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가공용 쌀 경쟁력 키워 식량안보 강화해야
[전문가 칼럼] 가공용 쌀 경쟁력 키워 식량안보 강화해야
  • 신동진 국립식량과학원 논이용작물과 농업연구관 webmaster@n896.ndsoftnews.com
  • 승인 2022.09.27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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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진 국립식량과학원 논이용작물과 농업연구관

요즘 농촌에 푸름을 뽐내는 벼가 한창 자라고 있는 모습을 보면 우리도 모르게 마음이 넉넉해진다. 하지만, 50원짜리 동전 뒷면에 새겨져 있는 그림이 무엇인지 또는 50년 전 보릿고개를 해결한 통일벼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은 어쩌면 진부한 일이 될지도 모르겠다. 그렇다.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쌀은 그저 공기나 물처럼 부족함 없이 먹을 수 있는 것 중 하나다. 지구상에는 아직도 8억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배고픔으로 고통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1960년대에서 1970년대까지 우리나라는 식량난이 가장 중요한 문제였다. 광복과 전쟁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인구를 부양해야 했기 때문이다. 농촌진흥청은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기존의 재래종 자포니카 품종보다 키가 작으면서 수량성이 30% 이상 높은 인디카 품종인 ‘통일벼’, ‘밀양23호’ 등을 개발·보급해 1977년에 주곡 자급을 달성하게 되었다. ‘통일벼’ 개발의 경제적 효과는 1977년 국내 총생산액의 1%에 달하는 1조 3,892억 원이었다.

2007~2008년 냉해와 가뭄 등으로 세계 곡물파동이 발생했을 때, 주요 쌀 수출국인 인도, 중국, 베트남 등 10여 개국에서 자국의 식량안보를 위해 쌀 수출을 금지한 바 있다. 이 시기에 쌀값이 평소보다 4배나 오른 톤당 1,200달러까지 치솟았다. 우리나라는 ‘통일벼’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우수한 품종을 개발보급해 세계적 식량위기 사태에도 정치사회적 불안감 없이 위기를 잘 극복할 수 있었다. 광복 이후 과학기술 분야의 대표적인 성과 중 하나인 ‘통일벼’ 품종 개발은 식량 문제 해결을 넘어 우리나라가 세계 10위의 경제 대국으로 발전할 수 있는 주춧돌이 되었다. 

먹거리가 다양해지면서 가구 부분 쌀 소비량은 해마다 2.2%씩 줄어들며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2012년 69.8kg에서 2021년 56.9kg이 되었다. 먹거리가 다양해진 만큼 우리가 쌀을 섭취하는 방법도 다양해졌다. 산업체 부분의 쌀 소비량은 계속 증가해 2021년 기준 총 68만 톤이며,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13.1kg이다. 특히, 1인 가구 증가와 집밥 열풍으로 가정간편식(HRM) 소비가 2008년 기준 3,588억 원에서 2018년 3조 300억 원으로 증가하였다. 산업체 부분의 소비량 증가로 지난 10년간(2012~2021년) 가구 부분과 산업체 부분을 합한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평균 74.8kg였다. 가구 부분의 쌀 소비 감소량을 산업체 부분에서 흡수해 시장을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산업체 부분의 쌀 사용량은 쌀 가격에 영향을 받아 왔다. 식량안보를 넘어 국민의 안정적 먹거리 확보를 위해서는 산업체 부분에 가격 경쟁력을 갖춘 원료곡을 안정적으로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농촌진흥청은 이를 위해 쌀 수량이 높은 초다수성 가공용 품종을 연구하고 있다. 일반 밥쌀용 품종보다 쌀 수량이 250kg이나 많은 가공용 ‘금강1호’(817kg/10a)와 가정간편식과 장류에 이용되고 있는 ‘한아름찰’(689kg/10a) 등 최근 10년 동안 10품종을 개발했다.

앞으로도 가공 원료곡의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수량성을 더 증대시키는 한편, 산업 분야별 요구에 적합한 품질 특성을 보유한 품종을 개발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품종 개발 효율을 향상시키는 유전체 정보 융합 등 디지털 육종 연구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농산물의 가격이 가파르게 치솟고 있으며, 인도인도네시아 등 주요 곡물 생산국들은 곡물 수출의 빗장을 걸어 잠그고 식량을 무기화하고 있다. 식량 문제는 물러설 수 없는 전쟁과 같다. 가공용 초다수성 벼 품종 연구를 통해 가공용 쌀의 경쟁력을 키우는 것은 안정적인 먹거리 확보와 식량안보 강화의 방안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