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업신문 창간 10주년] 흙, 물 그리고 사람…대한민국 식량안보를 지키는 초석② 농업용수는 농민에게…옥구서부수리조합부터 한국농어촌공사까지
[한국농업신문 창간 10주년] 흙, 물 그리고 사람…대한민국 식량안보를 지키는 초석② 농업용수는 농민에게…옥구서부수리조합부터 한국농어촌공사까지
  • 최정민 기자 cjm@newsfarm.co.kr
  • 승인 2022.09.22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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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밥 배불리 먹게 해달라는 염원, 농업용수 주체 ‘농민·농어촌공사’ 이뤄내
농민에게 농업용수 빼앗는 국가물관리정책 불만↑
재배 환경‧품종 따라 농업용수 사용 천차만별…농업인이 직접 관리해야 
1972년 한국농어촌공사가 진행한 대단위 야산개발사업현장. (사진제공 : 한국농어촌공사)
1972년 한국농어촌공사가 진행한 대단위 야산개발사업현장. (사진제공 : 한국농어촌공사)

(한국농업신문=최정민 기자)벼를 비롯해 모든 농작물 재배에 있어 없어선 안 될 것이 바로 흙과 물이다. 농업용수를 농업 현장에선 생명수라 높이며 농업용수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합리적 물관리를 위해 농업용수를 포함한 통합물관리를 진행하고 자 해 농업 현장의 많은 반발을 일으키고 있다. 이는 농업용수의 주체를 농민이 아닌 정부가 가져가겠다는 것인데 오랜 시간 농업용수를 관리하며 주체적 입장이었던 농민의 의견을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본지에서는 창간 10주년을 맞아 농업용수의 역사와 더불어 농업용수의 중요성을 확인해 보고자 한다.

쌀 없어 배고팠던 시절 수리조합 탄생
1908년 전북에서 우리나라 첫 수리조합이 설립됐다. 2개의 저수지를 복구해 농업용수로 활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합이었다. 먹거리가 가장 큰 고민이었던 시절, 옥구서부수리조합은 논농사에 큰 변화를 주었다.

전북 군산에 설립된 옥구서부수리조합은 지역 내 미제저수지와 선제저수지를 복구해 옥구면과 미면 일대 농지에 물을 공급했다. 

이 무렵 우리나라는 쌀 수확량이 일본에 비해 절반에 불과했으며 쌀밥 먹기 힘든 시기였다. 

원인은 수리시설 부족으로 농업용수를 적기에 공급하지 못하는 것과 경종법의 미숙이라고 할 수 있었는데, 옥구서부수리조합 설립 이후 잇따라 전국에 수리조합이 설립되며 농업용수 공급에 큰 변화를 주었고 문제가 됐던 쌀 수확량 증가에 큰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한수웅 (사)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초대 회장은 “지금은 쌀이 많아 문제지만 예전에는 쌀밥을 먹을 수 있는 집이 흔하지 않았다. 쌀을 생산하기 위해 많은 어려움과 노력이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수리조합으로 시작한 현재의 한국농어촌공사의 역할이 컸다고 할 수 있다”며 “예로부터 농자천하지대본이라는 말처럼 농업은 천하의 큰 근본이고 나라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힘이라고 했다. 또 농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치수로, 농업용수의 안정적인 관리가 수확의 풍흉을 좌우한다고 할 수 있다”며 농업용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농업용수 농업을 일으키다
결국 우리나라 농업의 발전은 수리조합의 탄생과 더불어 농업용수의 원활한 공급으로 이뤄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것이 농업계 전반적인 의견이다.

현재 농업용수는 국가 물 사용량의 40%에 달하며 그 관리는 한국농어촌공사가, 직접적인 운용은 농업인이 직접 하고 있다. 작물마다 농업용수의 사용 시기와 쓰임이 다른 만큼 작물 재배를 전문으로 하는 농업인이 현재 농업용수의 주체적인 사용자로 나서고 있는 것이다.

경기도 김포의 한 쌀전업농은 “물은 시기가 중요하고,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한 해 농사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일괄적인 시스템이 아닌 지역적 편차에 따른 영농환경을 가장 잘 이해하는 농업인이 농업용수를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현장의 목소리를 가장 근거리에서 듣고 필요한 시기에 원활한 농업용수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로 현재의 한국농어촌공사라고 할 수 있다. 

100여년 넘게 농업 지키며 온 ‘한국농어촌공사’
옥구서부수리조합에서 현재의 한국농어촌공사로 이름이 바뀌기까지 긴 시간과 노력이 있었다고 할 수 있다. 1908년 수리조합으로 시작했지만 일제강점기 1938년 조선토지개량협회로 이름이 바뀌었으며 1942년 조선농지개별영단으로 다시 개칭됐다. 해방 후 1949년에 대한수리조합연합회로 개칭됐다. 1962년 토지개량조합연합회로 이름을 바꾸었다가 1970년부터는 농지개량조합이라는 이름을 사용했다. 

