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PC에 산물벼 도정 허용…10억 손실 만회해야
RPC에 산물벼 도정 허용…10억 손실 만회해야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22.09.22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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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확기 의무매입량도 여유 줘야 신곡 매입 순조
적자보전 대책 없으면 내년 부도업체 나올 듯

올해 지속적인 쌀값 하락으로

업체당 평균 10억 이상 손실

공공비축 산물벼 도정하게 해

가공료로 손실 만회하게 하고

의무매입량&매입기간 완화해야

2022년산 농가벼 매입 순조로와 

 

농가와 소비자 고려해야 하지만

아무런 보호 대책 없는 RPC 도 지원해야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지속적인 쌀값 하락으로 수십억씩 손실을 본 민간RPC(미곡종합처리장)들의 회생 대책이 시급하다.

(사)한국RPC협회(회장 한정호)는 지난 16일 임시총회를 열고 2022년산 햅곡 수매 방안을 논의했다. 햅곡 매입에 자금이 필요하지만 21년산 유통에서 막대한 손실을 봐 햅곡 수매에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현재 벼값은 지난해 수확기(10~12월) 이후 40kg 포대당 2만원 떨어졌다. 쌀값도 동반 하락하기 때문에 수확기에 벼를 매입해둔 RPC는 손해를 보고 팔 수밖에 없다. 손실 규모는 작은 업체는 10억원에서 큰 업체는 30억원까지, 최소 1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계 가동비며 설비 투자비, 인건비 등 공장 운영비와 감가상각비를 제외한 수치다.

한 민간RPC 공장에 설치된 첨단 도정설비.
한 민간RPC 공장에 설치된 첨단 도정설비.

올해 쌀값 하락폭은 45년만에 처음으로 업계에 미치는 파장 역시 컸다. RPC의 역계절진폭 또한 사상 최고치인 –28%를 기록했다. 수확기에 벼를 많이 산 업체일수록 적자를 많이 봤다는 의미다.

RPC는 낮은 금리의 벼 매입자금 대출지원을 받는 대신 지원금액의 1.5배만큼의 농가벼를 반드시 수확기에 매입해야 한다. 많이 사는 업체일수록 정부정책을 잘 따랐다며 농식품부의 쌀 산업 기여도평가에서 점수를 높게 받는다. 역설적이게도 정책을 잘 따른 RPC가 더 큰 손실을 봤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업계에선 정부 차원의 손실 보전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공공비축 산물벼 도정을 허용해 보관료와 가공임을 RPC가 받으면 조금이나마 손실을 만회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정부는 공공비축미 35만톤 중 10만톤가량을 건조하지 않은 산물벼 형태로 RPC가 매입하도록 하고 있다. 이 벼는 RPC가 잘 말려 보관했다가 정부양곡 창고로 옮겨 군.관 급식이나 복지용 수요가 생길 때 정부양곡 도정공장에서 도정해 보내진다.

정부양곡 창고로 옮길 때 상.하차와 포장, 운반 등 여타 제반 경비가 연간 92억원가량 소요된다. 정부의 시설현대화 투자로 최첨단 설비를 갖춘 RPC에서 도정하면 품질 향상은 물론 수요가 있는 지역의 RPC에서 도정해 곧바로 지급할 수 있기 때문에 시간 또한 절약된다.

RPC에 산물벼 도정을 허용하면 100억 예산을 아낄 수 있는데도 굳이 물류비를 들여서까지 정부양곡 도정공장으로 벼를 옮기는 것은 정부미는 정부양곡 도정공장에서만 도정할 수 있다는 지침 때문이다.

도정시설을 갖추고도 벼를 보내는 RPC가 박탈감에 빠질 수밖에 없는 규정이다. 게다가 올해는 정부비축미를 45만톤으로 확대해 민간RPC의 박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정부 역점사업 ‘쌀가루 활성화 사업’도 RPC 계약재배 농가 이탈 부추길듯

농식품부가 쌀값안정대책으로 추진하는 ‘분질미(쌀가루용) 활성화 사업’에도 민간RPC가 배제될 가능성이 크다. 일단 가공용쌀은 정부양곡 도정공장에서 도정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계약재배로 관계를 구축한 지역농가들이 분질미 쪽으로 이탈할 거란 우려도 나온다. 이래저래 민간RPC의 설 자리가 없어지는 것이다.

여기에 2022년산 신곡 매입도 매입기간과 매입량을 탄력적으로 운영하지 않으면 견디다못해 부도나는 업체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업계는 의무매입량을 150%에서 100%로 줄여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경기지역 한 RPC 업주는 “6월까지 여유를 줬다면 100%는 수확기에 사고 50%는 흐름대로 매입해 이렇게까지 손해를 안 본다”며 수확기 의무매입량 조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다른 업주는 “전국적으로 구곡 재고 문제가 심각하다. 그 가격이 4만원 초중반대 와 있는데, 햅곡 가격이 높게 형성되더라도 구곡이 시중에 흡수되면 쌀값에 타격이 갈 것”이라고지적했다.

무엇보다 RPC가 수매한 산물벼를 해당 RPC에서 도정하도록 지침을 개선하는 일이 시급해 보인다.

충청도의 한 업주는 “정부는 RPC한테 뭘 하라고만 하지 어려울 때 지원이 없다”며 “그 좋은 현대화시설을 다 해 놓고 왜 포장비, 운반비, 창고이고비 들여가며 산물벼를 이송해 가는지 모르겠다. 필요할 때 지정을 해서 가공을 해 가든가 현미로 가공해 가든가. 아니면 RPC가 살 길이 없다”고 토로했다.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