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도매인 보초 서자 중도매인 가락시장 갔다
시장도매인 보초 서자 중도매인 가락시장 갔다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22.08.30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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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마다 7명씩 불법거래 단속중…법이 문제, 해결책 아냐
가락시장 갔다오는 물류비 더 들어 소비자가 상승 '부작용'

농안법 제37조 2항(시장도매인과 중도매인간 거래 금지) 지키려다

시장 도태 전망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서울 강서농산물도매시장 시장도매인들이 최근 농안법(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위반행위에 대한 적발과 관련 자정노력에 나섰지만, 근본적인 개선책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상인들은 시장 활성화 차원에서 궁여지책을 마련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 문제는 농안법 자체가 현장 상황과 맞지 않아 벌어진 일이어서 오히려 법 개정 노력을 조속히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강서시장 시장도매인동으로 가는 길목에 ‘시장도매인과 중도매인간 거래를 금지한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강서시장 내 시장도매인동으로 가는 길목에 한국시장도매인연합회(회장 임성찬)가 내건 '중도매인과 거래 금지'를 권장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29일 한국시장도매인연합회(회장 임성찬)에 따르면 강서시장 시장도매인들은 중도매인들이 물건을 사기 위해 건너오지 못하도록 시장도매인동 통로에서 밤 9시부터 이튿날 새벽 3시까지 일주일째 번갈아 7명씩 보초를 서고 있다.

임성찬 시장도매인연합회장은 “중도매인이 됐든 시장도매인이 됐든 유통인끼리 시장 활성화를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농안법 제37조 2항은 시장도매인이 중도매인에게 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도매상끼리 교류를 막아 놓으면 시장 활성화는커녕 오히려 시장이 도태되기 때문에 해당 법은 문구로만 존재해 왔다. 시장관리자인 서울시와 서울농수산식품공사가 이와 관련한 단속을 한 번도 하지 않은 이유다.

그런데 지난해 11월 농림축산식품부가 느닷없이 감사를 시작했고 연이은 서울시의 2차 감사에서 시장 내 약 40%에 달하는 141개 중도매인업체와 60개 중 58개 시장도매인업체가 거래한 사실이 적발됐다.

서울시는 행정처분에 앞서 의견을 제출받아 취합중인 상태다. 법대로 모두 영업정지에 처하면 강서시장 마비가 예상된다. 이와 관련 강서시장 ㅅ 시장도매인은 “시장 창설 때부터 법대로 했으면 지금 우리가 범법자가 안 됐다”며 “공사에서 하라는 대로 열심히 물건 팔아 매출 올려 1조 3000억원 시장을 만들어놨더니 표창장은 못줄망정 범법자로 만들어 놨다”고 한탄했다.

시장도매인들의 자발적인 자정노력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닌 이상 벌써 부작용이 나오고 있다. 시장도매인들에게서 물건을 구매하지 못하게 된 중도매인들이 멀리 가락시장까지 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서시장 채소부 ㄱ 중도매인은 “요즘에 가락동에 많이 간다”며 “가락시장만 좋은 일 시키고 있다. 물류비가 더 들어 소비자가격을 올려 팔고 있다”고 귀띔했다.

법을 지켰더니 농산물 가격이 올라가 소비자가 피해를 보는 어이없는 결과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법을 지키려고 노력할 게 아니라 현장에 맞지 않는 법 개정 노력이 절실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ㅇ 중도매인은 “98년 만들어진 악법인데 바꿔달라고 농식품부며 서울시에 얘기했는데도 세월아 네월아다”며 “10%만 거래를 열어줘도 된다. 법을 지키면 시장이 도태되는데 이런 법이 필요한가?”라며 당국자들의 행동을 촉구했다.

법 개정 키를 가진 농식품부는 법을 준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장도매인에게서 물건을 사게 되면 중도매인이 경매 참여를 덜하게 돼 농산물 경락가가 하락해 농가 피해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통계청이 해마다 실시하는 ‘농가 및 어가경제조사’에 따르면 농업소득은 20년째 1000만원이다. 경매제가 농업소득에 그리 효과적인 제도가 아니라는 반증으로 해석된다.

한편 서울시 도매시장관리팀 관계자는 “법 개정은 시가 결정할 사항이 아니라 농식품부에 개정 의견을 내는 게 좋겠다는 이야기를 내부에서 하고 있다”며 “현재로선 법 위반 사항이므로 정해진대로 처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