2000년 1월 1일 농어촌정비사업 시행과 농업기반시설을 종합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1999년 2월 제정된 '농업기반공사 및 농지관리기금법'에 따라 농지개량조합연합회, 농어촌진흥공사와 함께 농업기반공사로 통폐합됐다. 농업기반공사는 2005년 12월 29일 한국농촌공사로, 2008년 12월 29일 한국농어촌공사로 개칭됐다.

이와 관련해 한국농어촌공사 관계자는 “현재의 한국농어촌공사는 1908년 전북의 옥구서부수리조합을 효시로 이후 해방이 되기까지 전국에 수리조합이 설치돼 많은 수리 사업을 전개했지만 일제에 의해 식량 수탈의 수단으로 악용되는 아픔을 감내해야했다”면서 “광복과 전쟁 후에는 부족한 자본과 기술을 가지고 황폐해진 수리 시설을 복구해 배고픔을 해결해야 하는 시련도 이겨냈다”며 공사의 시작을 설명했다.

또 이 관계자는 “196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산업 전반에 걸친 근대화의 물결은 농업부문에 있어서도 보다 폭넓은 변화를 요구했으며 이에 공사에서는 관련제도와 조직을 정비해 농업생산기반을 확충하고 농촌 생활 환경을 개선하는데 총력을 기울였다”며 “특히 이시기 대단위 농업 종합 개발 사업을 중점 추진하는 등 주식인 쌀 자급을 달성하는데 중추적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1964년 예당농조 예당저수지 준공. (사진제공 : 한국농어촌공사)
1964년 예당농조 예당저수지 준공. (사진제공 : 한국농어촌공사)

1980년대를 거치며 우리나라 농업은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됐다. 농산물수입개방 압력으로 인해 우리 농업과 농업인의 어려움을 가중시켰기 때문이다.

이 시기 공사는 농산물생산에 차질이 없도록 생산기반정비를 강화하는 한편, 농지의 집단화와 규모화를 통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영농규모적정화사업을 추진하게 되고, 농업인의 농외소득 증대와 살기 좋은 농업·농촌을 만들기 위한 사업들을 함께 진행하게 됐다.

이후 1990년대 말 농업생산기반업무를 담당했던 농지개량조합, 농지개량연합회, 농어촌진흥공사등 3개기관이 통합해 2000년 1월 1일 농업기반공사로 출범하고 농업기반공사는 효율적인 물관리와 환경친화적인 사업 추진 등을 통해 농업의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주력했으며 2005년 12월 29일 기능을 확대하고 명칭을 한국농촌공사로 변경하고 정책사업과 자체 사업의 조화를 통해 농어업과 농어촌의 소득과 권익을 증대하고, 국제 경쟁력을 갖춘 자립형 공사로거듭나기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했다.

현재의 한국농어촌공사로 변화한 것은 2008년 12월 29일로 1908년부터 현재까지 공사는 국내 농업 발전을 위해 농업용수 관리는 물론 농업생산기반 전반적인 업무를 담당하며 농업인과 함께 해온 것이다.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관계자는 “한국농어촌공사가 갖는 의미는 농업인에게 있어 남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농사를 짓기 위한 든든한 동반자의 역할을 했으며, 안정적인 영농활동을 가능케 하고 농업인이 의지할 수 있는 친구와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굳건히 지켜온 농업용수, 통합물관리정책 농민 반발 커
문제는 지금까지 국내 농업의 발전을 함께 만든 공사의 주요 사업 중 하나였던 농업용수 관리의 주체에 큰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앞장서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국가 차원의 합리적인 용수 관리를 위해 농업용수를 포함한 통합물관리를 진행해 농업 현장의 많은 반발을 일으키고 있다. 

농업용수의 주체를 농민이 아닌 정부가 가져 가겠다는 것인데, 오랜 시간 농업용수를 관리하며 주체적 입장이었던 농민의 의견을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가‧유역물관리위원회는 통합물관리 정책에 의해 환경부로 수질, 수량, 하천을 통합해 일괄 관리하도록 하고 이를 위해 지난 2019년 8월 출범됐다. 농업용수는 농촌‧식량정책과 연계성, 관행수리권 등으로 환경부일원화는 제외됐으나, 국가‧유역물관리계획에 심의‧의결 받도록 했다.

문제는 국가‧유역물관리 의사결정기구인 물관리위원회에 농업용수 수요자의 참여가 이뤄지지 못해 국가물관리기본계획 등 물관리정책 수립과정에 농업분야 부재로 하굿둑 해수유통, 농업용저수지 다목적 활용 등의 현안 대응에 한계를 보이며 농업 현장의 크고 작은 피해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은만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장은 “지금 우리가 쌀밥을 배부르게 먹을 수 있게 된 것은 과거 전북의 옥구서부수리조합을 시작으로 전국의 수리조합이 형성되고 그로인해 안정적으로 농업용수가 공급됐기 때문이다. 즉 농업용수가 지금의 우리나라 농업을 이룩해 놓은 것”이라며 “농업용수의 이해도가 가장 높은 공사와 농업인을 주체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