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농업 지키려면 ‘RPC 의무매입량’ 1배로↓
쌀농업 지키려면 ‘RPC 의무매입량’ 1배로↓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22.08.30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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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값하락으로 7천억 사상최대 손실
20만톤 구곡격리로 수매가격 올리고
의무매입기간 1년중으로 완화해야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올해 지속적인 쌀값 하락으로 민간 RPC(미곡종합처리장)들이 큰 적자를 본 가운데, 다가오는 수확기(10~12월) 이들의 농가 벼 의무매입량을 줄여줘야 내년 줄도산을 막을 수 있을 전망이다.

(사)한국RPC협회(회장 한정호) 제4차 이사회가 지난달 8일 개최됐다. 이사회는 코로나 방역지침 준수 하에 열렸다.
(사)한국RPC협회(회장 한정호) 제4차 이사회가 지난달 8일 개최됐다. 이사회는 코로나 방역지침 준수 하에 열렸다.

30일 농가 및 산지 쌀 도매유통업계에 따르면 민간 RPC들은 지난해 수확기 이후부터 지금까지 계속 쌀값이 떨어져 평균 10억원에 이르는 손실을 봤다. RPC는 농림축산식품부 지침에 따라 10~12월 동안 정부에서 시중보다 낮은 금리로 지원받은 벼 매입자금의 1.5배 이상 농가 벼를 매입해야 한다.

이들이 벼를 매입한 수확기 이후에 쌀값이 떨어지면 꼼짝없이 적자를 봐야 한다. 올해는 세 차례에 걸친 시장격리에도 불구하고 쌀값이 계속 하락해 사상 유례없는 손실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확기 대비 쌀값은 현재 20% 하락했으며 이로 인한 역계절진폭(적자폭)은 8월말 기준 18.9%로 RPC가 생긴 30여년 역사상 최대 규모다.

민간 RPC 손실은 총 431억원에서 862억원으로 추정되며 업체별로는 감가상각비와 운영비까지 합해 7억에서 30억에 이른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2022년산 수확기를 코앞에 둔 지금 업계의 분위기는 침울하다. 이런 분위기는 지난달 8일 (사)한국RPC협회 제4차 이사회에서 확연히 드러났다. 협회 이사진은 각자 자신들의 손실규모를 이야기하며 걱정하면서도 대책이 없는 현실에 좌절했다. 그러면서 벼를 최소한도로 매입한 업체에게 선견지명이 있다고 칭찬했다. 정책을 충실히 따라 벼를 많이 매입한 업체일수록 더 많은 적자를 본 현실을 은근 자조해 빗댄 것이다.

경기 지역 RPC 업주는 “앞으로 20kg(정곡) 3만원(도매가격)도 무너진다. 10억, 20억 손해보면 망하는 거야”라며 “내년엔 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2009~2022년 상반기까지 RPC가 계절진폭에 따라 마진을 남긴 해는 단 3회에 불과하다. 나머지 8회는 역계절진폭, 3회는 보합이다. 다만, 납품단가를 갖고 경쟁해야 하는 도매업체의 특성을 감안하면 쌀값이 오른 해에도 마진폭이 크지 않았으리란 추정이 가능하다. 정부정책을 따르도록 RPC를 만들어 놨으면 최소한 운영이 가능하게끔 제도적으로 보장을 해 달라는 원성이 나오는 이유다.

물가상승을 꼭 쌀값으로 억제하려는 정책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경남의 한 RPC는 “한국은행이 올해 물가 상승률이 5.2%라는데, 쌀값도 덩달아 같이 올랐으면 10% 이상일 것”이라며 “RPC들이 정부 대신 농가와 소비자 사이에서 손실을 봤으면 기여한 만큼 대우를 해 줘야 하지 않나”고 토로했다.

◆정부정책 성실히 따를수록 손해보는 구조 바꿔야

정부는 쌀값 하락으로 인한 손실을 떠안으며 물가상승을 방어한 RPC들의 공로를 인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RPC들의 의무매입량을 1.5배에서 1배로 낮춰주거나 매입기간을 수확기 단 3개월에서 연중으로 늘려 줄 것이 요구된다.

특히 올해 막대한 손실을 보완하도록 이들이 수매하는 산물벼를 직접 가공하도록 해주는 방안이 절실하다. 산물벼는 본래 RPC가 인수해서 가공해 유통했었다. 따라서 정부 인수시에도 RPC에서 가공해 유통시키는 것이 맞다는 의견이다.

이와 함께 수확기 농가벼 수매가격 보전을 위해 최소 20만톤의 구곡격리가 조속히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농협까지 포함하면 쌀값 하락에 따른 벼 수매업체들의 손해액이 5000~7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정호 (사)한국RPC협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금년 손실폭이 너무 커 올해 수확기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 예상된다”면서도 “어려울 때일수록 지혜를 모아 정부정책에 순응해 한국 쌀산업을 지탱하고 농가 소득보전에 일조하자”고 회원들을 독려했다.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