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한영 농림축산식품부 식량정책국장 "양곡관리법 개정 신중"…수확기 쌀 대책 조속히 준비
[인터뷰] 전한영 농림축산식품부 식량정책국장 "양곡관리법 개정 신중"…수확기 쌀 대책 조속히 준비
  • 김흥중 기자 funkim92@newsfarm.co.kr
  • 승인 2022.08.31 17: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쌀, 농촌경제 미치는 영향 매우 커
구곡 재고량, 9·15 작황 등 검토해 대책 마련
분질미 생산 유도할 '전략작물직불' 도입 검토
쌀 자조금 필요성 공감…"이해관계자와 협의해야"
식량위기…중장기 식량안보 강화방안 마련

(한국농업신문=김흥중 기자) 지난달 25일 정곡 20㎏ 기준 산지 쌀값은 4만1836원으로 10일 전보다 686원이나 떨어지면서 연일 하락세가 계속되고 있다. 역계절진폭률은 20%를 훌쩍 넘어선 지 오래다. 상황이 이러자 ‘역대급’ 쌀값 폭락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상황의 심각성은 정부도 공감하고 있다. 전한영 농림축산식품부 식량정책국장은 “올해는 유례없는 쌀값 하락을 맞이하고 있다”면서 2022년산 신곡 수확을 앞둔 지금, 조기에 수확기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농업 현장에서는 2021년산 구곡 재고와 올해 신곡 초과생산량을 모두 정부가 매입하는 수확기 대대적인 시장격리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정부에서는 시장격리를 포함한 대책 마련을 고심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한영 식량정책국장을 만나 정부의 쌀 수급 안정을 위한 단기적인 대책부터 중장기 전략까지 들어봤다. 

전한영 농림축산식품부 식량정책국장

-쌀값 안정을 위해 구곡 재고 처리가 급선무라는 주장이 나온다. 정부 방침은 무엇인가.

2021년산 구곡이 2022년산 신곡 가격에 미치는 영향, 올해 작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구곡 재고 처리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통상 신곡이 출하되는 수확기에는 전년산 구곡이 대부분 소진되는데, 올해는 예년보다 구곡 재고가 많다는 현장 의견이 있었다. 

이에 정부는 일단 정확한 산지 재고 현황을 파악하는 게 필요하다고 판단해 최근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과 협업해 산지 재고를 실측하고 있다. 

재고 실측 결과가 나오면,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올해 벼 재배면적과 농촌진흥청의 9.15 작황 등을 고려해 수확기 대책을 조기에 마련할 방침이다.

-확실한 재고 처리방안으로 추가 시장격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정부는 그동안 2021년산 쌀 초과생산량 27만톤에 대한 시장격리를 완료했고, 현재 10만톤의 추가 격리를 진행하고 있다. 

우선 현재 추가 격리가 진행 중인 만큼 격리 효과가 시장에 빨리 나타날 수 있도록 조속히 10만톤 매입을 완료할 계획이다. 

이후 2021년산 구곡 재고, 2022년산 신곡 수급 상황 등을 면밀히 점검해 시장격리 검토 등을 포함한 수확기 대책을 조기에 마련할 수 있도록 하겠다.

-시장격리 의무화를 내용으로 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이에 대한 정부 입장은.

쌀 목표가격과 변동직불제 폐지 이후 처음으로 쌀값이 하락하고 있어 향후 쌀값에 대한 걱정으로 인해 시장격리 의무화에 대한 의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시장격리를 의무화하면, 과잉생산이 되더라도 쌀값은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는 기대가 있어 쌀값 안정 효과가 예상되는 것은 사실이다. 

과잉생산으로 인해 쌀값이 지나치게 하락할 때는 시장격리를 통해 쌀값을 안정화할 필요가 있으나, 시장격리 의무화는 수급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한 부분이다.

현재 우리나라 쌀 산업은 생산량도 감소하고 있지만, 소비량이 더 빠르게 감소하고 있어 태풍 등으로 인해 기상 여건이 특별히 나쁘지 않는 한 초과생산량이 발생하는 구조적 공급과잉 상태다.

시장격리를 의무화하게 되면 현재 쌀 수급 과잉 구조를 심화시킬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2020년 높은 쌀값으로 인해 지난해에는 최근 20년 만에 처음으로 벼 재배면적이 늘었다. 시장격리 의무화로 쌀값이 높게 유지된다는 기대가 형성되면 벼 재배면적이 증가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발의된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격리 방식·시기·가격 등을 ‘양곡관리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 조항에 대해서도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위원회는 쌀 생산자단체, 소비자단체, 유통인단체, 관계부처, 전문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로 구성된다. 

