한국양파생산자협의회, 전국양파생산자협회 3개 단체는 “올해 초 2021년산 저장양파 가격이 ㎏당 150원 수준일 때도 대책을 내놓지 않던 정부가, 이제는 기상 악재로 생산량이 줄어 가격이 오르니 수입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시장 공급량이 감소하면 정부가 나서지 않아도 민간수입업자들이 135% 관세로 사들여온다. 여기에 정부까지 수입에 나선다면 그나마 자급률이 높은 국산 양파 산업 전체가 몰락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TRQ 도입 시기에 대한 지적도 잇따랐다. 7월은 농가에서는 한창 출하에 나서는 시기인데, 이때 정부가 수입 계획을 발표하자 산지에 혼란이 발생했다는 이유에서다. 급기야 마늘 주산지인 경남 창녕과 합천 관내 6개 공판장에서는 공판이 중단되기까지 했다.

정부의 TRQ 물량 수입 발표가 있자 국내시장 깐마늘 가격이 대폭 하락할 것으로 우려되면서 공판이 중단됐다는 게 현장의 중론이다. 한국마늘연합회는 지난 2일 대정부 건의안을 발표하면서 “7월 22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를 통해 TRQ 마늘 수입권 공매 공고를 내놓자마자 산지 공판장에 혼란이 생기면서 거래가 중지됐다”면서 “그 여파는 가격 하락으로 이어졌다. 공고 전일에 비해 상품은 200~300원, 중·하품은 500~800원가량 떨어져 거래됐다. 가뭄으로 중·하품 물량이 비중이 늘어난 올해는 농가 손실이 더 커질 수밖에 없게 됐다”고 토로했다.

정부는 출하 시기를 고려해 내린 조치라는 입장이다. 농식품부는 “마늘 TRQ 도입은 국내 수급 상황에 따라 추진하고 있다. 생산량이 많이 감소했던 지난 2015년에는 6월 29일, 2016년에는 7월 11일에 TRQ 도입을 공고했다”면서 “올해는 농업인의 출하가 마무리되는 시기를 고려해 과거보다 늦게 조치했다”고 전했다.

“수입 능사 아냐”…부작용 발생 우려도

농산물 가격이 오를 때마다 대책으로 나오는 TRQ 도입은 과거부터 수차례 현장의 거센 반발을 동반했다. 또 국내 자급 기반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뒤따랐다.

농식품부가 마늘 TRQ 도입 공고 시기에서 예로 든 지난 2015년에는 올해와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극심한 가뭄으로 작황이 나빠지자 생산량이 줄었고, 수급·가격 불안이 커지자 정부에선 마늘 1만3000톤을 TRQ 물량으로 조기에 도입하기로 했다. 양파도 마찬가지로 총 2만1000톤을 수입하기에 이르렀다.

당시 마늘·양파 생산자들은 올해처럼 정부의 TRQ 도입에 격하게 반발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수입 계획 발표 이후 유통인들 사이에서 거래량이 줄어들면서 가격이 하락하는 일도 발생했다. 올해와 유사한 상황이 나타난 셈이다.

이에 당시 전문가들 사이에선 TRQ 조기 도입 등에 대한 부작용을 지적했다. 특히 양파의 경우 수입산 양파 출하가 늘면서 가격 상승폭을 줄일 수 있었으나, 식자재 업체 등 대형 수요처 중심으로 수입산 사용 비중이 늘어나는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한 농업경제 전문가는 “수입 카드는 단기적으로 가격안정 효과를 볼 수 있으나, 중장기적으로는 자급률 하락, 국내산 소비둔화 등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중장기 수급안정 사업을 위해서는 우선 생산자 조직의 자율적 수급조절체계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격을 잡으려고 수입에 나선 사례는 지난해에도 있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깐마늘 가격이 상승한다는 이유로 수입산 마늘을 들여와 현장 농민들로부터 빈축을 산 사례가 있다.

전국마늘생산자협회 관계자는 “TRQ 도입을 추진한다면 잠시 가격을 낮춰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을지는 몰라도, 국산 마늘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수입 마늘이 국내 마늘 시장을 잠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수급조절, 생산자단체와 머리 맞대야

생산자단체에서는 정부가 수급 대책을 세울 때 반드시 생산자인 농업인과 협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마늘·양파 생산자단체들은 정부의 이번 TRQ 도입 발표에 대해 반발하면서, 정부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양파 생산자단체들은 TRQ 도입 결정은 생산·유통 단체 대표들이 모인 자리에서 결정하기로 했던 약속을 정부가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마늘 생산자단체 역시 정부가 TRQ 도입 전 마늘 수급위원회를 거쳐 논의하기로 했지만 약속과 달리 수입 절차를 진행했다고 지적했다. 생산자단체들이 수급조절 대책을 검토할 때 현장과의 협의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모양새다.

전국양파생산자협회 관계자는 “가뭄 등으로 생산량이 크게 줄어 공급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자 정부는 TRQ 도입을 강행했다. 정부는 더는 묻지마 수입이 아니라, 국내 양파 산업을 보호할 수 있는 결정을 생산자단체와 같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늘연합회는 대정부 건의안을 통해 “TRQ 도입은 결국 물가 상승 억제를 빌미로 한 농민소득 감소 조치”라며 “TRQ 이슈가 시장에 거론되면서 수확시기 생산량 감소에 따른 가격 상승을 억제했다. 이는 정부 정책이 산지 가격에 영향을 미친 상황임으로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올해 추가 마늘 TRQ 운용은 반대한다. 향후 TRQ 도입 필요성이 제기됐을 시에는 마늘의무자조금관리위원화와의 논의를 통해 해당 사항을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