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농업 더하기 과학, 치유농업
[전문가 칼럼] 농업 더하기 과학, 치유농업
  • 문지은 한국농업기술진흥원 치유농업확산팀장 webmaster@n896.ndsoftnews.com
  • 승인 2022.08.23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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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은 한국농업기술진흥원 치유농업확산팀장

오늘 저녁상에는 가지볶음이 올라갈 예정이다. 작년부터 시작한 텃밭에 올해에는 가지를 심었다. 8월은 가지가 주렁주렁 열리는 계절이다. 매 주말마다 텃밭에 가서 상추, 고추, 가지 등 여러 가지 채소를 심고 가꾸고 수확하는 일들이 무엇 때문이라고 딱히 설명해 내기는 힘들지만 내가 힐링 되고 있다는 기분을 느끼게 해 주었다. 코로나19 대유행이 길어지고 전염병에 대한 공포로 정신적, 심리적인 스트레스에 시달리면서 텃밭에 나가는 일이 나에게는 더욱 큰 위안이 되었다.

농업의 새로운 가치 산업으로 치유농업이 조명받는 이유도 우리가 위안이 필요한 시기에 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나라 국민 4명 중 1명은 정신질환 경험이 있다는 정신질환 실태조사 결과와 우리나라 국민의 낮은 행복지수, 삶의 만족도, 높은 자살률 등을 고려하면 농업․농촌의 자원을 활용한 치유는 우리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꼭 필요한 활동이다. 

특히 ‘무엇 때문이라 딱히 설명해 내기 힘들지만’ 힐링이 되고 있는 텃밭 활동에 심리적․정서적 안정 효과와 스트레스 완화 효과 등 과학적 효과검증을 기반으로 한 치유농업 프로그램이 더해진다면 우리의 심신의 안정을 도모하는 치유농업의 질적 수준은 더욱 높아지지 않을까?

농촌진흥청이 치유농업 효과를 현장에서 과학적으로 면밀히 검증하기 위해 소방공무원 30여 명을 대상으로 9차례에 걸쳐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실시한 뒤 뇌파를 분석한 결과, 긴장과 스트레스 지표가 10% 감소했고 체내 스트레스 호르몬이 이전보다 23%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또 만성 대사성질환자들이 매주 한 차례 4시간씩 7주간 치유농업프로그램에 참여한 결과 참가자들의 평균 인슐린 분비가 47% 증가하고 스트레스 호르몬은 28% 감소했다는 결과도 얻었다. 

1994년부터 원예작물의 치유효과연구를 시작한 농촌진흥청은 그동안 농업치유자원을 발굴하고 과학적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 결과 치유자원을 활용한 대상자별 맞춤형 치유농업프로그램 20여종을 개발했으며 지금도 꾸준히 치유농업 프로그램과 메커니즘의 구명을 연구하고 있다. 

치유농업법 제정으로 농촌진흥청뿐 아니라 민간에서도 치유농업 관련 연구와 프로그램의 개발은 꾸준히 수행되고 있다. 치유농업 프로그램에 대한 주제어 검색을 통해 살펴보면 국내 학술논문, 학위논문, 연구보고서, 연구개발과제 등 수백 건의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치유농업 현장에 제공되는 중요한 요소인 프로그램에 대한 신뢰할 수 있는 효과검증 체계는 아직 마련되어 있지 않다. 개발된 프로그램들이 사장되지 않고 치유농업의 영역에서 효과적으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프로그램의 품질에서 일정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체계를 갖고 프로그램의 효과성, 신뢰성을 검증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은 치유농업의 확산과 프로그램의 질적 관리를 위해 치유농업 프로그램의 효과성을 검증하고 공신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흙과 풀, 동물, 곤충과 같은 농업 자원을 통한 힐링뿐 아니라 효과성이 검증된 다양한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통해 치유가 필요한 이들에게 보다 신뢰할 수 있는 치유농업의 효과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