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곡은 격리 수매로 몰려…RPC 벼 매입 난항 전망
신곡은 격리 수매로 몰려…RPC 벼 매입 난항 전망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22.09.27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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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매입량·매입기간 큰폭 완화 필요
수확기 매입 강제 풀어 시장대응 여력 줘야

"쌀 격리 환영하지만 당장 규정 지킬 일 걱정"

RPC 의무매입 기간, 정부매입 기간과 겹치니

의무매입량 낮춰주거나 매입기간 늘려줘야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정부가 올해 수확기에 구.신곡 90만톤의 시장격리 방침을 발표한 가운데, RPC(미곡종합처리장)에 대해선 의무매입량 축소 또는 매입기간 연장 조치를 병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 민간RPC 공장에서 트럭에 실은 톤백벼를 지게차로 내리고 있다.
한 민간RPC 공장에서 트럭에 실은 톤백벼를 지게차로 내리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5일 ‘9.25 쌀값대책’을 통해 2005년 공공비축제 도입 이후 수확기 시장격리 물량으로는 최대인 45만톤을 매입한다고 밝혔다. 공공비축미 45만톤을 합치면 총 90만톤의 시장격리 효과가 발생한다.

일단 RPC업계는 시장격리에 대해선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RPC는 지난해 수확기부터 현재까지 지속된 쌀값 하락으로 상반기에만 업체 평균 10억씩 손실을 본 상황이다. 이에 따라 수확기 전 21년산 구곡을 어서 걷어내 쌀값 반등의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RPC 업체가 지원받은 벼 매입자금의 1.5배를 수확기(10~12월)인 3개월 동안에 반드시 사야 한다는 농식품부 지침이 또 다른 족쇄가 되어 RPC의 발목을 잡을 전망이다. 정부가 시장격리 물량을 매입하는 시기인 수확기는 RPC가 의무적으로 벼를 사야 하는 기간과 겹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농가들은 아무래도 격리곡 수매에 집중하지 않겠느냐”며 “그렇게 되면 RPC들은 벼를 사기가 너무 어려워진다”며 농식품부 지침의 탄력적인 운용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공공비축을 제외한 격리물량 45만톤은 농촌진흥청이 조사.예측한 초과 생산량 25만톤에 21년산 구곡 재고량을 더한 것보다 많은 물량이다. 그만큼 신곡의 상당 물량이 정부창고로 들어가기 때문에 RPC들이 벼 매입하기가 어려워지는 것이다.

업계는 의무매입량을 1.5배에서 1배로 줄여주거나 매입기간을 12월까지가 아닌 이듬해 5월까지 폭넓게 완화하는 조치를 취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하고 있다. 어쨌든 농가들은 격리곡 수매를 마치고 나서야 RPC에 벼를 팔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경기지역 RPC 업주는 “올해같은 경우는 구곡재고 과다와 쌀값이 45년만에 최대폭으로 하락하는 등 특이한 상황”이라며 “쌀값 대책과 함께 RPC 의무매입비율 저감 또는 매입기간 연장으로 쌀 유통이 원활하게 갈 수 있도록 병행 조치가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쌀값은 소폭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쌀값인상이 확실한 시기는 수확기이고 이듬해 가서는 오를지 내릴지 예측할 수 없다는 게 쌀 도매유통업계 의견이다.

(사)한국RPC협회 서용류 전무는 “신곡 생산량을 수확기 동안에는 정확하게 알 수 없고 정부와 농가가 격리에 집중해서 쌀값이 당분간 오를 것”이라며 “해가 넘어가서 상황이 정리되고 봤더니 벼가 남더라 하면 쌀값은 또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큰 손’ 농협도 쌀값을 좌우하는 최대 변수다. 자기들이 보유한 벼가 많다고 생각하면 언제든 투매(投賣)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엔 생산량이 남지 않아도 쌀값은 떨어지게 된다. 또 산지에서도 격리 후에 벼가 생각보다 많거나 부족하다고 느껴지지 않아도 쌀값이 내려가게 된다.

이런 상황이 되면 RPC는 내년에도 역계절진폭을 걱정해야 한다. GS&J 인스티튜트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22년까지 18년 동안 역계절진폭이 9번 있었고 올해는 –25%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남의 RPC 업주는 “기한을 정해 사라고 하니, 그렇게 했다가 손실을 봐도 정부가 보전해 주는 것도 아닌데 일정한 양을 반드시 수확기에만 사도록 강제 안 했으면 좋겠다”며 의무매입량 및 매입기간의 완화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