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米적米적] "최대한 많이, 최대한 빨리"
[기자수첩 米적米적] "최대한 많이, 최대한 빨리"
  • 김흥중 기자 funkim92@newsfarm.co.kr
  • 승인 2022.09.21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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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중 기자

(한국농업신문=김흥중 기자) 오뉴월 적기에 맞춰 논에 심었던 모는 한껏 여물어 수확을 앞두고 있다. 무시무시한 두 번의 태풍을 이겨냈고, 이제 수확할 일만 남았다. 그런데 벼를 탈곡한 다음 통에 쏟아주는 콤바인이 아니라 트랙터가 아직 질퍽거리는 논에 들어가고 있다. 이게 웬일일까.

경남 일부 지역에서 한 해 열심히 키운 벼를 갈아엎는 일이란다. 태풍이 오면 곧잘 쓰러지는 벼들을 곧게 세우기 위해 도복경감제를 일부러 뿌리고, 주저앉은 벼들을 서로 묶어서 일으켜 세우는 게 이 시기 농민들이 주로 하는 작업 중 하나일 텐데, 오히려 벼를 뭉개고 있다. 

농민들의 이 같은 행동은 쌀값은 끝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으나, 농업생산비는 오르니 차라리 갈아엎는 게 낫다는 이유에서 비롯됐다. ‘또’라는 말이 무색하게 최근 쌀값은 영락없이 내려가고 있다. 지난 15일 산지 쌀값은 4만725원으로, 올해 7월 하순 이후 연속으로 1%대의 높은 하략률을 보이고 있다. 역계절진폭도 연속 풍작으로 쌀값이 급락했던 2016년보다도 월등히 높다. 45년 만의 최대 폭락이라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쌀 산업 발전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쌀전업농들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의 노고를 위로하는 자리에서도 쌀 생산 농가들의 하소연을 접할 수 있었다. 회포를 풀어야 하는 자리인데도 불구하고 쌀값 폭락을 걱정하며 정부의 발 빠른 대처를 촉구하는 현수막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특단의 대책’, ‘최대한 빨리, 최대한 많이’ 현장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말이다. 이 말이 나온 지도 벌써 두 달이 다 돼간다. 시장격리를 해도 되고, 안 해도 된다는 식의 애매모호한 양곡관리법도 농민들의 애간장을 태운다. 호미로 막을 것을 삽으로도 막지 못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적절한 시기에 충분한 대책이 필요하다.

신정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농협에서는 올해 쌀 생산량을 379~385만톤으로 전망하고, 신곡 수요는 346만톤 내외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대로라면 올해 역시 최대 39만톤의 쌀이 남아돌 게 된다. 올해와 같은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는 적절한 쌀 수급 대책도 함께 마련돼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