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계호 "공영도매시장 ESG 경영 마인드 부족해"
노계호 "공영도매시장 ESG 경영 마인드 부족해"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22.09.07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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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 실천의 과제와 방향’ 포럼서 지적
수백, 수천억 세금감면 혜택에도 공익성은 부족
직거래체계 도입으로 물류.에너지 절감 달성해야

"낡고 잘못된 규제를 풀어주면 열심히 해서 시장 활력을 찾고 유통발전에 기여하겠다는데 1976년 만들어진 경직된 경매제가 수십 년째 발목"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국내 기업들이 ESG경영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전국 공영도매시장은 정부와 지자체가 생산자와 소비자를 위해 수백, 수천억원을 들여 건설하고, 매년 수십, 수백억원의 세금감면 혜택을 받고 있음에도 ESG경영 마인드가 매우 미흡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제주특별자치도와 NGO단체인 탄소중립실천연합은 지난 8월 26~27일 제주 난타호텔에서 ‘탄소중립 실천의 과제와 방향’이라는 주제로 포럼을 개최했다.
제주특별자치도와 NGO단체인 탄소중립실천연합은 지난 8월 26~27일 제주 난타호텔에서 ‘탄소중립 실천의 과제와 방향’이라는 주제로 포럼을 개최했다.

서울농수산식품공사 강서지사 노계호 전 지사장은 지난 8월 26~27일 제주 난타호텔에서 ‘탄소중립 실천의 과제와 방향’이라는 주제로 열린 포럼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이날 포럼은 제주특별자치도와 NGO단체인 탄소중립실천연합이 공동주관했다.

노 전 지사장은 ‘농식품기업과 도매시장의 ESG경영’ 주제발표를 통해 “공영도매시장의 도매시장법인 등 유통주체의 ESG경영 마인드가 미흡하다”며 “특허성·수탁독과점의 혜택을 받고 있는 도매시장법인이 공익적으로 운영되기는커녕, 사모펀드가 인수 운영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어 매우 우려스럽고, 더구나 전문가·농업인 단체 등도 이러한 문제에 적극 대응하지 않고 있어 실망스럽다”고 지적했다. 생산자와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세금으로 짓고 운영하는 전국 공영도매시장이 공익적 기능을 상실했음을 지적한 것이다.

노 전 지사장은 “4차산업시대·유통경쟁시대에 대응하고, 탄소중립을 실천하려면 도매시장도 ESG경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도매시장의 ESG경영은 물류단계 축소와 에너지사용 절감효과가 있는 직거래체계 도입으로 달성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구체적인 방법론 관련해선 “경매제 일색인 도매시장 내 거래제도를 시장도매인제, 중도매인 직접 산지거래 대폭 확대, 시장도매인·중도매인 B2B 온라인 거래 지원 등 직거래체계를 도입해 유통주체 간 경쟁을 촉진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주특별자치도와 NGO단체인 탄소중립실천연합은 지난 8월 26~27일 제주 난타호텔에서 '탄소중립 실천의 과제와 방향'이라는 주제로 포럼을 개최했다.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와 NGO단체인 탄소중립실천연합은 지난 8월 26~27일 제주 난타호텔에서 '탄소중립 실천의 과제와 방향'이라는 주제로 포럼을 개최했다.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유통업계 탄소중립 실천과 관련해선,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로컬푸드, 슬로우푸드, 포장재 물품 사용 줄이기 등 소비자 교육과 참여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노 전지사장은 “농식품기업들이 다양한 ESG 경영활동을 하고 있으나, 대부분 전시성· 일회성이며 지구온난화, 환경오염을 걱정하면서도 온라인 거래, 신속 배송, 판매경쟁 과정에서 패스트푸드, 과잉 포장 등 쓰레기 천국을 만들고 있어 이율 배반적”이라고 지적했다.

노 전 지사장은 제주도 농수산업 발전을 위해선 제주형 스마트클러스터 공영도매시장(유통센터) 건립이 필요하다고 했다. 비용이 많이 드는 제주의 물류특성을 고려할 때, 소비지도매시장 유통인과 지자체, 제주 생산자단체가 공동출자하거나 도매시장 직거래유통시스템과 온·오프로 연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제주의 인구, 지리적 규모를 고려할 때 도매시장, 유통센터·먹거리통합지원센터·로컬푸드·학교급식·창업지원센터 등을 통합 건립 운영하는 방안이 연구되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공영도매시장 내 직거래체계 도입은 사회 각계각층에서 요구해 왔다. 온라인 거래와 직거래를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한 유통환경에 대응하자는 취지다.

백혜숙 서울농수산식품공사 전문위원은 언론사 기고를 통해 “농산물 유통구조 개혁 없는 물가 잡기는 허구다”며 “중앙 및 지방 공영도매시장의 유통 선진화가 이루어져야 서민의 장바구니 물가가 안정되고, 농촌의 근간인 농민 생활 안정에도 이바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동환 농식품신유통연구원장(안양대 교수)도 “농산물도매시장이 온라인 거래 확대 등 유통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가·수의매매, 시장도매인 등 효율적인 거래제도를 도입 및 확대하고 불합리한 규제를 철폐해 효율적인 유통주체가 출현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도매시장 내 다양한 거래제도 도입 요구는 현행 경매제가 가진 한계 때문이다.

노 전 지사장은 “도매시장 전후방에는 농어업인과 소비지 중소자영업자가 유통과 생업생태계로 연결되어 있다. 유통환경 변화로 중소자영업자와 골목상권이 몰락하고 있다. 막대한 사업비로 건설 운영하는 도매시장이 소매시장화되고 있다”며 “10원 보고 천리간다는 유통인들이 낡고 잘못된 규제를 풀어주면 열심히 해서 시장 활력을 찾고 유통발전에 기여하겠다는데 1976년 만들어진 경직된 경매제가 수십 년째 발목을 잡고있다. 4차산업시대가 무색하다”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도매시장 중도매인과 골목상권 중소자영업자가 자본력·정보력·기술력을 가진 대형유통기업, 대형플랫폼 업체와 경쟁에서 밀리지 않도록 여건을 조성해 주어야 한다. 그것 중 하나가 도매시장을 경직된 경매제에서 직거래체제로 바꾸어 활력을 불어넣고, 자발적 혁신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제안했다.

노 전 지사장은 “도매시장법인· 중도매인 기능분리체제 하에서는 도매시장 전후방에 혁신과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청년들이 먹거리와 관련된 다양한 창업을 할 수도 없고, 진입도 어렵다”며 “이제는 농가의 농업소득을 20여년째 1000만원대로 정체시키고, 도매시장이 소매시장이 되도록 방치하고, 골목상권 중소자영업자가 몰락하게 만든 정부 지자체 등 정책관리자의 책임을 물어야할 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정·상생·시장경제를 존중하고 사회경제 전반에 걸쳐 규제완화를 추진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와 1000만 인구의 대소비지이자 수많은 중소 자영업자와 연관돼 있는 가락·강서시장을 관리하는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도매시장 유통혁신을 진심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