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회 전국회원대회 특집 인터뷰] 박광은 (사)한국쌀전업농전남도연합회장 “쌀농업인의 축제‥따듯한 情 느끼며 근심 내려놓길”
[제7회 전국회원대회 특집 인터뷰] 박광은 (사)한국쌀전업농전남도연합회장 “쌀농업인의 축제‥따듯한 情 느끼며 근심 내려놓길”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22.09.14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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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화합하는 친목의 장, 정보교류의 장 되길 바라
코로나로 정지 상태였던 활동 재개…높이 도약하는 계기 강조

첫 생산 조벼 가격 5만 초반대, 수매가 전망 어두워

쌀값 폭락 대책은…“국민 여러분 밥 두 그릇 드시는 것”

정부, 유류세 인하해도 면세유 지원 생각 못해…농민은 힘들다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본격적인 쌀 수확기가 다가온 가운데 전국의 쌀전업농들이 풍성한 가을잔치를 벌인다. ‘제7회 한국쌀전업농 전국회원대회’를 전남 해남으로 유치한 박광은 쌀전업농전남도연합회장은 “이번 행사가 전 회원들이 합심해 코로나를 이기고 앞으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대회는 전업농 회원뿐 아니라 국내 쌀농업인들의 한마당 잔치로 꾸려진다. 단연 수확기 쌀값에 대한 염원이 하늘을 찌를 전망이다. 박 회장은 “조곡 수매 예상가격이 5만원 미만이라는 건 국가 재난사태에 가깝다”면서도 “오늘만은 시름을 잊고 수확의 기쁨을 누리자”고 격려했다.

박광은 (사)한국쌀전업농전남도연합회장
박광은 (사)한국쌀전업농전남도연합회장

-‘전국대회’ 개최가 4년만이다. 전남에서 행사를 유치해 감회가 새롭겠다.

2018년 강원도 양양에서 열린 이후 4년만이다. 재작년 2020년도에 개최하려고 했는데 취소됐다. 코로나19로 인해 지난 2~3년 동안의 모든 게 정지 상태였다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코로나가 다시 확산세이지만 더이상 미룰 수 없었다, 쌀전업농도 언제까지 활동하지 않고 정지 상태로 있을 수 없지 않나. 무조건 하자 생각했다. 방역수칙을 준수하면 되는 것 아니겠는가? 다같이 모여 얼굴 맞대고 그간의 안부도 묻고 농부로서 수확의 기쁨도 공유했으면 한다.

사실 행사 준비를 열심히 하다가 취소되고 연기되고 해서 신경이 많이 쓰였고 실망도 많이 했다. 그만큼 이번 행사 개최에 거는 기대가 크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 멀어진다’는 속담이 있다. 그간 모든 행사를 비대면으로 열다 보니 회원들간 서먹서먹한 분위기가 조금 감지되기도 했다. 전국 회원이 한 자리에 모이는 이번 행사를 계기로 앞으로 열리는 쌀전업농의 모든 행사가 모두가 함께 웃고 화합하는 친목의 장, 정보교류의 장이 되길 바란다.

-쌀값의 현재, 미래가 어두운데.

전국대회는 전국 쌀전업농의 잔치인데 쌀값이 폭락해 근심을 넘어 수치스럽기까지 하다. 우리 잔칫날이라고 어디 가서 말도 못하겠다. 8월 중순에 산지 조사를 해보니 정곡 20kg 한 포대가 4만원이 안 간다. 조곡은 40kg 한 가마에 4만5000원선으로 5만원 밑이 된지 오래이고. 지난해 농협 평균 매입가 6만5000원에서 딱 2만원 떨어졌다. 100가마면 200만원, 1000가마면 2000만원 손실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올해 조곡 수매가가 5만원이 안 될 것 같으니 큰일이다. 조곡 수매가가 5만원이 안 된다는 건 재난 아닌가? 우리 동네 단위농협도 8억 적자 예상한다고 한다. 국회에서 토론회는 만날 열리지만 정작 필요한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조벼 가격으로 수매가를 추정하니 상황이 안 좋은 건 사실이다.

8월말 9월초에 전남지역에서 첫 생산된 조벼가 한 가마에 5만2~3000원 갔다. 지난해 또 그 직전 해엔 7~8만원 받았었는데 떨어져도 이런 폭락은 없을 것이다. 조벼는 그해 양곡년도 첫 생산된 벼라는 의미도 있고 추석 차례상에 올릴 거라 특별하게 취급하지 않나. 조벼 가격이 시장 흐름을 좌지우지 하는 기능을 한다. 보통 추석 지나고 가격이 좀 빠지는데 올해 추석이 일러 두고봐야 하지만 과연 얼마나 빠져 초상집을 만들지 걱정이다. 전국대회가 열리는 9월 14~16일과 시기가 맞물리지 않는가. 잔치 열기 전에 가격이 그리 많이 빠지지 말아야 그나마 마음을 좀 놓고 잔치를 즐길 것 아니겠는가.

-농자재값, 인건비는 대폭 올랐는데.

수확기 벼 베는 인력은 상대적으로 걱정 없는데 파종 할 때, 못자리 할 때 사람이 많이 필요해서 혼났다. 벼 수확은 가족끼리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한창 바쁜 봄 영농철에 사람을 못 구해서 너도나도 어려움을 겪었다.

물론 비용 걱정 없이 쓰고 싶은 수대로 다 쓰면 그럴 일은 없었겠지만, 농촌에 인력을 쓰고 싶은 대로 쓰는 농민이 몇이나 있겠나. 인건비가 두 배 올랐다. 게다가 일을 시키려니 그들보다 일찍 나가서 늦게 들어와야 해 육체적인 노동강도도 심해졌다. 해남 지역은 인력을 구하는 루트로 주로 인력소개소를 활용한다. 외국인 노동자도 일손이 귀해 다른 사람으로 교체도 쉽지 않다. 일 진행이 안 되고 답답해도 보내주는 대로 군말없이 감수하며 영농철을 버텼다.

