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누가 거미집을 망가뜨렸을까?
[사설] 누가 거미집을 망가뜨렸을까?
  • 연승우 기자 dust8863@newsfarm.co.kr
  • 승인 2022.08.08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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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업신문 사설) 올해 양파가격이 올랐다. 고물가 시대에 양파가격이 오르는 건 당연하다고 해야 한다. 하지만 양파가격은 생산량 감소에 원인이 있다. 양파는 격년을 주기로 가격이 하락하거나 상승한다.

가격이 오른 다음연도에는 농가들이 재배면적을 늘리게 되면서 그다음 해에는 가격이 하락한다. 가격이 내려가면 재배면적을 줄이게 되고 다시 가격은 오르게 된다.

경제학에서 이런 식의 농산물 가격 변화를 거미집이론으로 설명한다. 수요에 비해 공급의 변화가 느린 시장을 설명하는 이론이다. 그래프에서 시장 가격이 변하는 궤적이 거미집과 같은 모양을 보이기 때문에 거미집 이론이라는 명칭이 붙었다.

거미집이론은 장기적으로 가격의 폭락과 폭등을 반복하면서 새로운 정보를 바탕으로 적정한 생산량과 적정가격을 형성한다는 이론이다. 즉 농가들이 경험을 바탕으로 적정 생산량을 찾아서 유지하게 된다는 이론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양파는 그렇지 않다. 20여년 넘게 가격 하락과 상승을 반복하고 있지만, 아직도 적정생산량을 찾지 못했다. 양파만 그런 것이 아니라, 배추, 마늘도 그렇다.

축산물은 도축 시기 조절 등으로 일정 정도 공급량을 줄이거나 늘릴 수 있지만 저장성이 짧은 농산물은 그렇지 못하기에 더욱 심하다.

거미집이론대로라면 지금쯤이면 우리나라 농산물 시장은 안정적인 궤도에 올랐어야 한다. 그렇지 못한 이유는 첫째 정부의 개입이다. 양파가격이 오르면 정부는 할당관세를 통해 양파수입량을 늘린다. 두 번째는 대체작목이 없다. 양파가격이 하락하면 다른 작물을 재배해야 하지만 겨울철 농사는 양파 아니면 마늘이다. 재배면적을 줄이지 못하는 이유 중의 하나이다.

세 번째는 정확하지 못한 관측이다. 농민들에게 정확한 재배 정보를 관측을 통해 제공해야 하지만 농촌경제연구원에서 발표하는 관측을 농민들이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

농산물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정확한 관측도 필요하지만, 농가들의 대체 작목도 개발이 병행돼야 하고 무조건 수입에 의존하는 정부의 관행도 버려야 한다. 결국 거미집은 정부가 망가뜨리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