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RPC 적자 20~30억‥구곡 격리 서둘러야
민간RPC 적자 20~30억‥구곡 격리 서둘러야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22.08.16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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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수확기 벼 많이 산 업체일수록 적자 커
의무매입 기간 연중으로 확대하고 재고물량 정부 격리해야

농협, 지역농협 '손실보전'은 쌀값 하락 더 부추겨

정부, 농협이 요구한 격리물량 15만톤 중 5만톤 누락시켜 사태 초래  

농식품부, 산지 재고 파악 나섰지만

대책 나오는 10월경이면 이미 시장 상황 끝나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지속적인 쌀값 하락으로 산지 쌀 도매유통업체들이 심각한 적자를 호소하는 가운데, 민간RPC(미곡종합처리장)의 ‘수확기 의무매입 150% 규정’이 바뀌지 않는 한 내년 경영이 올해보다 더 힘들어질 전망이다.

한 민간RPC 공장에서 쌀이 포장돼 나오고 있다.
한 민간RPC 공장에서 쌀이 포장돼 나오고 있다.

지난 12일 홍문표 국회의원 주최로 열린 ‘쌀값 대책마련 정책토론회’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는 산지 농협 및 민간RPC에 남아있는 재고량을 오는 19일까지 파악하고 있다. 전한영 식량정책국장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산지의 재고량을 실측 중”이라고 밝혔다. 2021년산 재고과잉으로 신곡 매입이 불가능하다는 현장의 의견을 수용해 정확한 실태 파악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통상적으로 조사 이후 검토까지 장시간이 소요되고 대책이 10월 쯤 세워지는 걸 감안하면 이미 쌀 대책은 늦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7월 산지쌀값 4만4395원(20kg 정곡)은 지난해 7월 5만5862원(20kg 정곡)보다 1만1467원이나 하락한 값이다. 지난해 수확기부터 지속적인 내리막길을 타 올해 3월 5만원대가 붕괴됐다.

이처럼 쌀값이 하락하면 산지 쌀 도매유통업체인 민간RPC들의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민간RPC들은 수확기 벼 매입자금의 저리 대출 지원을 받는 대신 지원금액의 150%(1.5배)를 수확기(10~12월) 내에 매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확기 이후 쌀값 하락이 지속되면 쌀을 팔 때마다 손실을 보게 된다. 실제 민간RPC들은 역대 최고의 역계절진폭으로 사업을 지속하기 어려울 만큼 큰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손실 폭이 업체 당 최소 3억원에서 규모가 큰 곳은 30억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모순인 것은 정부정책을 성실히 따라 수확기에 농가 벼를 다량 매입한 업체일수록 손실 폭이 크다는 것이다.

한 민간RPC 업주는 “지난해 벼를 많이 사 RPC 쌀산업기여도평가 점수는 좋게 받았지만, 수십억 적자를 봐 내년 경영을 지속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창고 재고만이라도 정부가 격리해 줬으면 좋겠다”고 간절한 바람을 나타냈다.

2021년산 재고가 넘치는 것은 농협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농협중앙회에서 긴급자금 3000억원을 투입해 창고 확충과 손실보전에 나서면서 위기가 한풀 꺾인 모습이다. 반면 민간RPC들의 짐은 더 무거워져, 신곡 수매가 폭락을 방지하기 위해 신속한 구곡격리를 촉구하고 있다.

수확기 쌀값이 지금보다 더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은 전국 지역농협이 농협중앙회로부터 적자를 일부 보전받아 쌀값을 그만큼 낮출 거라는 추정에서 비롯된다. 급속한 하락을 막기 위해 산지 재고를 정부가 거둬들여 시장 과잉물량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농협은 어렵다고 8~9만톤 적자보전을 해 준다는데 민간RPC들은 정부가 대책을 마련해 줘야 하지 않느냐”고 토로했다.

“정부양곡 산물벼 일부라도 찧게 해 달라”

민간RPC 단체들은 의무매입 기간을 연간 매입으로 전환해 주거나 150%를 100%로 완화해 달라고 정부에 요청하고 있다. 수확기에 벼를 양껏 사 놓고 이후 가격이 내려가면 꼼짝없이 적자를 볼 수밖에 없으니 구매 기간을 1년 중으로 확대해 시세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게 해 달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정부양곡 산물벼 RPC 가공 허용 ▲벼 매입자금 상환기간 1년으로 복원 등을 촉구했다.

한편 이런 RPC의 상황을 농가에서도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장수용 한국들녘경영체 회장은 “RPC의 150% 의무매입 규정은 쌀값상승시엔 도움 되지만 하락시점에선 엄청난 부담을 주는 제도다. 7~9월 홍수출하, 저가출하가 난무하는 원인”이라며 “RPC에 남은 재고물량을 즉각 격리할 것”을 주장했다.

이은만 (사)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장은 “전국 DSC와 농협, 민간RPC의 재고물량을 정부가 매입해 신곡 수매에 지장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 RPC 관계자는 “7월 25일자 역계절진폭이 18%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며 “정부가 하던 일을 RPC가 대행하는데 올해처럼 큰 손실 났을 적엔 간접적으로라도 지원해줘야 맞지 않느냐”며 “RPC가 없으면 정부가 재고관리 비용 등 매년 2000억원의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