이에 시장격리 방식·시기·가격 등을 위원회에서 결정하면 서로 다른 이해관계로 인해 시장격리 결정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또한, 양곡관리법은 시장격리 시 매입가격은 WTO 협정 등에 따른 시장가격으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위원회에서 시장가격이 아닌 가격으로 매입가격이 결정되면 시장가격이 왜곡되거나 민간유통기능이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가령 매입가격보다 시장가격이 높으면, 벼를 시장격리곡으로 판매할 유인이 없어 매입 실효성이 낮아질 수 있다. 반대로 매입가격이 시장가격보다 높으면 시장격리곡 출하를 위해 벼를 민간에 판매하지 않게 되고, 결국 민간유통기능이 저해될 우려가 있다. 

발의된 개정안에 따른 시장격리 의무화, 위원회가 격리 방식·시기·가격 등을 결정하는 방안은 쌀 수급에 미치는 영향, 시장 왜곡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쌀 수급 안정 대책의 하나인 ‘분질미’ 생산을 위한 농가 참여를 끌어낼 방안은.

안정적인 분질미 생산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분질미 생산단지를 육성·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분질미 생산이 초기 단계임을 고려해 전략적인 투자를 위한 교육·컨설팅, 시설·장비 등을 지원하고, 그 외에도 직불제, 정부 매입 등을 위한 예산확보를 관계부처와 협의하고 있다. 

내년 분질미 생산단지에 대해 농업경영체, 지자체 등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지난 25일 세종컨벤션센터 국제회의장에서 ‘분질미 생산단지 조성 사업 설명회’를 개최했다.

-농가 참여 확대를 위한 직불금 활용 방안은?

현재 선택직불제 중 기존 논활용직불제를 ‘전략작물직불제’로 전환해 분질미 재배 시 직불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재정당국과 협의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분질미 재배면적 100㏊에서 내년에는 2000㏊까지, 2026년에는 4만2000㏊까지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이 같은 확대 계획에 맞춰 필요한 예산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도록 재정당국과 지속해서 협의해 나가겠다.

-쌀 의무자조금 조성, 정부 입장은.

쌀은 수급 조절이 중요한 만큼 생산자 스스로 수급조절, 소비촉진 등을 하기 위해 '쌀 의무자조금' 도입이 필요하다고 본다. 

다만, 그동안 쌀 품목은 다수 농가가 재배하는 품목 특성상 대표성 확보, 자조금 거출 어려움 등으로 자조금이 도입에 애를 먹었다.

쌀전업농에서 쌀 의무자조금 조성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주신 만큼, 앞으로는 쌀 자조금 도입에 대해 생산자단체, 유통업체 등과 적극적으로 협의하겠다. 

-국제정세와 기상이변, 코로나19 등으로 식량안보의 중요성이 증가했다. 

정부는 식량안보를 실질적으로 강화하기 위해 국내 자급률 제고 및 안정적인 해외 공급망 확보를 중심으로 ’중장기 식량안보 강화방안‘을 마련하는 중이다.

우선, 자급률 목표치를 제시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분질미 활성화를 통한 수입 밀가루 일부를 국산 쌀가루로 대체, 밀·콩 생산기반 확충 및 공공비축 확대, 전략작물직불금 확대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하락 추세인 주요 곡물자급률을 상승 추세로 전환해 식량안보를 강화하도록 하겠다.

-전국 쌀전업농 회원들에게 한 말씀.

우리나라 농민의 절반 이상이 쌀을 재배하고, 농업소득의 3분의 1 이상이 쌀 소득이다. 그러다 보니 어떤 작물보다 쌀이 농가소득 및 농촌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최근 쌀값이 수확기 이후 20% 하락하는 등 유례없는 폭락으로 농업인분들의 걱정이 큰 것으로 보인다. 저 역시 매우 안타까운 심정이다. 쌀값 하락의 원인을 면밀히 분석해 올해 수확기에는 차질 없이 쌀값이 정상화될 수 있도록 조기에 대책을 마련하겠다.

아울러 빈번해진 기상이변과 공급망 위기 상황에 대응해 국내 자급률 제고를 위한 중장기 식량안보 강화방안도 마련하고, 우리나라 국민이 안심하고 식량을 소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