-그래도 전남은 면세유 지원을 해주니 좀 낫지 않나.

면세유가 너무 올라서 리터당 1500원 가까이 되더라. 작년보다 딱 두 배 올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그렇다는데, 정부는 유류세 면제는 해 줘도 면세유 지원은 해 줄 생각을 안한다. 이 사업은 전남도에서 자체적으로 농업인의 어려움을 덜어주겠다고 시행하는 것이다. 유류대 상승분의 일정 부분을 도에서 지원해 주는 것인데 농기계 많이 쓰는 봄, 가을에 참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농민수당도 지급을 시작한지 이제 몇 년 됐다.

전남은 광역자치단체로서는 전국에서 제일 먼저 시작했다. 이제 한 3~4년 된 것 같다. 모든 지자체 통틀어 해남군이 전국 최초로 했고 그 다음에 전남도에서 했지.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지급하는 취지는 참 좋은데 개인적으로 화폐가 두 개 존재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본다. 소득이 일정기준 이하인 농촌에 거주하는 자에게 매월 30만원 정도씩 주는 농촌 기본소득제가 효과 좋을 것 같다. 장기적으로는 기본소득이 필요하고, 농촌에 사람을 오게끔 만들어주는 유인제도가 될 것이다.

-모든 물가가 다 올랐으니 수매가도 올라야 할텐데.

물가인상률을 봐라. 인건비, 농자재값만 봐도 쌀값 얼마를 받아야 하는지가 나온다. 벼 40kg에 7만7000원은 돼야 생산비를 건질 수 있다. 적정쌀값이 소비자가격 기준 한 가마에 24만원이다. kg당 300원이고, 국민들이 한 끼에 110원어치 먹는 셈이다. 너무 쌀을 안 드신다. 쌀이 공급과잉이고 소비가 줄면 쌀값이 떨어지지 버틸 재간이 있겠나.

물론 농업이 약하니 정부가 개입해서 어느 정도는 소득보전을 해주는 방향으로 가고 있지만, 쌀값은 소비자의 눈치를 많이 보는 터라 농민이 처한 현실은 외면받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밀가루값은 지난해 세 번에 걸쳐 30%나 올랐다. 해남은 쌀 외에도 배추, 고구마가 유명하다. 올해 햇고구마가 진작에 나왔는데 소비가 부진하다. 쌀 안 드시고 고구마 안 드시고 짜장면을 많이 드시는 것 같다.

-산지에 재고가 아직도 많다고 한다.

올해 37만톤 격리했는데 아직도 나락이 창고에 쌓여 있으니 이 많은 쌀이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농민들끼리 자주 이야기한다. 우리끼리 하는 이야기로는 지난해 여러 차례 공매를 통해 시중에 나온 구곡이 21년산과 섞여 이월된 것 아닌가 한다.

또 수입쌀도 너무 자주 보인다. 웬만한 마트에는 수입쌀이 다 있다. 온라인에선 너무도 쉽게 구입할 수 있지 않나. 식당에서 구곡이나 수입쌀을 섞어서 밥을 하면 아무도 모른다. 이렇게 하면 아무리 격리한들 무슨 소용이 있나. 새는 바가지에 물이 차겄소? RPC나 농협 같은 산지 도매업체들은 적자가 커서 제외한다지만, 이런 시장상황에선 다른 유통업자들만 돈 번 거야. 축산도 무관세로 때려불면 수입업자만 돈 벌지, 농가들은 다 망하지 않나. 그래놓고 자율시장경제체제다 이거지.

-대책이 있을까.

국민이 밥을 두 그릇씩 드셔야지 대책이 어디 있겠는가? 정부는 물가가 오르면 잡아줘야지, 또 내려가면 못 내려가게 잡아주고. 왜 쌀값은 바닥으로 내리 하락해도 냅두는지…. 구곡뿐 아니라 신곡도 일정부분 사료용이나 가공용으로 사용하게 되면 쌀 소비가 늘어나 한숨 돌릴텐데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그렇게 하질 못한다. 국민정서상 맞지 않다고 한다.

외국에 5만톤하는 원조도 좀 늘리고, 방법을 찾아보면 없지 않을 듯한데 정부가 농업에 관심이 없는 게 가장 큰 문제인 것 같다. 시장격리제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9월에 시장격리 여부를 결정하고 공공비축미 수매와 동시에 시장격리곡 수매도 이뤄져야 한다. 신곡격리시 구곡격리도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

-쌀가루, 분질미 확대정책에 희망을 거는 분위기다.

농식품부에서 쌀 수급조절을 위해 적극적인 방안을 내놓은 거라 내심 기대가 크다. 다만 분질미 단지를 좀더 키웠으면 한다. 최소 2만~3만ha는 돼야 한다. 예전 생산조정제를 3만, 5만ha 가지고 했는데 비슷하게 가야 하지 않겠나. 또 농민들한테 가장 중요한 가격이 정해지지 않았는데, 공공비축미 1~2등급 기준으로 전량 수매방침을 확정했으면 한다.

-회원들에게 한 말씀.

이번 쌀전업농 전국대회에 많이들 오셔서 해남의 정을 느끼고 푸근한 마음으로 즐기셨으면 한다. 비록 쌀농업이 어렵지만 너무 걱정하지 말고 잘 될 거라 생각하시길 바란다. 부정적인 생각보다 함께 힘을 모아 어려움을 이겨가는 데 초점을 맞추고, 이번 대회에서 우리 쌀농업인들의 단결을 보여주자.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