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장례문화 ‘종이관’ 사용부터
친환경 장례문화 ‘종이관’ 사용부터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22.08.13 09:1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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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열 정성과나눔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인터뷰

화학처리 안해 유해가스 배출 적고

집진시설 유지보수비·에너지도 절감

서울시 적극적인 개선 자세 가져야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친환경이 화두가 된 요즘 고인을 종이관(棺)에 모셔 정부의 ‘탄소중립 2050’ 정책에 맞춰가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성과나눔 사회적협동조합 심상열 이사장은 지난 27일 경기도 일산의 모처에서 기자들과 만나 종이관 사용시 얻을 수 있는 이점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했다.

가장 큰 장점은 화장시 발생되는 각종 유해물질이 최소화된다는 점이다. 기존의 나무관 중 화장용 관으로 쓰는 관은 대부분 원목의 통판목이 아닌 작은 오동나무 조각들을 공업용 접착제로 붙힌 집성목으로 화학처리와 상품성을 위한 니스칠 등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대기오염을 피할 수 없다.

특히 심 이사장은 모양이나 견고함에서 나무재질과 다를 바 없는 종이관을 개발했다. 생산원가도 기존 오동나무에 비해 70% 이상 낮췄다. 그런데 잘 바뀌지 않는 사람들의 인식과 행정당국의 무관심 때문에 종이관의 보급은 요원하다. 제품이 나온 지 10여년이 지나도록 종이관이란 이름이 생소하게 들리는 이유다.

정성과나눔 사회적협동조합 심상열 이사장

-종이관은 사실 처음 들어본다.

나온 지 10~15년이 됐는데 잘 쓰지 않아 대부분 모르신다. 장례식장에서도 돈이 되질 않으니 유족에게 권하지 않는다. 유족이야 관의 종류도 모르고 경황이 없어 권하는대로 대부분 따른다. 행정당국이 먼저 변하면 민간으로 파급되는 건 순식간이다.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시설부터 모범을 보이는 입장에서 종이관을 사용했으면 한다.

대학병원이나 시립병원 등의 장례식장 입찰 항목에 화장용관으론 오동나무 조각으로 붙힌 집성목 관이 대부분이다. 일전에 서울시에 전화해 “종이관 100개를 기부하겠다고 했더니 장례식장에 직접 갖다주라”고 하더라. 장례문화를 개선시키려는 의지가 없는 것이다.

-적극 권장할 정도로 장점이 많은가?

요새 제품이고 시설이든 유해여부를 따지지 않나. 종이가 나무보다 탈 때 유해물질이 적게 배출된다는 건 누구나 아는 상식이다. 집성목의 오동나무관은 90% 이상을 중국에서 들여온다. 수입시 화학처리가 기본이고, 상품성을 위해 니스칠을 하니 유해가스가 많이 나온다. 또 종이는 빨리, 깨끗하게 타니 화장장 집진기에 과부하가 안 걸려 유지보수 비용 절약은 물론 에너지 절감도 된다. 특히 종이관은 대량생산이 가능하다. 1개 제품 완성하는 데 15분 걸려 1일 대량 생산도 된다. 자동화시설이 돼 있어서 인건비도 절감된다.

-종이가 약하지 않나, 불안할 것 같은데.

냉장고 박스도 나무처럼 딱딱한 골판지를 사용한다. 최근 고인을 직접 모신 사례에서 산소까지 400m를 이동하는데 아무런 변형이 없었다. 비까지 왔는데 눅눅해지지도 않았다. 물 새는 틈새가 없는 걸 확인했다. 체중 92kg 직원이 들어가 300m를 왔다갔다 했는데 끄떡없었다. 겉 두께가 15mm, 밑은 25mm다. 접어서 만드는 제작공법으로 튼튼하다. 그 덕에 각대 등 보강재를 붙이지 않아 유해물질 배출이 적다. 제조기술은 현재 특허출원 중이다.

-이렇게 좋은데 왜 보급이 안 되는가.

우리나라에 62개 화장장이 있다. 각 지역의 시.군에 제안하고 국민신문고, 보건복지위원회 민원도 넣었다. 장례문화 면에선 복지부 소관인데 친환경 얘기하니 환경부로 넘기고서 아직 답이 없다. 공무원을 찾아가면 관련 법률을 얘기한다. 종이관 만 특별히 권장을 못한다고 한다. ‘유족 선택권’을 존중해야 한다지만 사실 유족의 입장에선 어느 누구나 갑작스럽고 경황이 없으며 또한 장례용품에 대해 그리 잘 알지를 못한다. 대부분 장례식장 실무자가 권해주는 걸 쓴다. 상반기 요소수 사건처럼 중국에서 오동나무 수출이 막히면 어떡할 건가. 2020년 통계청 기준 년간 304,948명으로 1일평균 약8~900여명이 사망했다. 그런 무역마찰에 대비해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가 장례문화를 친환경적으로 개선해 나가려는 적극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 종이관 사용을 일정부분 의무화하는 쿼터제를 도입했으면 한다. 그게 아니면 서울시에서 권장이라도 해 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