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국산 옥수수 용도 확대 위한 곡실용 옥수수 활용
[전문가 칼럼] 국산 옥수수 용도 확대 위한 곡실용 옥수수 활용
  • 박혜영 국립식량과학원 중부작물부 수확후이용과 농업연구사 webmaster@n896.ndsoftnews.com
  • 승인 2022.08.17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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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영 국립식량과학원 중부작물부 수확후이용과 농업연구사

코로나19로 인한 국제무역 교류의 제한 속에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과 가뭄 및 라니냐 등의 기후 문제까지 발생하여 미국 농무부(United States Department of Agriculture)에서는 작년 대비 옥수수와 밀의 국제 생산량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측하였다. 또한 국제식량정책연구소(International Food Policy Research Institute)에 따르면 세계 34개 국가에서 내린 식량․비료 수출제한 조치가 57건에 달하여, 수입의존도가 높은 세계 곳곳에서 식량난이 현실화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5월 치솟은 국제 곡물 가격과 인도네시아의 팜유 수출제한 조치에 따른 식용유 대란을 우려한 정부가 직접 나서 공급망 관리를 강화한 바 있었고, 일부 대형 판매처에서는 업소용 식용유의 구매 제한 조치까지 내려진 바 있다. 

국제 식량위기의 우려 속에 현재 국내 옥수수 수급 현황을 보면 2020년 기준 곡물자급도가 0.7%이었고, 식량자급도는 3.6%를 나타내어 수입의존도가 큰 것을 알 수 있다(농림축산식품통계연보, 2021). 그러나 22년 6월 기준 옥수수 수입 가격이 339달러/톤으로서 1년 전 대비 22.7%, 2년 전 대비 66.9% 증가를 보이고 있어, 가격경쟁력에 우위를 차지했던 수입산 옥수수 이용도 한계에 다다랐다(무역통계, 관세청). 옥수수의 국내 자급률은 낮지만, 지역과 식용 용도를 특화한 생산 및 소비 시장 확대를 위한 노력은 계속 진행 중이다. 강원도 지역 등을 중심으로 하는 찰옥수수 기반의 간식용 풋옥수수가 그 예이다. 이외에도, 다양한 용도 개발과 가공 적합 품종의 원료 적용을 통해 국산 옥수수의 경쟁력을 확보할 좋은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에서는 1978년 이후 40년 넘게 다양한 용도를 위한 80여종의 국산 옥수수를 자체 육종하였으며, 최근에는 곡실 옥수수를 대상으로 가공 원료로서의 이용성 연구를 진행 중이다. 곡실용 옥수수는 옥수수 알곡 배유내 전분의 특성과 위치에 따라 마치종, 중간종, 경립종으로 분류된다. 

이러한 분류 정보를 활용하기 위하여, 곡실용 옥수수 품종 및 유망계통 40여 종을 대상으로 종자의 이화학적 특성과 배유특성에 따른 유의적 차이를 확인하였고, 가공식품 원료 검토를 위한 배유특성 정보의 활용 가치를 제시하였다.

또한 곡실용 옥수수의 차(茶) 가공성 검토를 위하여, 볶음 처리 전․후의 메일라드(maillard) 반응 관련한 특성을 살펴보았다. 메일라드 반응은 식품의 고온 가열 중에 일어나는 비효소적 갈변반응으로서 아미노산의 amino기와 환원당의 carbonyl기 축합반응으로 개시된다. 또한 최종 생성되는 melanoidine에 의하여 원료에 없던 색과 향 등의 변화가 유도되며, 이 반응에 pH, 수분, 당, 아미노 화합물, 온도, 시간 등이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배유특성을 대표하는 품종별 비교에서 ‘강다옥’은 원료의 pH, 볶음 시간에 따른 수분함량과 경도가 모두 높아 메일라드 반응의 유도조건이 우수하였고, 이에 따라 밝기를 나타내는 L값 저하, 적색도를 나타내는 a값과 황색도를 나타내는 b값의 증가도 빠르게 나타났다. 경립종인 강다옥은 배유특성에서 유래하는 견고함으로 볶음 처리에 따른 수분 유출이 적었고, 중간종이나 마치종과 비교하여 높은 경도로 옥수수 차 원료 적합성에 따른 곡실용 옥수수의 활용 가치를 더하였다. 

지금까지 수입농산물의 가격경쟁력 우위로 인해 우리 농산물은 소중한 가치에도 불구하고 종종 외면받는 실정이다. 여기에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불안정한 국제 정세나 기후변화가 반복된다면, 머지않아 우리가 즐겨 먹던 농산물마저도 우리의 식탁에서 하나둘씩 사라질 수도 있다. 국산 원료의 활용성 증진과 부가가치 향상을 도모하고, 생산-가공-소비 연계의 선순환에 따른 소비자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면, 국산 농산물의 경쟁력 확보는 물론 더 크게 다가올 식량 위기를 잘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